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법정에 출석할 뻔한 이야기

당신은 캐나다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나요?

by Hailey

'캐나다'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내가 밴쿠버에 오기 전에 생각한 캐나다는 젠틀하고 나이스한 사람들, 맑은 공기와 깨끗한 자연을 가진 나라이다. 캐나다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으레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여러분이 캐나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을 완전히 부술 것이다.


그전에 분명히 할 것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캐나다를 부정적인 국가로 매도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든 양면은 존재한다.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면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캐나다의 좋은 이야기는 앞으로 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캐나다의 좋은 면을 먼저 이야기하면, 자칫 캐나다가 유토피아로 묘사될 수 있기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에는 'E Hastings Street'이 있다. 가수, 딘딘이 밴쿠버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그 거리이다. 딘딘이 말하길 E Hastings Street에서 영어를 배워서 방송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배운 영어가 욕설을 포함한 품격 없는 영어라는 이유이다. 나는 그 거리의 이름을 듣자마자 딘딘의 밴쿠버 생활이 어땠을지 바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방송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도 납득이 되었다.


E Hastings Street은 밴쿠버에 사는 현지인도 피할 정도로 위험한 거리이다. 거리에는 '노숙인'과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모여있고, 악취와 쓰레기들이 거리에서 흔하게 보인다. 주로 이들은 제대로 서있거나 걷는 것이 아닌 약에 취해서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거나, 담장이나 거리에 널어져있다. 옷을 입고 있을 수도 있지만, 입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보지 않고는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거리를 매울 정도로 모여있는 광경이 좋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물론 그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원해서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먼저다. 해외에서 살고 있고 특히 혼자 한국을 떠나 온 것이라면 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나 스스로이다. 호기심에라도 그곳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의도적으로 그 거리를 피해서 다닌다.


그 거리를 피한다고 해서 다른 곳들이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밴쿠버 다운타운 거리를 걷다가 '노숙인'을 보는 것은 매우 일상적이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밴쿠버 다운타운에 '노숙인'이 없는 거리는 없다. 특히 많거나 적게 보이는 곳은 있어도 없는 곳은 없다.


사건은 2025년 여름, 학교를 다니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식당에서 서버로 일할 때에 일어났다. 밴쿠버의 물가는 살인적이어서 일을 하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다. 내 한달 월세는 100만 원이고, 밴쿠버에 사는 사람들은 평균 1개-2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건이 일어났던 날은 유독 날씨가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음에도 햇빛이 강해서 조금은 덥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시간은 3시가 조금 지나서 매장에는 2테이블만 손님이 있었고, 직원들도 점심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식당으로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오셔서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셨다. 나이는 60대로 보였고 흰머리의 백인 남성이었다. 키는 컸지만 마르고 지팡이를 사용하고 있어서 왜소하다고 느껴졌다. 스시나 사시미를 처음 접하는 손님은 이전에도 종종 보았기에 평소처럼 응대를 하고 취향에 따라 메뉴를 추천해 드렸다.


캐나다는 손님이 식사가 끝나면 서버가 테이블로 직접 가서 결제를 받는다. 할아버지 손님의 식사가 끝나고 결제를 받기 위해 테이블로 간 순간, 손님은 돈이 없다고 하셨다. 나에게 지갑을 보여 주었는데, 안에 든 것은 어딘지 모를 곳의 명함 2개가 전부였다. 손님에게 어떻게 결제를 하겠냐고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돈이 없으니 나중에 돈을 가져다주겠단다. 결제를 하지 않고 나가겠다니!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손님이 결제해야 할 금액은 대략 5만 원 정도였고, 결제하지 않고 나가겠다는 손님을 어찌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신상을 파악하더니, 그분이 '노숙인'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안타까운 점은 그 손님이 마약에 취해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불편한 다리 때문에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우리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돈을 받고 싶으면 그 손님을 고소해서 법정에 서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그 손님에게 이 식당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강제성도 없고 누군가 감시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훈방에 가까운 조치다. 그런데 5만원을 받고자 손님을 고소하면, 법정에는 무조건 내가 증인으로 서야 한다. 손님에게 결제를 받으러 가서 '돈이 없다'는 말을 가장 먼저 들은 것이 나였다. 그래서 증인으로는 무조건 내가 출석해야 했다.


당연히 우리는 고소하지 않았다. 애초에 노숙인에게 돈을 받을 수 있을리 없었고, 5만원을 받겠다고 고소하는 식당은 없을 것이다. 결국 그 손님은 경고를 듣고 훈방 조치 되었고, 나는 법정에 서지 않아도 되었다. 사장님만 손해를 보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밴쿠버에는 상상하는 것보다 많은 노숙인들이 살고있고, 이들과 엮이지 않는 것이 무사히 밴쿠버 생활을 하는 방법이다.


본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밴쿠버에 혼자 사는 우리집 가장은 '나'니까 스스로를 먼저 챙기자. 나는 그날 집에 가는 길에 유독 주변을 살피면서 갔다. 혹여라도 경찰을 부른 것에 악감정을 가지고 가게 앞에서 우리를 기다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여러분이 1인 가구라면 스스로를 잘 돌보길 바란다. 나의 평안과 안녕이 곧 가정의 평화이다.


아직도 나는 거리에서 자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곳은 한국이 아니고, 내가 위험하거나 부당한 상황을 겪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한국만큼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스스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이다. 여러분의 가정도 항상 안전하고 무사하길 바란다.


IMG_1734.JPG


작가의 이전글왜 캐나다 마케터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