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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Nov 24. 2024

나의 페르소나

외향적인 나도, 내향적인 나도 결국은 모두 '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조용하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면, 새벽에 고요한 적막 속에 홀로 깨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될 때면, 나는 이따금 무대에서 내려와 텅 빈 객석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Persona.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특히 그의 실제 성격과는 다른, 한 개인의) 모습


 옥스퍼드 영한사전에서는 페르소나를 위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인가.






 학교에서의 나는 언제나 밝고 유쾌하고 명랑한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기운만을 전해주고 싶고,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나의 열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 앞에 선 나를 웃게 만든다.


 여러가지 문제점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교원평가가 있었을 때, 나는 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생들의 평가 내용을 열어보곤 했다. 익명으로 교사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것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점이 있긴 했지만, 1년간 나의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에게 수업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21년 영어전담교사를 할 때 아이들이 써준 교원평가 내용


 아이들이 나에게 써준 평가 내용을 보면 '재미있다, 밝다, 유쾌한, 웃음'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나온다. 여러 개의 글 중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문장은 '항상 밝게 웃고 계셔서 우리도 더불어 행복해져요.' 라는 문장이었다.


 다행이다.

 나의 웃음이 아이들에게도 행복을 주다니...

 내가 교직에 들어오기 전 '아이들을 꼭 행복하게 해줘야지' 하고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킬 수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금요일에는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언니 선생님께서 나를 찾아오셔서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참, 말씀도 잘하시고 주변을 늘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니까요? 그런데 그런 모습도 있는 반면, 혼자 고민하는 지점도 있다고 했죠?"


 선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럼요. 말을 많이 하는만큼 '내가 괜한 말을 하진 않았나, 주변 사람들을 웃기려고 너무 무리수를 두진 않았나' 집에 가서 혼자 생각하고 후회할 때도 많아요."


 내가 대답했다.

 특히 나는 밖에서 항상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편안한지 늘 확인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이다보니 집에서 쉴 때는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사색하면서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늘 있었던 일,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머릿 속에서 영화의 장면들처럼 휙휙 지나간다. 때로는 몇 달 전, 몇 년 전에 있었던 기억들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옅은 우울감이 생기기 때문에 그럴 때면 의식적으로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거나 음악을 따라부르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하면서 환기를 시킨다.



 아들과 함께 즐겨보는 '나혼자산다'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우리집에 저렇게 카메라가 달려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진짜 재미없겠다'였다.


 나는 집에서 혼자 사부작거리며 독서를 했다가, 티비를 봤다가, 피아노를 쳤다가, 유튜브를 보면서 운동을 했다가, 컴퓨터를 켜서 일을 하기도 했다가, 바닥에 떨어진 먼지가 보이면 물티슈를 꺼내서 갑자기 바닥청소를 했다가.. 하면서 말 그대로 '집순이'스러운 일상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초등학생인 아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주말 중에 하루는 한 번쯤 나가서 외식을 하고 같이 배드민턴을 치고 오거나, 체험이나 관광할 만한 장소를 찾아 나갔다 온다는 것이다.


 종종 학교에서 나를 보고 "선생님은 진~짜 진짜 E이신 것 같아요! 완전 100프로 외향인!!" 하고 말하면서 혀를 내두르는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을 보면서 그들이 모르는 내 모습을 꺼내어 보여줄 수가 없어 난감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우~ 아니예요. 저도 사실은 90프로는 내향인이고 사회화된 외향인이예요, 하하"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무슨 소리냐며,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이럴 때면 가끔 나는 내가 사실 밖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걸까, 무엇이 진짜 나인가, 하는 사춘기 소녀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한건 내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보이는 밝은 리액션도 내가 억지로 쥐어짜내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나의 모습이라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Answer : Love myself' 노래 가사는 이런 나의 생각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고민임을, 그리고 그것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모습이 결국 나임을 말해준다.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니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중략)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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