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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Jan 14. 2020

아침 일찍 일어나는 소라게 이야기

feat. 미라클 모닝

2020년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났다.
어마 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아주 악독한 일도, 그렇다고 대단히 좋은 일도 있지 않다.

그저 편안한 보통의 일상일 뿐이다.

아무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트레저 헌터와 한국일보, 테이크투가 합작해서 세운 크리에이터 육성기관의 장학생으로 유튜브를 더듬더듬 시작했고 미라클 모닝(할 엘로드, 데이비드 오스본 지음)을 읽으며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갑자기 아침 바람이 분 이유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의 공통점 때문이다.

스타벅스 회장님 하워드 슐츠는 5시 30분이면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건강한 아침을 먹는다. 6시가 보통 출근시간이다.
미셸 오바마는 4시 30분이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3시 45분에 일어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체육관에 간 후 커피를 챙겨 회사로 간다.

하루를 늦게 시작해서 좋지 않았던 경험은 스물아홉 해 동안 충분히 했으니 앞으로는 이 사람들을 닮아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미라클 모닝이 권장하는 이상적인 기상시간은 따로 없다. (표지에 그려진 알람시계에 AM6:00라고 적혀있긴 하다.) 대신, 아침시간에 수행할 여섯 가지를 소개한다.

1. 목표를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의 시간
2.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말
3. 오늘 하루가 성공적으로 흘러갈 것을 시각화
4. 체력을 위한 운동
5. 최소 10쪽 이상의 독서 (1년이면 3,650쪽!)
6. 오늘 해야 할 4~5가지 항목을 포함한 글쓰기

처음 이 여섯 가지를 접했을 때 이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저걸 다하려면 4시간은 걸릴 거라고.
실제로 처음 일주일은 그랬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새해 계획을 충분히 음미한 후, 강아지를 끌고 산책 겸 조깅을 하고, 책을 읽고, 계획표에 가까운 글을 쓰고 나면 6시에 일어나도 집을 나서는 시간은 10시 안팎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는 일정을 수정해봤다.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다니 자꾸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출근시간이 고정되어있으면 어찌어찌해내는 것처럼 시스템에 나를 넣기로 한 것이다.

침대에서 하던 묵상은 집 앞 교회 새벽예배로 바꿨다.
5시 예배에서 한 해, 하루,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도를 하고 나면 40분쯤 끝난다.
강아지를 끌고 조깅하던 것을 대체할 운동은 아직 못 찾았다. 홈트 동영상이라도 봐야 하나.
밥을 먹고, 씻고, 신문 사설 2개를 읽고, 글을 쓰기로 한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벌써 7시 30분이다.
아직도 나의 미라클 모닝은 갈 길이 멀었다.

약 14일간 하루 성공하고 이틀 실패하며 아침형 인간 되기에 힘쓰는 까닭은, 단순히 스타벅스 회장님처럼 되고 싶어서는 아니다. 그렇게 큰 꿈을 꾸기에 앞서
내가 새로운 집을 찾아 헤매는 소라게이기 때문이다.




소라게는 피부가 약해서 다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지낸다. 소라게가 몸집이 커지면 더 큰 껍데기를 찾아 나서야 하는데 이때 가장 위험한 상태가 된다.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말랑한 피부를 그대로 노출한 채 돌아다녀야 하니까. 하지만 그 여정을 거치지 않으면 소라게는 불편한 집에 끼여 살아야 한다. 나에게 맞는 환경을 위해서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퇴사를 했다는 말보다 예전에 회사를 다녔었다는 말이 더 입에 붙는 지금. 나는 아직 안전한 껍데기를 못 만난 듯하다. 연남동 작은 공방을 오픈한 지 81일째 되는 오늘. 매번 공방 앞에 던지고 가시는 단기대출 명함 치우는 일도, 매일 물걸레질로 바닥을 쓸고 닦는 일도 아직 어색하다. 월세와 공과금에 대한 걱정은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이런 걱정을 웃으며 추억할 언젠가를 기대하게 하기도 한다.
여기가 나의 아름다운 껍데기라고 믿을 수 있으려면 미라클 모닝이라도 해야 한다.
해봤자 답이 안 나오는 미래에 대한 고민,

오늘에 충실한 것만 한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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