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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Nov 03. 2020

애증의 브런치북, 3번째 도전


"으어어어!!!"

호머 심슨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소리를 내며 [응모하기]를 눌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nocking-off



이로써 브런치북 프로젝트 3 수생이 되었다.

끈기라고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내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도전을 하는 것이 나부터도 신기하다.


처음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접한 것은 2017년 봄이었다. 마침 남자 친구와 헤어져 정신줄을 놓았었고,  많아진 시간과 생각을 쏟을 때가 필요했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순전히 자기 위로 같은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있을법한 연애소설>이다.




딱 지원 최소 수량까지만 채우고 그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나도 그 막장(?) 스토리가 재밌어서 공모전 마치던 날까지도 이어갔다.

열심히 신명 나게 썼으니 당선 기대해봐도 되겠지? 

했는데 캘린더에 저장도 해두고 알림까지 설정해놨던 선정 발표일에 내 이름은 없었다. 엉엉. 속상해서 동네 친구까지 불러다가 하소연을 했더랬다.


최근 그 소설로 첫 번째 책을 내는 과정에서 낙방의 이유를 절감했다. 오타도 왕창 많고 여러 번 읽어야 겨우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고 아무튼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선택받지 못한 섭섭함이 잊힐 무렵, 다섯 번째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열렸다. 토님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였다.  이번에는 기필코 선정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컨셉까지 잡아가며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소설을 썼다. 15편까지를 채우려고 마지막 날 11시 59분에 마지막 글을 업로드했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나름 골똘히 궁리했다지만, 이번에도 역시 준비가 미흡한 응모였다.  





그래서 그때의 글들은 나 혼자 보는 글 창고에...

언젠가 빛볼날 오길 바라며 쌓여있다. 2번 미끄러지고 나니까 한동안 '난 브런치랑 안 맞나 봐' 생각도 했다. 하지만 또 쉽사리 다른 곳에 글 쓸 엄두도 안 났다. 그래서 그냥 하던 대로 - 생각나는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으며 3년을 보냈다.


그 3년이 내 서른 평생 중 가장 다이내믹한 기간이다. 좋을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었지만 보통 글은 슬플 때 잘 써진다. 그래서 나는 띄엄띄엄 감정의 극단들을 적었다. 쓰다 보면, 글을 쓰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위로가 됐다.

적어도 내가 한 가지 쓸모는 있다는 기분.


그렇게 브런치북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글을 적어오던 어느 날, 여덟 번째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열렸다.

이번에는 한 가지 주제로 브런치북을 만들어 올리는 형식이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포스터를 읽다가 가위바위보도 삼세 판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고, 일곱 번 업의 형태를 바꾸고, 지금도 끊임없이 바꿔가는 과정에서 하소연하듯 적어온 그간의 기록을  조금씩 고치고 다듬고 추가해서 만든 첫 번 째 브런치북. 한 달 동안 역대 수상작 조사도 하고 글 쓰는 모임 분들과 프로젝트 방까지 만들어가며 열심을 냈다. 이번에도 마감 마지막 날에 아 역시 안 될 것 같아 포기할 뻔했지만, 그간 써온 글들에게 미안해서 엮었다.


퇴사하겠다고 말했던 그 날부터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어디 돈 안 빌리고, 어찌어찌 입에 풀칠은 하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  2년 6개월 간의 솔직한 기록. 사실 이제 퇴사했다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만큼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혹시 누가 퇴사하고 뭐했냐고 물어보면 보내줄 링크가 생겨서 기쁘다.

어쨌든, 쓰길 잘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nocking-off


브런치북 프로젝트 3 수생의 첫 번째 브런치북, 읽어주시면 복 받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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