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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Jun 15. 2024

혼자서는 한 발도 못간다 - 우리팀과 함께일하기

사장님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80 아니, 90%가 직원에 대한 고민이다. 직원 고민 없는 사장없고 상사 불만 없는 직원 없는 게 상식인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장님은 아무도 없다. 모두 행복하고 싶고, 즐겁게 일하고 싶고, 자발적으로 알아서 잘 일하고, 쉬고, 잘 살고 싶다.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

많은 책들에서 세계 각국 다양한 사장님들이 (또는 교수님들이) 각자의 조언을 한다. 가치가 중요하다. 문화가 중요하다. 시스템이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한 말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며 문화를 생각하자니 오늘 하루의 매출이 더 걱정이고, 시스템 중요한 건 나도 알겠는데 어디부터 손 대야 할 지 모르겠어서 고민일 뿐이다. 작은 가게의 사장님으로서 나는 생각한다.
잘 일하기 위해서는 잘 뽑아야 한다고.


벌써 6년. 그 간 참 여러 사람과 일했다. 정직원, 계약직, 어쨌든 풀 타임으로 근무한 계약서가 10장은 훌쩍 넘는다. 성격도, 배경도, 직무도 다른 사람들과 일하면서 성장의 기반이 된 고마운 인연도 있었고 다시 곱씹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경험도 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이제 완전히 아는 것은 잘못된 사람은 없고, 스스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교도소 담장 안의 흉악범들조차 자신이 비난받을 짓을 했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당신이나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 카네기 인간관계론]


타인의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A를 B라고 설명, 설득까지는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A는 B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과 일하는 편이 낫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서도 그렇다.


작은 회사가 줄 수 있는 건 아주 적다. 월급을 대단히 많이 줄 수도, 뛰어난 복지와 혜택을 줄 수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나와 함께 일해줄까? 역지사지로 생각해도 경쟁력이 없다. 작은 회사가 줄 수 있는 아주 작지만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 나도 퇴사 후 처음에는 무보수로 일한 적이 있다. 많다. 그 때 나의 동기는 배움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즐거움이었다. 지금도 입사 지원서를 보면 지원 동기에 배움이 가장 많다. 배우고 싶다. 알고 싶다. 면접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엇비슷하다. 나중에 사업을 하고 싶은데, 쇼핑몰을 하고 싶은데, 경험하고 싶다. 그렇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일 하나만큼은 최고로 잘 알려주고,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곳을 원하는 건 아니다. 지원 동기로 '배움'을 말 하는 사람 역시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줄 수 있는 '배움'이 무엇인 지 정의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도서 구매비를 지원합니다,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결제해 드립니다, 이런 식의 배움을 제공할 지, 우리 회사는 성과 목표를 세우고 매 주, 매 달 측정하면서 달성 시 성과급을 지급합니다, 이런 식의 실생활형 성장 경험을 제공할 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배움의 결에 동의하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나도, 그 사람도, 만족할 수 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직무를 떠나 어떤 사람이 우리와 맞는 지는 사장님 속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나는 크게 3가지 문장을 적어두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우리와 맞다고 판단한다.


1. Enjoy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좋아!"

어차피 할 일 재밌게 하자. 똑같은 부품 속 하나처럼 일하지 말고 집덩어리를 들어올리는 열정으로 일하자.


2. Proud "그거 내가 했어!"

이왕이면 잘 하자. 자랑스럽게 주변에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을만큼 잘 하자.


3. Archive "어제보다 나은 나"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자. 지난 달의 나보다 더 멋진 나를 꿈꾸며 일하자. 


이 문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면 같이 잘 살아보면 된다. 

사람마다 일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누군가에게 일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아 실현의 도구이며, 누군가에게는 재밌는 프로젝트다. '일이란 자고로 빨리 끝내고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빠른 퇴근과 효율적 업무 환경을 갖춘 곳이 최고의 일터다. '일을 하면서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반복적인 업무와 달라지는 없는 일상은 지루함을 있다. 반대로 책임을 지는 것보다 단순 업무를 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업무에 맞는 사람이 일할 오래, 책임감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있다.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맡은 직무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빠르고 꼼꼼해서 '패킹' 업무에 지원했는데 단순 반복 작업을 지겨워하고 일하는 내내 소통하지 못하는 환경을 답답해하는 성향일 수도 있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맡게되는 직무에서 빛이 나는 사람이 반대의 업무를 하게 되면 처음 달은 일을 하는 같이 보이다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니까. 그러면 다시 또 처음부터 새로운 사람을 뽑고, 가르치고...  피곤하다. 애초에 직무에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게 사장님의 일이다. 


직무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업무의 핵심 가치를 알고 있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성실, 다 필요 없고 아이디어, 일단 꼼꼼함, 이런 식으로 한 두개의 가치를 정해두고 그 가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 기본적인 성향이 우리와 맞고 (Enjoy, Proud, Archive) 핵심 가치가 필요한 직무와 들어맞으면 일을 시작했을 때 불만족할 확률도 적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항상 터진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일하니까.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집에 수도가 터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오만 가지 변수들 앞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왜 모두 내 마음 같지 않은 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불평은 늘상 감사가 부족해서 나온다. 

문제 앞에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은 '감사'다. 나와 함께 일해주는 사람들은 정말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앞서 인식한 것 처럼 작은 회사는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배움이며 가치며 뭐로 포장해도 나보다 큰 회사가 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에 비해 쥐꼬리만할 것이 분명하다. 그걸 다 알면서도 이 회사와 함께 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선택이다. 희생이다. 지금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의 표현이다. 그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이 것만 기억하고 있어도 문제의 90%는 해결된다. 갑자기 터지는 문제들 중에 그 사람이 원해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낫다. 물론 호이를 둘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만, 그 지경이 되면 이별도 코 앞이다. 흉악범도 스스로 비난받을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호이가 둘리되는 경우보다는 사장님이 마음을 잘 살피지 못해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나는 더 많았다.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한다. 나쁜 것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단체 사진에서 내 얼굴 먼저 찾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모두 좋은 사람이고 싶어한다. 좋은 사람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의 최선이 지적을 받으면, 좌절한다. 의욕이 꺾인다. 일하는 사람을 힘빠지게 해서 벌어지는 모든 손해는 사장님 몫이다. 그러니까 피드백이라는 명목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비평, 지적은 아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잘못된 방향을 올바르게 트는 것, 당연히 필요하고, 실수에 대한 대책 마련도 있어야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곱씹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혼자 알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계속해서 표현해야 한다. 정말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칭찬도 두루뭉술한 것보다 명확한 게 좋다. 이거 정말 예쁘네요, 보다 이 폰트랑 배경이 사진이랑 정말 잘 어울려서 한 눈에 들어오네요, 가 낫다. 어제 그거 참 잘했네요, 보다 최근 주문량 파악해서 지난번 보다 더 많이 발주하신거죠? 잘했어요, 가 낫다. 


성향이 맞는 곳에서, 칭찬 받으며 일하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엄연히 회사는 일터다. 일자리의 첫 번째 목적은 생활 영위다. 안정성과 급여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일이 잘 되어갈 때나 아닐때나 절대 한숨을 쉬어서는 안된다. (내가 진짜 못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는 잘 하고 있고,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금 발 밑의 먼지가 아니라 저기 하늘의 별을 가리키는 것이 사장님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 작은 배에서 나와 함께 노를 저어줄까. 그러니까 밤에는 매출과 수익표를 뒤지며 머리를 뜯더라도 낮에는 오늘도 화이팅을 백번 외쳐야 나와, 팀의 정신 건강에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자금 문제가 어렵다면 우리나라에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다, 지원 사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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