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 치유미술공방을 연 것은 5달이 조금 넘었지만 회사를 세운 건 오늘로 꼭 1년째다.
가끔 만나는 대표님들과 우스개소리로 ‘저 사업 시작한 날이 만우절이에요. 창업한 게 거짓말이면 좋을텐데’ 하면 다들 공감하면서 웃프다고 하신다. 웃기면서 동시에 슬픈 경험들. 내가 이러려고 사업하나 한탄도 했고 죄없는 엄마 아빠 앞에서 악다구니를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365일을 살아냈구나.
과거에는 신생아들이 한 살이 되기 전에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열두달을 잘 ‘돌’았다는 의미로 돌잔치를 했다. 큰 고비 넘겼으니 이제 건강하게 무병장수하라는 의미에서. 이 대목을 읽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맨날 ‘힘들어 죽겠어요’를 입에 달고 살지만, 대출도 안 받고 지인에게 돈도 안 빌리고, 살아남았다. 스스로에게 ‘넌 언제 잘 되려고 그러니’ 타박만 했었는데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것을 기특하게 여겨주어야겠다.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에서는 그릿과 열정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으며 환경의 변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환경의 변화는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부여된 역할의 변화도 의미한다. 저자는 위탁 양육을 한 경험을 들며 부모가 처음이지만 그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역할들은 준비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준비가 되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역량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나는 준비되지 못한 창업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대표라는 직함을 어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된 후에 엄마의 마음을 배워가는 것처럼, 창업 덕분에 배워가는 것들에 감사해야겠다. 하나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그 자리를 나의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창립기념일에 선물도 주고, 쉬기도 했었다. 나도 한 살이 된 회사에게 작은 선물을 해야겠다.
1년동안 수고해준 고마운 나의 회사.
크고 작은 파도들을 많이 맞았으니 올해부터는 부디 꽃길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