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해요' 보다 '잘하고 있어요'

'응원해요'라는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by 오후의 햇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치부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은 극도로 싫어하면서 타인이 어렵게 드러낸 아픔에 대해서는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위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건넨 말이 위로가 되면 참 좋겠지만 사실 위로보다 상처가 되는 말들이 훨씬 많다.



몇 해 전, 내가 좋아하고 자주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던 언니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어 전화나 카톡도 해보았지만 쉽사리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언니에게 뭔가 힘든 일이 생겼나 보다.. 힘든 일이 지나가면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힘들 테니까...



그리고 2년 정도가 지났다. 나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다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발견해서 사진을 찍어 프로필 사진에 올려두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출처: 도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 글귀를 보고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나는 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섣부른 위로나 아는 척을 하는 것도 언니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하지 못했다고. 언니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언니를 다시 만났다. 언니는 그동안 암투병을 했다고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행히 지금은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건강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언니, 너무 고생 많았어.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낸 언니가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

내가 말했다.


언니는 나에게 그동안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못한 이유를 들려주었다.

"나는 응원해요, 힘내! 이런 말이 너무 싫었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나서 그 사람들한테 가서 따지고 싶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나를 응원하냐고, 힘이 안 나는데 어떻게 힘을 내냐고!"



나는 언니의 말에 너무나 공감했다.

"언니, 너무 속상했겠다. 나도 그 마음이 뭔지 알아. 나도 내가 힘들 때 나한테 응원해요, 힘내요 하는 말을 듣는 게 너무 싫거든. 응원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묘하게 그 말을 하는 사람과 나는 대등한 입장이 아니라 상하관계가 되는 것 같아. 자신이 나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고, 나를 불쌍한 시선으로 보면서 동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힘내라는 말도 그냥 손쉽고 빠르게 상대방에게 값싼 위로를 던지는 것 같아서 따뜻한 느낌이 들지 않아. 그래서 나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응원해요,라는 말보다는 '넌 지금도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하곤 해. 나도 그런 말을 들을 때 더 힘이 나거든."


언니와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내가 왜 '응원해요'라는 말에 화가 났는지, '힘내'라는 말에 오히려 더 힘이 빠지곤 했는지 스스로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절대로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늘이 없는 나무는 아름답지 않다.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위로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편하게만 살아온 사람보다 고생해 본 사람,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을 더 좋아하고 존경한다.


사람은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더 깊이 있고 성숙한 사람이 된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나 또한 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단단해질 수 있었다.


나는 오늘도 참 잘하고 있어요.

당신은 오늘도 참 잘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