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해수욕장에서

by 검정고구마

출장으로 다시 찾은 고향 제주도. 일을 끝내고 시간이 남아 근처 곽지해수욕장을 찾았다. 겨울 바다는 혼자 열심히 파도를 쳐대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만이 해변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를 보니 두시간 정도면 노을이 질 것 같았다.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곡물라떼를 마시며 몸을 녹인다. 나른하다. 바람이 들지 않는 창으로 햇볕만 그득하게 들어와 몸을 덥혀줬다.


이러다 잠이 들것만 같아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선다. 어느 새 해를 가운데 두고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 빛이 바닷물에 부숴지며 반짝인다. 파도가 다가오는 소리와 다시 조용히 빠져나가는 소리. 카메라에 그 순간을 담고 싶어 아둥바둥 거리다 이내 포기한다. 두 눈 가득, 두 귀 가득, 마음 가득 하늘을 담고 바다를 담아본다.


구름이 해를 가리자 추위가 느껴져 다시 카페로 향한다. 미지근해진 음료를 들이키며 창 밖 바다와 하늘을 바라볼 때. 어느 꼬마가 창밖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와! 드론 진짜 멋있다."


작은 드론 하나가 바람에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며 곽지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하늘이 더 멋있어.'

'아니요! 드론이 더 멋있어요.'

'드론은 어디에나 있자나. 그런데 이 하늘은 지금 여기에만 있어.'

‘에이. 어딜가나 똑같은 하늘인데요.’


나도 어렸을때는 깨닫지 못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고향 하늘을 가득 담은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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