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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Feb 17. 2020

밉상의 기원

어딜 가나 존재하는 그들은 어디서 왔나

결혼식이 많은 2월이다. 올해 4,5월에 윤달이 있어 뭐가 안 좋다고 결혼을 봄 되기 전 몰아하는 추세라나. 서른에 접어드니 주워들은 결혼식 에피소드들도 많다. 좋은 건 다행이라 기억 잘 안 나고 나쁜 건 충격이라 오래간다.


연락 한 번 없다가 갑자기 카톡으로 모바일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워낙 다반사라 짜증 축에도 못 끼고. 서로 겹치는 지인이 많은 혼식 장에서 청첩장을 돌리려다가 신부가 그건 좀 아니지 않으냐고 말리니까 식이 끝나고 커피 한 잔 사면서 주는 경우도 있단다. 결혼을 한참 준비하다가 파혼이 되기도 하고, 시어머니와 전쟁이 나기도 한다. 예민한 문제 앞에서는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인가 보다. 탁월한 인성이건, 뛰어난 이기심이건.


비단 결혼식뿐일까. 회에서 다단계 영업을 하거나 스터디에서 자기 상품 홍보를 하는 것도 내 기준에는 하나같이 밉상이다.


종류도 상황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어딜 가나 존재하는

밉상들.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짜증과 스트레스를 참고 견딜 만큼 성인군자도 아니라서 내 영역을 침해하는 밉상에게 나름의 의사표시들을 해왔다. 교양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거나, 오해가 있었다면 바로잡았다. 그런데 완전체들은 도리어 문제 삼는 나를 속 좁은 인간으로 만든다.


'넌 장난도 이해를 못하니, 센스 없게.'


'어차피 모여있는 김에 내 이야기할 수도 있지.'


밉상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완벽하게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되는데 왜 너희는 말귀를 못 알아듣니', 라는 논리.

니 관점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니라 그게 상대방을, 혹은 소수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 동의할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모든 세계관이 나나 랜드로 짜여있기 때문에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말은 누가 정했는데요?'식의 핀잔만 들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만 아는 사고관은 어떻게 그들의 생각에 자리 잡혔을까. 그런 말과 태도가 통용되는 집단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은 아닐까.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환경. 내 이익을 챙기기 위한 꼼수가 지혜인 세상. 무임승차가 당연한 이들의 눈에 결혼식에 참석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 밥 사고 술사며 청첩장을 건네는 모습이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상식의 정의가 다른 집단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의 전통상 효율성이 예의보다 위에 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모든 관계들을 그렇게 노 기브 벗 테이크 (no give but take)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도대체 주변에 어떤 사람들만 남을까.


 바라건대 나는 그 일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는 타협 불가한 밉상을 만나면 조용히 카톡 삭제를 누른다.

'그. 사. 세'에서 나 빼고 행복하시길 바라며.




당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Life Artist
조윤성

yscho@meah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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