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었어도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결심했을까?
결혼을 하기 두 달 전, 나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결혼 준비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직장을 다니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결혼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내가 입사를 했을 때부터 1년 계약, 1년 연장이 가능한 최대 2년까지만 근무가 가능한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파견직에 속했다.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인력을 파견을 요청하면 리크루트 업체에서는 고용주가 원하는 인력을 기업에 파견해주는 방식이었다.
나는 비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근무할 당시(바야흐로 10년 전)만 해도 비서직은 어느 직종보다 파견직의 비중이 높았다.
파견직 비서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그 계열사에 많이 파견되어서 근무를 하게 된다.
비서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기업은 아무래도 삼성일 것이다.
채용하는 비서의 수도 많을 뿐 아니라 대기업이 이용하는 복지를 대부분 누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서는 나처럼 2년만 일할 수 있는 파견직이다.
나의 마지막 직장은 sk그룹의 계열사였는데 나의 같이 근무를 했던 비서들 중에 정규직 비서는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2년 간만 근무를 하는 조건의 파견직의 경우에는 능력과 상관없이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모든 파견직이나 비정규직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경우는 '2년 뒤에는 무조건 퇴사'라는 생각 때문에 모든 상황에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소모품과 같이 나의 계약이 끝나면 누군가 나의 자리를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은 흘러 퇴사를 했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서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던 나.
집에 들어갈 때면 항상 엄마가 나를 반겨주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내가 항상 꿈꿨던 엄마의 모습이고 싶어서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때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그래도 나는 전업주무가 되겠다고 결심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