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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Feb 16. 2020

오만함을 반성하며 갇힌 - 황홀한 글감옥.


"주식회사로 창업해야 될 거 같아."

창업가를 돕는 사람에는 두 가지 f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가족(family) 다른 하나는 바보(foolish).
가진 거라곤 무지함과 패기뿐이었던 나를 믿어준 친구가 있다. 나를 가족같이 아껴줬다는 점에서 실수를 한 건 맞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걸음마는커녕 기어가는 것도 힘들었던 작년. 이메일 세팅부터 사이트 호스팅까지 참 살뜰히 도 챙겨줬던 친구에게 나는 모진 사람이었다. 지금은 나름의 화해,를 했지만 친구와 직장동료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폭발했을 때 - 구가 나를 떠나면서 꼬집은 것은 '오만함'이었다.

'네 생각만 강요하지 마라'

차가운 말투로 쏘아댄 말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이 무섭고 아팠지만. 돌아보면 토씨 하나 빠짐없이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월급의 개념도 없이 팀을 꾸린 것만 해도 몹시 건방진 것 아닌가. 수익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면서 왜 [우리]는 이 수준이냐고 한탄했던 무책임한 나를 떠올리면 정말 낯 뜨겁다. 해내지 못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나 하나였는데. 내가 1부터 100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업무를 나누려 하니 뭐하나 제대로 될 리 없었던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 단순한 진리도 모르는 주제에 죄 없는 친구를 많이도 몰아세웠다.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성공사례를 들이밀며 '왜 못해 할 수 있어' 앵무새처럼 반복한 나는 참 멍청하고, 거만했다.

거만,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모습.

이제 막 사업을, 그것도 생판 모르는 심리라는 분야로 시작을 했으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내 목은 왜 그리 곧았을까. 진심으로 배우려는 마음이 없으니 가설이 검증될 리 없고 성과가 날 리 없었다. 그 친구를 시작으로 한 명, 두 명, 다양한 형태로 떠나보낸 후에 오롯이 혼자가 되고 나자, 오만함이라는 죄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내가 제일 잘났고 혼자서도 충분히 다 할 수 있다고 떵떵대는 사람이 갈 수 있는 최대치는 딱 거기까지다. 누가 그 새침한 얼굴을 도와 중 수 있겠는가, 혼자서 잘하겠다는데.

고로 나는 도움의 손길도 성과로 연결하지 못했고,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과 나를 비교하기 바빴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퇴보했다.
특히 팀을 이루어 성공하라는 말이 소스라치게 싫었다.

팀은 개뿔. 아무도 못 믿겠는데 그게 무슨 팔자 좋은 소리야.
애초에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에게 진심 어린 지지를 보내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부정적인 확신이 머리에 꽉 차서 하루 종일 우울의 먹구름을 드리웠다.

비관적인 시각으로 인간관계를 바라보던 중에 나를 충격에 빠트린 단체(?)가 있었으니 박요철 작가님의 스몰 스탭이다.


https://open.kakao.com/o/glWhMZS


스몰 스탭을 알게 된 건 꽤 오래전, 그러니까 2019년 봄이었지만 그때는 내가 한참 대표 놀이에 빠져 상황 파악을 못할 때였으므로 이 무브먼트로 내 삶을 바꿔나갈 생각을 추호도 못했다. '대단하고 좋은 단체네',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것은 '바빠서'가 아니라 '억세게 거만해서'였다.

혼자 알아서 성공할 거라고, 세상에 없는 헛소리를 참 열심히도 곱씹었다.

혼자서는 빨리 갈는지는 몰라도
결코 멀리 갈 수 없다.

그래서 손을 잡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다. 함께, 더 멀리, 더 높이 가기 위해. 스몰 스탭은 정확히 그런 곳이다. 약 500명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본인의 발전은 물론 타인의 성공을 위해 응원한다. 그것도 매일. 1년 365일 조용할 틈이 없다.

세상이 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로 착각했던 나에게 이런 배려와 헌신의 공동체는 이해불가였다. 눈으로 보고도 '도대체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대체 왜?'라는 생각만 들뿐, 내가 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단체의 특징을 몇 가지 설명해보자면,

일단 여기는 교회가 아닌데 매우 헌신적이다.

펀딩을 하거나 출간을 하면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영어를 잘하게 되면 칭찬하고 박수를 보낸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 매일 글을 쓰는 사람들, 아무튼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하루를 위해 작은 습관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 경쟁하기보다 협력하고 질투하기보다 격려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이건 무슨 이솝우화 속 명장면 같다.

그런데 막상 [황홀한 글감옥]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며칠 활동해보니 이유를 알겠다. 자기애에서 비롯된 배려, 타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올바른 자존감.

글감옥에 들어오면서부터 심경이 널뛰기를 할 때마다 글에 털어내곤 했는데 [창업하기 전에 잠깐만요] 역시 좀 지질할지언정 솔직한 표현이었다. 그 날 나는 많이 울적했고 또 그놈의 자괴감에 '이게 다 뭔 짓이야' 싶었지만, 90여 명이 모여있는 카톡방에서 오늘의 우수 글로 (!) 선정된 덕에 배시시 웃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의 마음에 공감하는구나.
그것만으로 오늘을 이겨낼 참 큰 힘이 되더라.


확실히 이 감옥에서 나는 오만함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철저히 피드백하고 있다. 매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미안함과, 겸손함과 올바른 자존감을 배운다.

탁월한 사람은 스스로를 부풀리지 않는다.
제발 나를 좀 봐달라고 주변 사람을 귀찮게 하는 빌 게이츠를 떠올려보라, 그것만큼 엉뚱한 모습이 있나.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여유는 지갑에서 나오지 않는다. 물론 기생충의 명대사처럼 '돈이 다리미'라는 말에도 일부 동의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축하하고, 열정적인 하루를 응원하는 기쁨은 돈과 아. 무 상관이 없다.

 글감옥 5기가 끝났는데 6기가 열리면 이번에는 60일 글쓰기 나도 성공해서 멋진 분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말 테다. 혹시 삶을 진하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 매일 글 쓸 각오는 하시고요(!?)


https://open.kakao.com/o/gSbnzlOb

코드 : prison



오늘도 홍보인 듯 후기인 듯 반성글인 듯 한 글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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