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이야기 - 소설

“밤톨인 어떤 아이야?”

우린 좀 멀리 둘러가는 것만 같아. 사실 가장 빠르게 가는 건 맞는데, 길이 좀 멀었어. 난 궁금한 걸 다 물어보기로 했지.

“엄…….”

“그렇게나 껄끄러워? 그렇게나 나쁜 아이니?”

아마 그런 건 아닐 텐데.


“아냐, 그렇지 않아. 걘 보리랑 판박이야.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이나 성품도 그래. 얘기하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지. 아, 이렇게 얘기하면 되겠네. 저번에 보리가 들려준 시 있지? 하늘이가 아닌 이상, 혼자선 그만큼 시를 완성할 순 없거든. 그때의 시는 죄다, 하늘이랑 밤톨이가 같이 지은 거야”

와우! 그건 좀 놀랍네. 새삼 그런 애들을 불편해하는 것도. 아무튼,


“그것만이 아니잖아.”

“맞아. 사실 난, 보리도 밤톨이도 좀 불편해.”

오!

“그런 걸 솔직하게 인정하는 건, 놀랍네.”

“실제로 그런 걸? 좋은 애들이지만, 난 걔네들의 역할 자체가 좀 불편해. 사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지.”

“그래? 사랑이도?”

“글쎄. 언제나 예외는 있는 거지만, 아마 사랑이도 불편할 거야. 듣는 사람이 좋고의 문제가 아니거든. 말하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사람’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 정말 이상한 말이지만.”

“그러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말이네. 그래, 걔네들의 역할이란 게 뭔데?”


“그건….”

“그건?”

“사람들한테 불편한 얘기를 하는 거야.”

????

“불편한 얘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 알아. 이것도 이상하지. 하지만, 당연한 거 아니야? 정말 현자 같은 분위기 다 잡아놓고, 상대방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다니까!”

“뭐 아직까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우리 모두 하고 있는 일 아니었어? 아, 아. 대답 안 해줘도 될 거 같아. 물론 좀 달라서, 네가 싫어하는 거겠지. 설명을 해주려 해도 난, 지금은 못 알아들을 거야. 만나보면 알겠지 뭐.”

“…….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궁금한 건 다 물어볼게. 좀 이상하지 않아? 같은 이유로 둘 다 싫은 거면, 왜 보리를 만날 땐 가만히 있었던 거야? 둘 다 싫으면, 아예 거기 안 가는 선택지도 있었을 거 아니야. 좀 많이 위험했을 거 같지만.”

“…….”

아, 그래.

“그래도 상대적으로 보리가 나았다는 거구만. 어차피 가야 하고, 간다면 누군갈 만나야 하니까, 덜 이상한 길로 간 거뿐이었어. 내 말이 맞지?”

아, 정말 싫다. 무슨 심문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맞아.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보리는 어땠니?”

“보리? 그야 네가 말한 게 뭔지는 몰라도, 절대로 남을 일부러 불편하게 할 친구는 아니라고 봐. 상당히 좋아하는 친구야.”

그래, 이제 말해주는 구만.

“나도 그래. 보리는 느끼는 사실을 말하는 거뿐이야. 그럴 의도는 전혀 없지. 하지만 밤톨이는 달라. 확신에 차있기 때문에, 불편함의 힘을 사용하고 있지.”

음~.

“호~, 그래. 그럼 불편함이 밤톨이의 무기란 말이지?”

“응. 거기에 향수랑 감수성?”

????


(중략)


“그래, 뭔지 알 거 같네. 나에 대해 나쁘게 말했구나?”

“밤톨, 초롱이 표정이 안 좋아 보여도, 그건 좀 아니지.”

“아하하! 넌 항상 긁어 부스럼이야. 그리고 내가 딱히 신경 안 쓰는 것도 알고 있잖아? 너도 그럴 거고. 누군가가 누군가를 맘에 안 들어 하는 거에 감정을 소비할 순 있어도, 그게 당연한 현상인 건, 받아들여야 해.”

“그야 그렇지만. 적어도 그걸 입 밖에 낸다는 건,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야. 듣는 사람을 궁지에 몰수도 있는 거잖아?”

“그게 바로 내가 원한 건데?”

“그게 바로 내가 지적한 거잖아!”

그래, 맞아. 시작부터 좋지 않아. 아주아주~.


(중략)


뭐라고, 푸른아? 일단 가만히 있으라고? 아니. 우리 자연파들은 말이야, 언제나 눈치 제로로 행동해야 하거든? 난 고대로 깊숙이 파고들어 갈 거야. 아무도 날 막을 순 없다고! 이건 내 권리야.

“그래, 맞아. 근데 그건 어떻게 알았니?”

“그전에! 통성명이라도 하는 게 어때? 초롱아, 얘기 바로 그…”

“아니, 뻔히 아는 거잖아. 얘도 내가 초롱이인 걸 알고 있고! 난 쟤가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 알아야겠어.”

“아까 보리가 얘기했듯이, 네 표정이 안 좋았어.”

“내가 그랬어? 아, 맞아. 그랬네.”

“구체적으로!”

“아하하! 역시 기운 넘치는 아가씨네. 그렇게 나와야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 셋은 자연파 형제 같은 거잖아? 아무리 두 번째라도, 가을 들판에 네가 왔는데 걱정이 가득하다면, 말 다 했지.”


“보리야, 넌 우리가 밤톨일 안 만날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준 거야? 난 이렇게 초롱일 밤톨이랑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아, 그건 우리가 방임주의자라서야.”

“워우.”

푸른이의 안 좋은 점이 뭔지 알아? 감탄의 리엑션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거야. 나한테 배운 건가? 아니, 쟤도 원래 나만큼 멍청한 녀석인 거지. 하……. 고생길이 보이는 듯…….


“둘이 그러기니? 푸른인 자기 역할을 최대한 수행하려 한 거야. 걔가 그런 선택을 한 거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아?”

“그냥 우리가 싫은 거겠지.”

“무슨 소리야? 푸른인 우릴 좋아하는데?”

하……. 그래, 고민해 봤자야.


“그 정도면 됐어. 다음 질문이야. 너흰 왜 다른 애들한테 그렇게 못되게 구니? 애들이 불편하다잖아.”

“애들이? 불편해? 우리가?”

“아하하, 여태 모르고 있었어? 진심으로? 연기하는 거지?”

“그게 불가능한 건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그럼 넌 알고 있었다는 거야?!”

“우리 사이에 연기할 필요가 있어? 딴 애들은 몰라도.”

“너~~~~!!!!”

푸른이 말이 반은 맞았네. 보리한텐 과민반응일진 몰라도, 사랑이마저 싫어할 만 해. 저 여자애… 아니 나무껍질같이 생긴 년은, 정말 보라급 왕재수잖아? 오해하진 마. 조금 거친 구릿빛 피부의 여자애라서 그래.


“그래~, 이제 이 권력관계가 뭔지 알 거 같네.”

“넌 딱 내 스타일이야. 그래야 우리 자연파지! 쓸데없는 건 확확 넘어가자고~~~! 그게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합리적인 거잖아?”

“네 맘대로 날 끌어들이는 건 그만하지? 난 네가 싫거든?”

“아하하, 그래? 어째서?”

“그야 넌…….

“난?”


으!!!! 이걸 굳이 얘기해야 하는 거야?

“짜증나니까. 남들을 불편하게 하는 스타일이야. 적어도 나한텐 마음이 따뜻해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어째서 너랑 보리가 파트너인지, 감도 안 잡힐 정도야. 둘이 잘 지낼 수 있는 거 맞아?”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아무 문제없으니까.”

“그래?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할게. 어째서 그런 거지?”

“그야 우리 둘은, 다루기 껄끄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변태니까.”

“아니, 아까부터 표현이 좀 거시기하지 않아? 충분히 더 정확하고 조화로운 표현이 있을 텐데?”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귀찮아.”

“하……. 그거야 인정이지만,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너도 그렇거든?!”

하……. 이게 얘들 방식의 티격태격인 거군…….


“그럼, 다루기 껄끄러운 건 뭔데?”

“너희들이 우릴 불편하게 느끼는 주제들 말이야.”

정말 얘들도 그렇지만, 여기 있는 애들은 하나같이 말을 모호하게만 하려고 환장을 한 거 같아.

“그게 뭐냐고!”

“구체적으로? 흠~, 너무 많으니까 한 가지만 예를 들도록 할게. 나랑 애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환경 문제가 좋을 거 같아.”

아니, 아니야.

“그건 저번에 보리랑 했잖아.”

“엔트로피? 아니야. 내 분야는 엔트로피 심리학에 가깝지. 난 물리법칙이 어쩌고는 잘 몰라. 다만, 명확하지만 피하고만 싶은 진실을 다루지.”

흠~.

“계속해봐.”


있지, 오해하지 마.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는 문제야. 우린 이미 이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야. 난 거의 100% 확신해. 왜냐면 우린, 우리의 소비 프레임을 탈출할 수가 없거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린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우린 지구에 대해 태초부터 관심이 없었지. 뭔 헛소리냐고? 이봐, 우린 집을 직접 지어보지 않는 이상, 집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종족이야. 우리가 지구를 만든 건 아니잖아? 지구는 그냥 주변에 있는 거였다고. 현대사회 개인의 입장은, 발달된 기술도 지구도 그냥 거기 있는 것들이라서 가져다 썼을 뿐인데, 기술 때문에 지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뭔 상관이래? 그건 지금 눈앞에 있는 두 가지 도구를 쓰지 말라는 얘기잖아? 모두 마음속으론 이렇게 생각할걸? 아, 몰라. 지구 따위.


“그건 미친 생각이야. 실제로 그렇다는 건, 절대로 증명할 수 없어. 그런 것에 대해선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는 거라고.”


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적어도 우린 미치지 않았어. 우리 방식으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지. 좀 나사가 나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 근데, 우린 곧 쇄락할 자연 속에 영원히 방치된 상태라고. 모두 조금씩 제정신이 아니어도 이해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거야.


나도 마음 같아선, 그렇게 침울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싶어. 나도 너와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진심으로 그러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하지만 지구가 무너지는 걸 막는 건 불가능해. 이건 정말 확실한 사실이야. 어째서 그렇냐고? 아까도 말했지만, 난 엔트로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야. 엔트로피는 훌륭한 발견이지만, 이렇게 열을 올리면서 토론할 만큼 복잡한 문제가 아니지. 어떤 것이든 결국엔 무너진다는 건, 대단하고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야. 우리가 그거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해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내가 얘기하려는 범위는 조금 달라. 물론 이것도 이미 예전에 결과를 바꿀 수 없게 되었지만,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몇 세기의 기회가 있었던 범위야. 예시를 들어볼까? 적어도 우린 일회용품을 이렇게 막 찍어내지 않을 수 있었어. 내가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깊게 생각해 봤을 때 떠오른 건, 일회용품에 관한 거였지. 그리고 이미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어. 그만큼 일상에 가깝고 쉬워 보이거든.


물론 일회용품을 대거 줄일 수만 있다면, 쏟아지는 쓰레기의 기세를 조금은 꺾을 수 있을 거야. 모두가 조금씩 의식하면, 노력에 비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정도로 정말 효과적인 펀치가 될 수 있을까?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에겐 지금 당장이라도 효과가 있어서, 지구의 부담을 바로 줄여줄 방안이 필요하니까. 그만큼 우린, 생각보다 훨씬 더 벼랑 끝에 몰려있거든. 그런 맥락에서 누군가는, 이런 작은 실천들이 방대한 탄소배출량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하지. 그들은 우리의 산업구조와 기업들의 레이싱에 관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해.


맞는 말이야. 아니,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난, 그것마저 중요한 문제나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있지,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린 무소유정신 비스무리한 실천이나 수양, 혹은 올바름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란 거야.


그럼 뭐가 진정한 해결책일 수 있냐고? 바로 그게 문제인 거야. 우리에겐 현실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란 말이야. 우린 아직 그런 해결책을 찾지 못했어. 심지어 아직도 그럴 수 있는 편리한 해결책이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지. 동시에 우리가 아직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이란 것들은 오히려, 우리가 이 벼랑 끝까지 오게 된 모순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우리가 고안한 시스템적인 해결책이란 것들은 죄다, 책임전가형이거나 기술개발형이지. 실천형들은 사실상, 개인에 한정되고 있어.


한심하게 그러고 있는 이유가 뭘까? 단순한 거야. 우리 문명의 근간이 모순적이기 때문이지. 있지, 획기적으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란, 정말 단순한 거야. 마치, 빈부격차의 해결책과 같지. 모두에게 같은 부를 나누는 거와 모두가 일회용품을 일절 쓰지 않는 것은, 같은 선상의 해결책인 거야. 모두에게 같은 부를 나누는 실험은 어땠니? 모두가 알듯이, 대실패였지. 그냥 누군가의 야심을 위해 이용된 이론에 그치고 말았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확실하고 단순한 환경오염 해법도 마찬가지야.


계속 일회용품 얘기를 해볼까? 가령 일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하고, 그것에 법적 강제성이 있으며, 사람들마저 순응적이라고 쳐. 그게 무슨 소용이지? 나머진 다 그대로일 뿐이야. 그저 배달음식에 딸려오는 젓가락이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야. 한 번 쓰고 버리는 편리함에 우린 정~~~~말 많이 의존하고 있잖아. 뭐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죄다 그런 옷을 입고 있어. 분명 어떤 것의 포장여부도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을 거야. 모두가 에코백 속에 텀블러나 개인 수저를 챙기고 다니는 걸론 어림도 없을 정도로, 그 불편함은 말이 아닐 거야.


하지만 불편함도 인내한다고 치자. 여태 누려온 편리함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 버리자고. 그런다고 문제가 없을까? 난 아직,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해. 모두가 합의해서 일회용품을 최대한 만들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다면, 일회용품 사업에 생계가 걸린 사람들의 이권은 어떻게 하지?


그냥 사람 몇 명일뿐이라고? 맞아, 정말로 웃긴 일이야. 분명 지구가 망하는 것보단, 그 사람들 몇 명이 거지꼴을 감수하는 게 훨씬 의로운 일인 거 같아. 하지만 우린, 그들의 이권을 무시할 수가 없어. 모든 사람이 이권으로 숨 쉴 수 있는 게, 우리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체계니까.


고작 일회용품으로 이렇게나 거창하게 생각할 수 있어. 이 사회의 어떤 부품도 사소하지 않다는 거지. 일회용품이 뭔 거 같아? 편리한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거야. 쉽게 쓰고 버리는 것이 바로, 현대 인류 행동의 근간이거든! 그건 우리가 주로 쓰는 제품이 되어서, 우리 옆에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는 거야. 그것들은 우리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고. 좀 많이 버려도 조금이라도 더 편리해지길 바라는, 공공연한 기술들 말이야!


결국 무슨 말이냐고? 이건 단순히 쓰레기 몇 개 줄이려고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결정이 아니란 거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권을 절반 이상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그게 가능하다고 봐? 웃긴 일이지. 모두에게 환경파괴를 막고 이상기후현상을 극복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예스라고 할 거 같은데, 아무도 자기가 착취한 에너지를 다시 흩뿌리지 않을 거라는 말이야. 환경운동가들이 실천하고 있지 않냐고? 여태 뭘 들은 거지? 그 사람들이 정말, 모든 걸 내려놓았어? 난 모피 사용을 그만하자는 시위는 봤어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덜 생산하자는 건 본 적이 없어. 내 눈엔 그 사람들도 이걸, 흥미 본위의 콘텐츠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아. 무슨 알량한 양심을 위로하기 위한, 소꿉놀이라도 하는 거 같아.


끝으로 범국가적인 환경 협정들도 마찬가지야. 가장 거대한 탄소 공장 두 개는 어떤 선택을 했지? ‘그래, 우린 계속 편하게 살 거야. 세상이 망해도, 우린 번영할 나라거든’이라며 미친 선포를 하고 있는데, 어떤 대응도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야.


우린 우리가 정말 급박한 상황에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지. 많은 이들이 불편할 무언가를 소비시킬 수 있는 방안이란 게 존재할까? 불편한 소비라는 게, 가당키나 한 전제일까? 그 방안이 존재하고 고안할 수 있다고 해도, 지구는 그 사이에 이미 끝나있을 거라고 봐. 우린 모든 걸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사회에 살아왔어. 돈은 가장 편리한 도구지,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잖아. 우릴 불편하게 하는 건 소비가 아니라, 심각하게 폐활량이 적은 우리 집, 지구 그 자체인 것만 같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도 너무 많이 벗어나있는 거야.


암울한 현실을 제쳐두더라도, 여기서 우린 정말 흥미로운 사회학적 관점을 탐구할 수도 있지. 뭔가 감이 오지 않아? 이 문제가 우리의 모순에서 생겨나는 다른 문제와 합동인 거 같다는 직감이 들지 않느냔 말이야. 난 한 가지를 찾았어. 내가 보기에 환경 문제는, 군비전쟁이랑 비슷한 거 같아.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 간단한 아이디어야. 평화가 보다 강력한 무기와 긴장감으로 만들어진다고 믿는 모순이 환경문제랑 닮은 거 같다는 말이야. 모두가 진짜 평화를 얻는, 단순한 방법을 알고 있지. 환경을 지킬 방법을 알고 있듯이 말이야. 모두가 무장을 해제하고, 모두의 소유와 소비를 좀 많이 포기하는 거야.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남보다 못 가지거나, 조금이라도 신변에 위험이 생길 거 같은 도박을 바라지 않는 거잖아? 이런 인간 사회의 심리에 대해선, 정말 끝없이 연구할 수 있을 거야. 허용된 시간이 너무나 짧을 확률이 너무나 높지만 말이지……. 적어도 오늘은 우리끼리, 인간사회가 ‘자본’과 ‘폭력’이라는 실존을 넘어설 방법은 없을 거라는 추론은 달성했네.


알아, 정말 위험한 발상인 거.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가 되지? 정말 위험한 건 내 세치 혀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의 진실이야.


“너 진짜 나쁜 놈이다.”

“그럼. 칭찬 고마워.”

“허! 뻔뻔한 거 봐!”

그래, 초롱아! 바로 그거야!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난, 내 역할을 하고 있는 거잖아?”

…….


“네 역할이란 건, 그런 거야?”

…….

“오, 그럼 초롱아. 난 환경에 대해 가장 직관적인 분석을 하려는 감수성이야. 세상을 좋아하는 감정들을 겨우 긁어모아 만들어졌지. 그건 정말 힘든 과정이었어. 난 너무 흐릿하고 불안정하거든. 다행인 건, 우리가 사회에 꽤나 큰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지.”

막아야 하는 걸까?

“뭐 좋아, 그렇다고 쳐. 나랑 너 그리고 보리가 같은 과라는 건 무슨 말이지? 난 너랑 다른 거 같은데? 어떤 자신감에서 나오는 헛소리야?”

그래야 할 거 같은데…….


“우리 셋은 모두, 원초적으로 순수하다는 거야. 우린 자연을 닮은 부분들이지. 정말 희미하고 불안정해서 누구보다 약하지만, 가장 강렬한 감수성의 원천이야. 우린 죽어가고 있는 ‘우리’라고. 우린 이 동면을 가장 먼저 끝내야 하는 존재들이야.”

정말로 안 되겠네.

“그쯤 하지? 너도 의미 없이 끝내는 건 싫을 텐데?”

“어우, 당연하지. 우리 목구멍은 포도청이니까, 보스 말에 따라야죠.”

하……. 시발…….

“…….”

…….


“있지, 애들 말처럼 넌, 진짜 나쁜 아이인 거 같아.”

“그럼! 애들이 너한테…”

“그래, 그래서 나쁘다는 거야. 게다가 멍청하지. 나한테 굳이 이 이상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도 돼. 그게 모른 척 넘어가야 하는 주제란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정말 효과가 있었네. 흥미로워.”

정말 왜 쟨 계속 긁어 부스럼일까?

“계속할게. 넌 진짜 나쁜 아이야. 때로는 진실이 옳지 않다는 걸, 모르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진실은 진실일 뿐이야. 그걸 무기로만 사용한다면, 진실은 그 빛을 잃을 거야. 어디까지가 진실을 진실답게 하는지를 알아낸다면, 넌, 네 말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 거야. 놀라운 생각이지?”

“고마워. 근데, 진실이 정말 그런 걸까? 네 말처럼, 진실은 진실이잖아? 그렇게 막 편리하게 상황 따라 변하는 쪽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처음부터 끝가지 저러네.


“그래, 애매모호하게 말한 건 인정해. 그래도 너 자신이 변하지 않는 한, 네가 나쁜 아이란 진실이 변할 일은 없을 거야. 적어도 우리들에겐 말이야.”

!

“? 잘 이해가 안 되네.”

“오늘 만나서 반가웠다는 거지.

초롱인 녀석에게 손을 내밀고 있어. 녀석이 누군가에게 악수를 청한 건 처음이야. 그야, 안 어울리니까. 초롱인 좋으면 포옹하고 아니면 삐지는 앤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초롱일 결국, 우리가 바꿔버린 걸까? 이게 정말 유일한 길인 걸까?


“또 만나자. 기대하고 있을게.”

밤톨의 손을 흔들면서 초롱이가 한 말이었어. 밤톨인 왜인지, 전에 없을 정도로 만족한 표정이었지. 심지어 나한테

“있지, 푸른스. 네가 한 헛짓거리 중에선, 이번이 제일 괜찮은 거 같네. 축복은 못해주지만, 계속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 정도는 해둘게.”


‘너흰 진짜 나쁜 아이들이야. 사랑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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