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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스텝 엄마코치 Aug 24. 2020

전업주부에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적었을 때가 있었다.....


나도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적었을 때가 있었다.....

5장으로 나눈 나의 책 첫 번째 장 [경력단절] 그 첫 줄이다.

결혼 전에는 나도 직장인이었고, 매일 출근하는 곳이 있었으며, 직업란에는 회사원이라고 당당히 적었다.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면서 회사원, 커리어우먼이었을 때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맞추어 놓은 알람이 오늘은 울리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었고, 5분만 더, 10분만 더... 조금이라도 더 침대 위에 있고 싶었던 나.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출근을 할까 고민하며,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만원 버스와 지옥철에 몸을 실었던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더듬어보며 나의 출근길을 전투로, 나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로 비유했었지.

호텔과 백화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서비스업 시절, 비서로서 회사원 생활을 했었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직장>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렸을 때에는 희. 노. 애. 락을 넘어 몇 가지의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감정이 교차했다.

특히 해운회사에 다닐 때 만났던 김대리님은 아직도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라 그 분과의 에피소드를 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직장을 다닐 당시에는 죽이고 싶고, 꿈에서도 만나기 싫었으며, 가장 강력한 저주의 대상이기도 했던 대리님.

대리님이 나에게 하셨던 것처럼 누군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마음과 내 시간을 쏟았던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보았지만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외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10년도 넘는 긴 시간이 지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떠올린 대리님은 나의 직장생활 동안 어쩌면 제일 감사해야 할 분이었다.

만약 그 시절 마음을 열고 김대리님께 제대로 영어를 배웠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일했던 곳들을 한 곳 한 곳 떠올리다 보니 지금 내가 책을 쓰고 있는 것인지 추억여행을 떠난 것인지 웃음만 나더라.

매일 예쁘게 화장하고 몸에 딱 맞는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었었는데...

10년 전에는 나도 회사원이었고,

10년 전에는 사무실에 내 자리가 있었으며,

10년 전에는 나도 매달 월급이라는 것을 받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펑퍼짐한 티셔츠와 고무줄 바지가 옷장 가득해진 나를 보면서

다시는 나를 채용해 주겠다는 회사가 없어 회사원이 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날의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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