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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Oct 06. 2024

Do the next right thing

불안을 이기는 방법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 나는 극심한 불안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누구보다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나인데,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내 직업이, 나의 존재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나의 존재의 이유와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것이 온라인수업이었고, 그 분야에서만큼은 좀 더 전문성 있게 진정성 있게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영상 촬영 및 편집을 배우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실제적인 수업영상,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수업자료를 만들면서 새벽 밤낮으로 노력하다 보니 그것이 어느새 내 커리어가 되었다.



 이렇듯, 불안은 나의 성장의 동력이다. 나는 불안을 느끼면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다. 고통 속에 예술이 피어난다는 말이 있듯 내가 원치 않았던 고통일지라도 그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잠이 들고도 남았을 지금 이 시간에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유튜브 영어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책도 읽고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불안과 감정의 소용돌이는 좀처럼 가라앉지를 앉는다.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문제라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겠지만 타인의 감정과 상황이 함께 맞물려 있고, 그 관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를 더 불안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시간의 흐름밖에 없는데, 누군가 나에게 몇 월 몇일까지만 기다리라고 시간을 정해주면 좋겠다.

 기약이 없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보면 일에 미친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이것저것에 몰두하려고 안달이 나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피아노도 쳐보고, 타로카드도 펼쳐봤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눈물도 흘려봤다가... 그런데 아직 때가 아닌 건지 그 어느 것으로도 마음의 긴장과 불안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내일은 긴 연휴 끝에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월요일인데, 평소만큼 설레거나 기대되지 않고 긴장되고 걱정이 앞선다.

 목요일에 있을 연구학교 공개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동학년 선생님들도 챙겨드려야 하는데.. 물론 막상 학교에 가면 하나씩 다 잘 해낼 걸 알지만 지금은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답답하다.



 이럴 때 내가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힘이 되는 글귀가 있다. 바로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2에서 안나가 부른 노래의 가사인 "Do the next right thing"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미래도 보이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울고만 싶을 때, 그녀는  "Do the next right thing"이라고 말한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다음 할 일을 하라.


 그렇게 하나씩, 나에게 주어진 옳은 일들을 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의 내가 겪는 불안과 고통도 조금씩 사라질 것임을 나는 그동안의 나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7월의 나보다는 8월의 내가 더 나아졌고,

 8월의 나보다는 9월의 내가 더 나아졌으며,

 9월의 나보다는 10월의 내가 더 나아질 거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나는 고통과 불안을 이겨내고 더 단단한 나로 성장해 갈 테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JUST,

Do the next righ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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