먹고 살다 가는 길

by 검정고구마

하루를 살다보면, 이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의문을 품게하는 순간들과 마주친다. 어쩌면 너무나 배부른 생각을 하는 순간들.


찾는 이들이 있기에 장사를 하는 거겠지만,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수요가 있을까 싶은 가게들은 영화에 나오는 범죄를 위장하기 위한 가게들일것 같기도 하다. 마장동 시장을 지날 때 마주치는 주방기기 전문 골목들이 그렇다. 일차로 정도의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수리점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황학동 벼룩시장 입구에 이르기까지 좁디 좁은 골목을 지나야 하는데 그 곳 간판 없는 가게들의 입지와 크기는 영화속 한 장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곧 그 상상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온다. 빗물이 고인 질척거리는 골목을 지날 때 열려있는 가게 문틈 사이로 무언가를 열심히 고치고 있는 사람의 열기를 맞이할 때다.


탑골공원에 근처 낙원상가 아래를 지날때면 우측의 좁은 인도에 돼지국밥 집이 연이어 서있는데 이 곳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치마를 맨 채 한가로히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 사이로 삶은 고기를 무심하게 손질하는 아저씨. 그리고 오후 다섯시 무렵 홀연히 나타나 국밥에 소주 한 병을 해치우고 가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수요와 공급이 조화를 이루는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종로3가역 3번출구 뒤 오묘한 셋방촌을 지나면 너무나 낯선 골목길과 마주하게 된다. 폭이 일미터도 안될 것 같은 습한 좁은 골목을 사이로 쪽방들로 이루어진 작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미로를 이루고 있다. “방 있읍니다” 라는 과거에서 온 듯한 벽보가 세를 놓는 동네임을 알려준다. 여름철에는 골목길로 나있는 문들이 대부분 조금씩 열려있는데, 현관도 없이 바로 방으로 연결되는 탓에 런닝 바람에 선풍기를 틀고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이 낯선 풍경의 가장 드라마틱한 모습은 복도에 나와있는 냉장고들이다. 방이 작아서 나와있을거라 생각한 냉장고는 어쩌면 냉장고에서 나오는 열을 피하려는 주민들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골목길에 나와있다보니 냉장실과 냉동실을 여닫는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있는 것을 보면, 그것을 풍경이라고 말하는게 얼마나 사치인지 반성하게 된다.


세상은 넓다. 주방기기를 고치던 아저씨, 국밥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어떻게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하루를 벌고 아끼고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을 시키는 부모들의 평생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사연을 갖고 종로3가역 쪽방촌에 들어왔는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지만, 내 삶에 불평하던 순간들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이기적인 생각이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어느 출근 길. 모처럼 이른 시간에 나와 늦은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였으면 보지 못했을 사람들의 모습에 이른 아침 부지런을 떤 보람을 느끼고 있던 찰라에, 생활정보지를 꽂아넣는 가판대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한 아저씨를 봤다. 신문을 채워넣는 것인가 싶어 지나가는데,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게 됐다. 신문을 다 채워넣은 아저씨는 가방에서 걸레와 분무기를 하나 꺼내더니, 그 작은 가판대를 열심히 닦았다. 그 가판대가 그 곳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더럽혀져봤자 눈에는 띄었을까 싶은 그 가판대를 열심히 닦는 아저씨를 보며 문득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료들과 내뱉은 수많은 불평과 불만들이 부끄러워졌다.


물론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감의 기준 혹은 불만의 이유와 그 수준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도 열심히 사는구나. 누군가에겐 낯설기만 하고,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다들 돈을 벌고, 밥을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학교를 보내고, 결혼을 시키고, 쓸쓸한 노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초라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았을 그 사소한 시간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떠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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