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EBS 명의 영상에서 우리 몸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운동'과 '명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운동을 하면 신체의 건강을 신장시킬 수 있고,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지고 근육이 긴장해서 몸이 움츠러들며 목과 어깨의 뻐근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매일 아침 6시 반쯤 일어나 새벽 운동을 하고 있다. 침대에서 곤히 잠든 아이에게 살포시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혹여 내 발소리에 깰까 살금살금 안방 문 밖으로 걸어 나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면 오롯이 나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거실에 보라색 요가매트를 깔고, 스마트 티비에 유튜브를 연결해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 유튜버 빅시스 님의 '떡국타파, 칼로리타파' 영상을 검색한다. 이 영상은 지난 겨울에도 나의 운동메이트가 되어준 소중한 영상인데 다양한 동작들을 30초마다 바꿔서 운동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1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쌀쌀한 새벽 공기에 레이스 달린 긴팔 잠옷을 입고 운동을 시작하지만 10분도 안 되어서 잠옷을 벗어던져버리고 얇은 민소매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더울 정도로 땀이 난다. 티비 속에서 날렵한 몸매로 운동을 하는 언니(일거라 믿는다.)를 따라 하면서 오른쪽 눈으로 베란다에 비친 열정적인 내 모습을 보며 으쌰으쌰 운동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지나간다. 어느새 거실 공기가 나의 호흡으로 눅진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베란다 문을 열고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여 집안을 환기시킨다.
새벽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전보다 몸이 가뿐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운동을 하면서 얽혀있던 생각도 차곡차곡 정리되고 흙탕물 위에 뜬 부유물처럼 어지럽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모든 게 다, 별일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요즘 나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일들은 정말로 별일이 아니다. 인생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나의 현재의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은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안 날만큼 아주 사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나온 내 발자국들을 전부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깊게 푸욱 찍어놓았던 발자국 위에또다시 눈이 내리고,
새로운 흙이 덮이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결국, 다 그렇게 지나가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들이 있다면 다 훌훌 털어버리고, 내가 할 일에 집중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게 맞다.
또다시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사소하지만 강력한 일들이 쌓여 결국은 더 행복하고 단단한 나를 만든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일상에 대한 감사라고 했다. 오늘 아침도 나는 건강한 몸으로 운동할 수 있음에, 따뜻한 수국차를 마시며 내 생각을 여유롭게 글로 풀어내며 하루의 시작을 감사하게 시작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Peace for you.
여름에 호주에서 자주 찾았던 세인트 메리 성당에서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본 사람들이 나에게 평화를 빌어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