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문제는 그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거다. 저 사람과 나의 경험이 다르고, 삶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데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 '우리는 비슷한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기대를 한껏 높여버린다. 그리고 그 사람이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을 때 내가 쌓아놓은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며 서운해한다.
나는 올해 학교에서 학년부장을 맡게 되었고, 여러 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동료들이 모두 제 몫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라 참 감사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학부모, 그리고 내가 속한 학년의 선생님들과 전담선생님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잘 챙겨야지, 하는 생각으로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부장으로서의 업무가, 정해진 업무 이외에도 자잘하게 다방면으로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가끔은 정말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텐데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각종 학년 업무와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3월에 밤 8시에 퇴근하면서도 연구실 청소까지 혼자 다하면서 힘든 학기 초를 보냈다. 내가 부장이니까 솔선수범해서 다 해야지, 하면서도 너무 바쁘고 지치니까 서운한 마음이 올라왔다. 내가 왜 서운한 걸까? 생각해 보니 ' 말하지 않아도 동료들이 알아서 함께 해 줬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다른 학교에서 학년부장을 맡고 있는 선배 언니한테 조언을 구했더니 언니는 "그냥 같이하자고 해~! 나는 3월부터 한 달씩 돌아가면서 청소하자고 아예 분배를 해줬어."라고 말했다.
그래, 그냥 같이 하자고 말하면 될걸. 괜히
혼자 기대하고 서운해하고 있었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미치는 범위가 다 달라서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할 때가 있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할 때도 있다.
다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느라 같이 쓰는 연구실 청소까지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냥 같이하자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에 연구실 청소를 같이하자고 이야기하자, 동료들이 조금씩 함께하기 시작했다.
말 안 해도 모두가 내 맘같이 함께해 주면 참 좋겠지만, 타인은 내가 아니니까 다름을 인정하고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 혼자 기대하고 서운해하지 말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감당하며, 같이해야 하는 것은 같이 하자고 이야기하며 그때그때 말하는 것은 살면서 갖추어야 할 지혜로운 태도라는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