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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Oct 13. 2024

여유롭고 기분 좋은 주말

긍정적인 에너지 가득 채우기

 이번 주말은 아들이 할머니댁에 가는 주말이다. 격주로 주말마다 아들이 할머니댁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나만의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토요일 오전 9시 반, 아들을 할머니댁 앞에 내려주고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왔다. 미리 잡아둔 약속이 있어 단장을 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작년부터 함께 근무했던 교무부장님이 밥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설레는 마음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를 보니 요즘 인기 있는 '뇨끼'가 있길래 찹스테이크 샐러드와 함께 주문했다. 노란 빛깔의 부드러운 크림소스와 감자의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져 너무 맛있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자기를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는 줄 알아?"


 교무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언젠데요? 오~ 이거 궁금하네요."


 내가 대답했다.


 "작년에 자기 아들이 K선생님 반이었잖아. 그때 K선생님이 학급 관리를 잘 못하셔서 학부모 민원이 빗발치고 사건 사고도 많았었지. 그래서 내가 걱정이 돼서 자기한테 아들이 그 반인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웃으면서 저는 괜찮아요, 하고 말했지. 그때 나는 자기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자기도 힘들 텐데 내색하지도 않고..

 

 그리고 작년이랑 올해 동학년에 엄청 힘든 사람이 있었는데도 부장으로서 다 끌어안고 혼자 감당하고.. 내가 교장선생님한테 5 부장이 보살이라고 그랬어."


 교무부장님의 말씀에 내가 더 감사해졌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저는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작년 아들 담임선생님께서 비록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셨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한 거예요.


 그리고 동학년은.. 제가 부장이니까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괜히 교무실에 가서 징징대기 싫더라고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여서 괜찮았어요.

 저보다 부장님이 더 힘드셨죠.. 학년부장도 힘든데 교무부장을 계속하시다니 부장님이야말로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과 서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신뢰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부장님, 내년에는 우리 같이 6학년 지망할까요? 제가 잘 보필해 드릴게요~!"


 2차로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내년에는 동학년으로 함께하자는 얘기까지 나누다 헤어졌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좋아하는 무조림을 만들었다. 신선한 무를 깍둑깍둑 썰어서 멸치육수에 푹~ 삶은 다음 간장,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을 넣고 조려주면 너무나 맛있는 무조림이 된다.


 보통 고등어나 꽁치를 넣고 생선무조림을 하지만, 나는 푹 익은 무를 비리지 않게 먹고 싶어서  이렇게 얼큰하고 심플하게 무만 넣고 조려서 먹는다.




 무조림이 짭짤하니 미역국은 약간 심심하게 끓여서 균형을 맞췄다. 사람이 힘들 땐 해조류를 먹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지치고 힘들 때 따끈한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그러면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돌며 나를 건강하게 채워준다.




 찬장에서 김 한 봉지를 꺼내고, 빨갛고 예쁜 사과 한 알을 야무지게 깎아서 후식으로 준비하면 소박하고 건강한 아침 한 끼가 완성된다.



 단백질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참치도 한 캔 뜯었다. 나 혼자만을 위한 밥상이라도 이렇게 대접하듯 예쁘게 담아 차려먹으면 기분이 너무나 행복해진다.


 아침을 먹고, 나가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어서 학교에서 친해지고 싶었던 언니 선생님께 혹시 급 커피만남 가능하시냐고 연락을 했더니 언니가 바로 시간이 된다고 답장을 주셨다.



 커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하고, 강인하며 좋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의 갑작스러운 카톡을 받고 마음이 설렜다며,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언니께 내가 더 감사했다.


 매년 직장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즘 인간관계(특히 이성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언니는 주옥같은 명언들을 쏟아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다 주려하지 말고 그 사람의 속도에 맞게 줘야 한다.
*관계정립을 너무 빨리하려 하지 마라. 상대방에게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아갈 시간을 줘라.

*나는 직관이 발달한 사람이라 상대방을 빨리 파악하고 직진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 기다려줘야 한다.
*안정감은 조급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나간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췄다고 생각해라.


 와..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만 받아 적었는데도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 손가락이 바빠졌다.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나에게 큰 영감과 설렘을 준다.



주말에 좋은 음식으로 나의 몸을 채우고,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로 나의 마음을 채웠더니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문득,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의 대사가 생각난다.


"행복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볼 수만 있다면,

만질 수만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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