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묻어나는 동생 부부의 화법

사랑은 연민과 짠함을 동반한다.

by 오후의 햇살

지난 주말부터 이번 광복절 연휴까지 3박 4일간 동생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의 여동생은 나와 햇수로 3살 차이가 나는데, 어린 시절부터 공부만 해서 융통성이 부족한 나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사회 경험을 쌓으면서 인물이나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야무진 면이 있어 내가 배울 점이 참 많다. 게다가 외모도 인형처럼 예뻐서 동생이 누구와 결혼할까, 참 궁금했었다.



역시 동생은 참 좋은 사람을 데려왔다. 인간적인 연민이 많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 동생과 동갑내기의 제부는 특유의 유머와 선함으로 금세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두 사람은 동글동글 귀여운 아기를 낳아 우리 가족에게 다시 몽글몽글한 사랑의 기쁨을 듬뿍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태어난 지 9개월이 된 귀여운 조카와 동생 부부, 그리고 나와 3학년이 된 아들이 함께 여행을 갔다. 아기를 데리고 하는 여행은 고행이라 부를 정도로 힘들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나는 비장한 각오로 조금이나마 동생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언니가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부여에 있는 아웃렛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제부가 아기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몸통을 잡고 위로 들어 올리더니 엉덩이 쪽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동생을 쳐다봤다.


"쌌어?"

동생이 제부한테서 아기를 건네받아 안고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니 맞네~하고 웃는다. 그러고서는 제부한테 가방에 있는 기저귀 좀 꺼내달라고 하면서 "여기 유아 휴게실이 어디 있었지?"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부여 00 아웃렛 유아휴게실의 위치를 검색해서 동생에게 알려주었다. 그때였다. 제부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가방 안에 기저귀가 하나도 없어?"

동생이 말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묘한 긴장감과 함께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상상했다. 날은 덥고, 아기는 보채고, 기저귀가 있는 차는 카페에서 한참 떨어져 있고.. 부모는 서로의 탓을 하면서 왜 아기를 데리고 나오면서 기저귀를 안 챙겨 왔냐고 짜증을 내고 결국은 마음이 상해버리는 그런 상황. 괜스레 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동생과 제부는 서로를 탓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내가 얼른 차에 가서 가져올게."

제부가 말했다. 그러자 동생이 바로 말했다.

"아니야. 더운데 내가 다녀올게. 여기서 아기랑 같이 있어."

"내가 가는 게 여보가 다녀오는 것보다 훨씬 빠르지 않을까?"

제부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얼른 갔다 올게, 하더니 뜨거운 열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주차장 쪽으로 달려갔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내 마음속에서 안도의 숨이 쉬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고, 짜증을 내거나 상대방을 탓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얼른 해결방안을 찾고, 서로를 배려하며 말하는 동생과 제부의 대화를 들으면서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연민을 동반한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과 짠함이 있어야 오래 서로를 보듬으며 살 수 있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벌써 알고 서로를 배려하는 동생 부부의 모습에서 사랑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