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무인 카페로 출근을 시작했다.

by 윤성씨

사장님은 두 번의 출근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사장님이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기 위한 출근과

아무도 사장님을 찾지 않을 때 미래를 그리기 위한 출근이.


그 전에는 퇴근 시간이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이 개념이 혼재되어 있었다. 오늘의 일을 하다가 답답해지면 내일의 일을 했다. 불쑥 불쑥 생각의 흐름을 따라 하기도 했다. 오늘이 불안할수록 내일의 일이 필요하다. 오늘이 불안정한 이유는 과거의 내가 내일의 일을 소홀히했기 때문이니까.


새벽 3시 무인 카페로 출근하기 시작한 건 엄마가 되고

시간의 압박을 피부로 느끼면서부터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한참 짧다. 내가 하고 싶은 사랑 표현을 반의 반도 못했는데 밤이 되고 아침이 된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 업무를 하는 것은 꿈도 못 꿨다.

그럭저럭. 되는대로. 내일을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미래의 주기가 너무 짧았다. 당장 2-3 개월 앞을 준비하기에도 하루가 빠듯했다. 게다가 작년은 하도 특별 이슈가 많았던 해라 정말이지 그날의 사고를 그 날 수습하기에도 바빴다. 오늘 벌어지는 일을 오늘 처리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무려 1년을 그렇게 살았다.


새해를 준비하면서, 또 살아내면서. 마치 한 해가 주는 유예기간 같은 두 달을 보내는 동안 왜인지 작년에는 보이지 않던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채널, 고객, 제품 수명, 운영 시스템과 문화. 지금까지 이렇게 왔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잘못된 것들은 없애버리고 낭비되는 것들은 잘라버려야 건강한 나무가 자란다. 게으른 정원사였던 내 모습이 깨달아지며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낮의 사무실에서 사장님의 일을 하기는 어렵다. 걸려오는 전화, 매일 새로운 제안 또는 사건 또는 크고 작은 문제들. 낮은 오늘의 몫이다. 내일을 위한 다른 시간대가 필요했다.

그게 새벽 3시가 될 줄은 몰랐지만.


계기는 남편의 코골이였다. 평소에도 코고는 소리가 심하지만 특히나 술을 마시고 오면 데시벨이 굉장해지는데 하루는 그 소리가 내 잠을 깨우고 말았다. 40여분을 뒤척여보았지만 기차 소리와 함께 잠을 청하는 심정이라 포기하고 거실로 나왔다. 아, 그런데 거실에서는 어머님이 주무신다 - 맞벌이부부를 위해 베이비시터를 자청하신 어머님의 눈물 겨운 희생 현장을 차마 깨울 수 없어 선택한 것이, 무인 카페였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좋았다. 한적한 도로, 울리지 않는 핸드폰,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잠든 도시의 풍경.

느긋할 만큼의 시간은 아니지만 오늘로부터 출발해 내일로, 또는 내일로부터 출발해 오늘로 걷고 걸어도. 그 생각들을 적었다가 지웠다가 검증했다가 결정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아직도 캄캄한 창밖 풍경이 주는 안도감이란.

그래서 이 하루의 시작이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 간헐적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 솔직히 매일까지는 못하고 며칠에 한 번씩.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도 하나는 더 잡는데

이 특이한 수면 패턴으로 한 해를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후기를 나눌 어느 새벽 3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