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는 총량이 있다. 아무리 밝고 유쾌한 사람도 1년 365일을 매일 쾌활하게 지낼 수는 없다. 그리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많이 분출하는 사람일수록 혼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 여유가 있고 에너지가 있어야 남들에게도 많이 웃고 친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밖에서 에너지를 아주 많이 분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만큼 홀로 책도 읽고, 따뜻한 차도 마시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이 바빠서,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학기말이라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작성을 해야 하고, 각종 학년 업무를 정리하고 다양한 회의에도 참여해야 했고, 큰 학교이다 보니 경조사가 많아서 퇴근하고 조문을 가는 날도 많았다. 내년에는 이사 준비도 해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또 새 학년을 꾸려가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아서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날이 추워지니 새벽에 일어나 하던 운동도 춥다는 핑계로 하기가 싫어지고, 침대 위에서 포근한 극세사 이불을 목까지 끌어다가 폭 덮고 그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뒹굴거리다가 7시에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문득,
'그냥 하면 되지.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인데 이렇게 머리 아프게 걱정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니? 우선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니 내 몸 아프지 않게 잘 챙기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힘들 때에는 규칙적으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고로 중요하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별일 없을 때 기준으로 저녁 9시에 잠이 들어 아침 7시까지 푹 잤다. 매일 5시 반 ~6시쯤 기상해서 사부작 거리며 차를 마시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던 루틴을 깨고 그냥 나에게 충분히 휴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양배추즙, 종합영양제, 홍삼 등 건강식품들과 비타민 가득한 과일들도 잘 챙겨 먹었다.
주말에는 아들과 함께 대전에 있는 동생네 집을 방문해서 귀여운 조카들도 보고, 동생과 잔잔한 이야기를 나눴다. 크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동생과 함께 그냥 일상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되는 기분이었다.
어젯밤, 집에 돌아와서 아이와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기 전에 꼭 안아줬는데 아이가 "엄마, 난 요즘 참 행복한 것 같아." 하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마음도 아이가 느끼는 행복의 빛으로 함께 물들었다. 행복은 확실히, 전염된다. 그리고 그 힘은 아주 세다.
사람이 힘들 때, 그냥 다른 사람들이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힘을 얻을 때가 있다.
아이를 둘 키우고 있는 동생이 그 정신없고 피곤한 와중에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착실히 하면서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는 모습에서, 3교대 근무를 하시는 엄마가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수영장을 다니시면서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아들이 단축수업 끝나고 이 추운 날씨에도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실컷 놀고, 학원을 다녀와서 좋아하는 레고를 조립하며 매일을 즐기면서 사는 모습에서 나는 희망을 느낀다.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너무 진지하게 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근육에 힘이 바짝 들어가듯 긴장이 되고 편하지가 않다.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적절히 섞어서 잘 보내다 보면 그런 날들이 모여 의미 있는 인생이 되는 거다.
오늘은 202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나는 2주 전부터 학급 아이들에게 선물할 귀여운 포켓몬 핸드크림과, 예쁘게 포장된 간식 선물세트와, 아이들에게 나눠줄 음료수를 준비해 놨다. 한 해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 아이들과 함께 자축하며 즐거운 연말 파티를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설레고 즐거워진다.
한 해 동안 고생한 모든 이들이, 오늘은 조금 더 미소 지을 수 있는 따뜻한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