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에게서 달아나는 세 가지 방법

by 윤성씨

어제는 진짜 웃긴 하루였다.


펀딩 진행 중인 그림일기책의 4차 샘플을 맡긴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한글 파일이 아닌 디자인 파일로 출력 제본을 해본 적이 없는데다 인디자인을 다룰 줄도 모르니 나는 나대로 답답하고 인쇄소는 인쇄소대로 답답해했다.

"이렇게 하시면 정말 안 되는데..."

열 여섯 번 정도 통화하면서 사장님은 한숨을 푹 쉬셨지만, 어쩌랴. 결국 어찌어찌 파일을 넘겼다. 감사합니다와 죄송합니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나서 [완성품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기고 나니, 진이 쭉 빠졌다. 아직 11시밖에 안됐는데 말이다. 게다가 펀딩도 55명의 후원자에서 이번주 내내 멈춰있다. 나의 홍보력이 부족하거나 제품이 별로라는 말인데 둘 중 어느 쪽도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햇살이 따사로운 4월의 멋진 날에 나는 녹아내린 촛농처럼 울적해졌다.

부정적인 생각끼리는 매우 돈독하다. 일단 걱정이 틈을 타면 사돈의 팔촌까지 죄다 불러다가 편안함의 목을 조른다. 한 번 시작된 걱정과 근심은 멈출 줄 모르고 공방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안 그래도 할 일이 산더미인 내 손을 꽉 잡았다.

'어쩌려고 그래, 어쩌려고.
이대로는 안된다고, 안된다고.'

고개를 한 번 세차게 젓고 다시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어제는 그게 잘 안됐다. 머리로는 이미 잘 알고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그런데 정작 실천해보려고 하면 그대로 안되는 게 내 생각, 내 기분이라는 놈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걱정에게 시간이고 몸이고 다 내어주고 눈물만 줄줄 흘리게 된다. 어떻게든 기분 전환을 시켜줘야한다! 쫀득한 파파도나스 같은 걸로.


그래서 봄날이 둥둥 떠다니는 연남동의 골목으로 나왔다. 건너편 골목에 있는 도넛집에서 천 원 짜리 누텔라 도너츠를 사서 돌아오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약 이십분. 중간 중간 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잠깐 멈춰서 사진도 찍었으니 충분한 휴식이었다. 돌아와서 공방 불을 켜니, 걱정은 온데간데 없다. 방금까지 이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마음이 부서져버릴 것 같았는데 고작 이십분 사이 멀쩡해진다는 것이 참 우습다.


이 우스운 '걱정 쫓아내기' 원칙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려 한다.


하나는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단,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일로. 타자를 부서져라 치는 것은 좋지만 부담감을 느끼며 일을 하려고 하면 효율은 더 떨어진다. 차라리 아무말이나 마구 쏟아내고 삭제해버리는 게 낫다. 나는 걱정이 엄습할 때 종종 색연필로 낙서를 하는데 꽃이나 별이나 눈동자나 아무거나 그려놓고 나면, '내가 아까 걱정했던 게 뭐였지?' 생각이 안 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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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째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스트레칭이나 달리기같은 운동이 더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설거지나 청소도 훌륭하다. 나는 종종 머리가 아플 때 물걸레질을 하는데 반짝반짝 깨끗해진 바닥을 보고 있으면 기분까지 개운해진다.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거나, 큼직하게 기지개를 켜거나. 어떤 것이든 좋으니 걱정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하게 온몸으로 저항해보는 것이다, 눅눅한 근심걱정이 어깨 위에 올라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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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시야를 움직이는 일이다.

특히 자연을 보는 일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회사원 시절에는 일이 잘 안풀리거나 혼이 나면 종종 옥상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탁 트인 파란 하늘에서 유유자적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얼마나 크고 넓은 지, 그에 비해 내 걱정은 얼마나 작고 짧은지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하늘도 좋고, 꽃도 좋고, 나무도 좋다. 잠깐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 한결같이 잎을 틔우고 떨구는 자연을 바라보자. 눈도 쉬고 마음도 쉬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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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하루가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또 11시다. 오늘도 서너시쯤 되면 나른해져 일이 잘 안풀린다고 징징댈 지 모르고, 해가 지면 금요일인데 나는 놀지도 못하고 이게 뭔 팔자야 한탄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식의 나쁜 생각이 문을 두드려도 오늘은 결코 놀아나지 않겠다. 달밤의 체조를 하건, 공방 대청소를 하건, 걱정을 물리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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