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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Feb 18. 2020

질문하는 그림들

머리아픈 것만 골라한다는 건 안비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76인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데 2018년 2019 전시 수상작과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 상의 수상도서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라 일러스트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원화전의 대상 격인 SM상을 수상한 일러스트는 사라 마제티가 그린 [엘사의 보석].
얼음을 만드는 공주님은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보석을 식빵에서 얻게 되어 성공한 엘사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빨강과 초록의 극명한 대비로 그려냈다. 문제를 이겨내면서 자신을 발견해간다는 스토리와 표현의 독특성 덕분에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사라 마제티 - 엘사의 보석

어린이에게도 어려움은 닥친다.
장애물을 넘어가며 스스로를 발견하는 중요성을 알려주는 그림이라니. 나포함 쿠크다스 멘털이 만연한 2020년의 청춘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러스트인가.

예술가는 사회 전체의 사색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일상에 바빠 생각을 잊을 때, 삶에 대한 성찰을 지속하고 사회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꼬집는 것이다. 요즘에는 여기에 재미의 요소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 노잼이면 안 보니까.

영국의 예술가 존 홀크로프트의 일러스트는 그런 의미에서 정확히 요즘스러운 풍자화라고 할 수 있겠다.

존 홀크로프트의 일러스트


그는 페이스북 좋아요로 EGO, 자존심을 채우는 현상을 개밥그릇에 붓는 시리얼로 표현한다. 나는 좋아요 수에 신경 쓰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매일 수십 번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는 스스로에 뜨끔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존 홀크로프트의 일러스트


매일 옷을 갈아입듯 표정을 갈아 끼우는 것은 또 어떤가.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있던 간에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때는 세상 행복한 사람처럼 웃어야 하는 나로서는 이 그림에 오래 시선이 갔다. 나뿐일까.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하는 엄마들도, 지옥철을 빠져나오며 새로 산 재킷의 단추가 떨어진 멋쟁이 신사도 주간 회의 때는 프로페셔널한 대리님 가면을 써야 하는 것을.



존 홀크로프트의 일러스트


문학보다 소셜미디어의 게시글이 더 큰 영향력을 갖는 모습은 문학의 관에 박히는 못들로 그려냈다. 자세히 보면 못 머리에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의 이름들이 적혀있다. OECD 평균이긴 하지만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기생충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빈부격차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현상을 바라보는 봉준호 감독의 시각 때문이라는 평론이 있다. 빈자를 멸시하는 듯한 부자, 빈자 아래에 존재하는 극빈자, 그들 간의 갈등과 기생의 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나름의 유머와 스릴을 부여했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덮어놓고 있던 계급 현상을 다시금 꺼내어보게 만든다.


나는 어디에 위치해있나, 

('나에게도 냄새나는 거 아닐까?')

계급을 바라보는 나의 입장은 어떠한가,

('불쌍한 사람, 잘한 사람이 있나?')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결국 기우는 계획을 이룰 수 있을까?')


질문은 평화롭던 삶에 균열을 만드는 일이다.


문제가 없다고 여겼던 일상에 '정말 그래?' 삐딱한 시선을 던지고,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에 '왜 안돼?' 딴지를 걸고, 세상은 원래 다 그렇다고 믿었던 시각에 '그런 법은 누가 만들었냐' 변기를 갖다 놓는 일을 하는 것이다.

(뒤샹은 작품은 정통적인 방식으로 완성된다는 사상에 반기를 들고 모든 사물은 예술가의 사유를 통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레디메이드 정신을 들여왔다, 남성 소변기를 통해.)


생각할수록 머리 아픈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는 것 - 오늘날 예술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당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Life Artist
조윤성

yscho@meahproject.com

010 7229 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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