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회 Rotary Interview :
박수민 감독

<되뇌다>의 박수민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tempImageUdT5jW.heic <되뇌다> 박수민(2022)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수민 감독 : 안녕하세요. 영화감독 박수민입니다. 끊임없이 길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감독 박수민입니다. 단편영화 <되뇌다>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우즈베키스탄으로 유학 온 종인이 눈도 멀고, 귀도 안 들려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라힘 할아버지와의 특별한 저녁식사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는 가족적인 단편영화입니다.



Q2. <되뇌다>의 시작은 무엇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수민 감독 : <되뇌다>는 타슈켄트 국제 영화제에 다른 단편영화 <나무집>으로, 경쟁으로 진출함과 동시에 현지 우즈베키스탄 영화인들과 제작을 하여 경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탄생된 단편영화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영화를 제작, 상영 해야하는 긴박함 속에서 사람들의 공감과 몰입을 줄 수 있는 주제는 가족의 이야기로 생각되어 <되뇌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tempImagel73ekG.heic <되뇌다> 스틸컷

Q3. 한국이 배경이 아닌 작품이다 보니 들리는 언어, 보이는 풍경을 보다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한 작품이고 제작에 참여한 다수의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분인 것 같은데, 작품의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함께 작업을 거쳐나갈 때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새로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작 과정에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수민 감독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되뇌다는 타슈켄트 국제 영화제에서 제작지원을 받아, 한국에서는 감독 및 배우 1명이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가 우즈베키스탄 현지 영화인들과 함께한 협업으로 탄생한 단편영화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문화가 달라서 시간과 계획에 대한 관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병원 내부 촬영을 해야 하는 날 당일에 장소 섭외를 하고 있는 상황이나, 대학교 앞에 자전거를 세팅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품을 가져오는 과정이 주위 마을에 있는 자전거를 그냥 배치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주먹구구식의 제작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순수하고 협조를 잘 해주어 다행히 사고가 없이 촬영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때 당시 홀로 통역을 담당했던 19세 사비나가 감독의 말을 계속 전달해 주는, 힘든 작업을 잘 수행해 주지 않았더라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통에 있어서 사비나의 큰 활약이 지금도 기억에 훤합니다.



Q4. 가족에 대한,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에 서로 너무 다른 두 인물을 설정하셨습니다. 한국인 유학생 종인과 라힘 사이에는 언어와 세대의 간극뿐만 아니라 청각과 시각이라는 감각 교류의 부재도 존재했는데요, 이런 인물 배경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수민 감독 : 제가 해외에 나가서 제작을 해야 한다는 상황에서 문화, 언어 등 소통의 부재를 예상했을 때, TV 뉴스에서 뉴스 내용을 수화로 전달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이 순간 떠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라힘과 종인의 소통 방법이었습니다. 문화, 언어 등등의 간극이 있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이 가족과의 관계는 다 비슷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냥 아름다운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과 내 가족이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 상태로 강요하고, 때로는 불편해지는 상황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초점을 맞춰서 시나리오를 써 나갔습니다.


감독 본인은 가족과 식사자리에서는 대화를 많이 하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어린 시절 옆집의 우유를 훔쳐먹었었던 저를 훈계했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오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십몇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그때는 조금 미안했었다고 이야기해 주시던 아버지와, '나중에 제가 커서 아버지가 되더라도 자식에 관한 일은 되뇌겠구나'라는 저의 마음이 종인과 라힘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tempImageDz58YP.heic <되뇌다> 스틸컷

Q5. 두 인물의 대화는 ‘말’보다는 ‘움직임’으로 다가왔습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서로의 말은 상대에게 닿지 않고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은 반면에 움직임은 서로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연기 디렉팅에서 특히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박수민 감독 : 먼저 종인 배우에게는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개인적인 아버지와의 관계를 계속 물어보았습니다. 종인 자신이 아버지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라힘을 통해서 감정적으로나마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여정 내내 대화 속에서 요청했던 부분이었고, 현지에서 라힘과 만났을 때 종인과의 저녁식사에서 종인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던, 손을 터치하지 않으면 어떠한 반응을 하지 말라고 디렉팅을 주었습니다. 그때 라힘은 웃으면서 종인이 한국말로 이야기할 테니 어차피 못 알아듣는다며 너스레를 떨어 주셨습니다. 이렇듯 소통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손, 촉감이었고, 이것이 서로가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디렉팅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Q6. 영화 속에는 다양한 되뇌는 모습이 존재합니다. 종인의 핸드폰에 오는 아버지의 문자나, 라힘의 어릴 적 아들에 대한 이야기, 라힘과의 대화에서 나지막이 꺼내는 종인의 말 모두 영화 속에서는 단편적이지만, 그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속에 항상 지니고 있던 마음 같았는데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되뇌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수민 감독 : 사람들의 본성인 것 같습니다. 미라컴플렉스라는 말이 있죠. 사람은 본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 SNS에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예술의 형태로 후대에 남겨서 전하게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은 사람들의 기억, 추억을 온전히 가지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욕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점에서 사람의 본성이 누군가를 추억하고 되뇌고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tempImageFDSclY.heic <되뇌다> 스틸컷

Q7. 영화를 꾸준히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박수민 감독 : 저는 제 자신, 생각, 의견을 증명하고자 영화를 시작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직업으로 좀 더 길게, 많은 제작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장편영화, 웹드라마, 단편영화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제작하고, 특히 단편영화는 매년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 제작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영화는 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도구입니다.



Q8. 마지막으로 <되뇌다>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수민 감독 : 앞서 작품소개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단편영화 <되뇌다>를 보고 난 후,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리고 아버지와의 여러 가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저는 이 영화를 만든 시간이 의미가 있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아버지에 다가가는 단순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영화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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