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아들이 할머니댁에 가는 주말이다. 격주로 주말마다 아들이 할머니댁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나만의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토요일 오전 9시 반, 아들을 할머니댁 앞에 내려주고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왔다. 미리 잡아둔 약속이 있어 단장을 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작년부터 함께 근무했던 교무부장님이 밥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설레는 마음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를 보니 요즘 인기 있는 '뇨끼'가 있길래 찹스테이크 샐러드와 함께 주문했다. 노란 빛깔의 부드러운 크림소스와 감자의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져 너무 맛있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자기를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는 줄 알아?"
교무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언젠데요? 오~ 이거 궁금하네요."
내가 대답했다.
"작년에 자기 아들이 K선생님 반이었잖아. 그때 K선생님이 학급 관리를 잘 못하셔서 학부모 민원이 빗발치고 사건 사고도 많았었지. 그래서 내가 걱정이 돼서 자기한테 아들이 그 반인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웃으면서 저는 괜찮아요, 하고 말했지. 그때 나는 자기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자기도 힘들 텐데 내색하지도 않고..
그리고 작년이랑 올해 동학년에 엄청 힘든 사람이 있었는데도 부장으로서 다 끌어안고 혼자 감당하고.. 내가 교장선생님한테 5 부장이 보살이라고 그랬어."
교무부장님의 말씀에 내가 더 감사해졌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저는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작년 아들 담임선생님께서 비록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셨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한 거예요.
그리고 동학년은.. 제가 부장이니까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괜히 교무실에 가서 징징대기 싫더라고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여서 괜찮았어요.
저보다 부장님이 더 힘드셨죠.. 학년부장도 힘든데 교무부장을 계속하시다니 부장님이야말로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과 서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신뢰가 차곡차곡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