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아 예쁘고, 나를 닮아 걱정이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by 오후의 햇살

항상 아기 같기만 하던 아들이 어느새 3학년이 되었다. 나의 로망은 매일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드는 것이었는데 배우자가 채워주지 못한 로망을 아들이 채워준다.


아들이 장난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내 옆에서 치덕거리다가 갑자기 내 귀에 대고 "엄마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면서 해맑게, 그리고 수줍게 웃을 때 내 마음은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찬다.

10년 후에는 그 대상이 내가 아닌 여자친구가 되겠지만. 그때까지 나도 자식에게 집착하지 않고 내 삶을 사는 멋진 엄마가 되도록 인격수양과 취미 계발을 열심히 해봐야지.



며칠 전부터 잠들기 전에 아이와 함께 랜덤 질문에 대한 글을 한 문장씩 적어보기로 했다. 올해 YBM에서 콘텐츠 자문위원을 하면서 받은 다이어리가 있는데, 하나도 안 쓰고 묵혀두기가 아까워서 낸 아이디어였다.


어제의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나의 습관 중 계속 유지하면 좋은 습관은?'

그러자 아들이 물었다.

"엄마, 내 습관 중에 좋은 게 뭐지?"

"글쎄.. 네가 한 번 천천히 생각해 봐. 엄마가 얘기해 주면 네가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가 사라지니까."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아들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꼭 하는 것!'

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 밑에 파란 글씨로 내가 적었다.

'꾸준히 독서하는 것.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난 숙제나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안 하고 있으면 너무 찝찝하고 마음이 답답해. 그래서 그걸 꼭 해야 후련해져."


그 순간 다행이다, 하는 마음과 너무 안 그래도 되는데..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나도 어릴 때부터 그런 성격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아들이 하는 말을 잘 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해야 할 업무가 있으면 그걸 해내기 전까지는 마음이 편치 않아서 기한이 한참 남아도 미리미리 업무를 처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향이 참, 사회생활이나 나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서도 나 스스로에게는 너무 엄격하고 스트레스를 주게 되어서 '좀 더 느슨한 성격이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아들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아, 다행히 어디 가서 자기 몫은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문득 옛날이야기가 떠오른다. 옛날에 우산 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둔 한 노모가 있었는데 비가 오면 "아이고, 우리 아들 짚신 안 팔려서 어쩌나.."하고 걱정하고, 해가 나면 "아이고, 우리 아들 우산 안 팔려서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는 이야기.

자식이 어려도, 커도 걱정하게 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보다 일찍 일어나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아들이 부스럭거리는 엄마의 소리를 듣고 안방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안방 베란다 쪽으로 와서 안방과 베란다 사이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내가 깼는지 확인하고는 "엄마~!" 하면서 달려왔다.


안방문을 벌컥, 열면 혹시라도 자던 엄마가 깰까 봐 베란다 쪽으로 와서 엄마가 일어났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 저런 섬세함까지 날 닮았다니 너무 신기하면서도 책임감이 커진다. 나의 모든 말과 행동과 삶이 내 자식에게 거울이 될 테니...


자식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