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Rotary Interview :
최범석 감독

<캐스팅>의 최범석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캐스팅> 최범석(2023)

Q1. 안녕하세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관객분들에게 최범석님과 필모그라피, 그리고 <캐스팅>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범석 감독 : 안녕하세요. <캐스팅>의 연출을 맡은 최범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유아용 욕조>, <탄신>이라는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캐스팅>은 한정된 공간에서 대화와 상황의 터닝 포인트만으로 서스펜스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스릴러 영화와 그 안의 폭력에 대한 세계관을 녹여내고 싶어서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기술보다는 배우님들의 연기를 중점적으로 끌고 가는 영화라 난이도가 높았지만 재미있게 만들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Q2. 캐스팅 창작, 제작 작업이 어떻게 시작 됐는지 궁금합니다. 캐스팅 작업의 고유한 영감의 순간이 있으셨는지요?

최범석 감독 : 원래는 학부 때 캠코더만 들고 무작정 단편 영화들을 여러 편 찍었습니다. 몇년간 연출, 작가, 촬영, 녹음, 미술, 피디... 등등 여러 일을 맡아서 하며 혼자 장비를 온몸에 두르고 촬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카메라도 그렇고 여러 제반 사항들이 좀 더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재밌게 본 단편 영화의 촬영감독님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부족한 여건이지만 영화를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리면서 서서히 준비해 나간 것 같습니다. 당시에 <킬링 디어>를 재밌게 본터라 한국에서도 설화 등 고전의 이야기를 현대 이야기로 적용시켜서 표현하는 방식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별주부전을 스릴러 영화에 적용시켜 보고픈 생각이 들게 한 것 같네요.


<캐스팅> 스틸컷

Q3. 전래동화를 차용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흥부와 놀부전도 아니고 심청전도 아닌, 별주부전을 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그리고 집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에서 진행하셨나요? 자신만의 시나리오 작업 방식이 있으신가요?

최범석 감독 : 별주부전의 근원 설화까지 가면 설명이 길어질 것 같은데요, 맨발의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다음 문항에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별주부전 자체만 보면, 토끼가 상당히 피해자인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영악하고 별주부와 용왕 입장에서는 상당히 절망을 안겨준 빌런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결말 중에 별주부와 용왕 모두 죽는 버전도 있구요. 토끼도 생존 본능으로 잔꾀를 부린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별주부전의 세계관은 모두가 각자의 욕망과 폭력을 지닌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폭력이라는 게 제가 생각했을 때 세상 전반을 바라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캐스팅>에서도 모든 캐릭터가 악하고 폭력적인 존재라는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나리오는 생각이 날때마다 열심히 써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영리하게 쓰는 편이 아니라 무작정 쓰고 고치려고 하는 편인데 타율이 높지는 않은 거 같네요.


Q4. 캐스팅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포인트가 무엇이셨는지요? 장르영화를 의도하고 작업하셨는데요, 캐스팅의 장르적 참고 영화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엔딩에서 여주인공이 맨발로 걷는 이유가 있나요?

최범석 감독 : <캐스팅>은 장르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기에 중요시한 포인트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한 갈등과 대립을 통해 한 공간 안에서 충분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캐스팅>은 케이퍼 무비라면 늘 있는, 멤버들이 작전 계획 구성하는 장면이 주 무대입니다. 최동훈 감독님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 공간에 모여 범죄 작당 모의를 하는 장면을 레퍼런스로 삼았습니다.

맨발로 걷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별주부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야 할 것 같네요. 별주부전, 토끼전의 근원 설화는 인도의 자타카에 나오는 원숭이의 이야기입니다. 자타카는 석가모니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라 원숭이 = 토끼 = 부처의 전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처는 왕자의 자리를 놓고 맨발의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맨발은 부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관점으로 보면 신발을 신은 민아, 부처의 전생은 인간들 틈에서 폭력을 경험하고 나온 것입니다. 그 자신도 폭력을 가하는 입장이구요. <캐스팅>에서 주인공 민아는 외부(복도) – 내부(회의실) – 외부(복도)의 공간을 경험합니다. 민아는 돈을 얻으려고 나서지만 그곳에서 피를 묻히고 다시 되돌아옵니다. 민아만이 살아남아 밖으로 빠져 나가는데요. 처음 회의실은 복도 대기실에서 보았을 때 문을 통해 빛이 쏟아져 나오는 공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씬에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려고 할 때 또다른 빛이 나오는 공간이 보입니다. 기존의 세계를 폭력의 세계로 보면, 저 너머의 세계의 문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존재할 것만 같습니다. 그 문이 이전과 다른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진짜 순환을 끊을 곳인가, 아니면 이전과 같은 폭력적인 공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이곳을 벗어나서 다음 공간으로 갈 뿐입니다.

왜 범죄 영화의 클리셰인 작당모의를 바탕으로 한, 폭력으로 점철된 스릴러 영화에 별주부전을 적용했냐는 질문에는 아이러니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크레딧에 민아가 사이렌이 울리는 복도를 통해 다시 나갔을 때 티벳 수행자들이 옴을 외는 소리를 넣은 음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만 보고 불교적인 상징과 내적인 의도를 알아차릴 거라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복잡한 영화들을 좋아했던 터라 자의식이 많이 들어간 여러 생각들을 넣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캐스팅> 스틸컷

Q5. 캐스팅 서스펜스를 끌고 가는 텐션의 동력인 배우분들의 연기. 배우분들의 캐스팅은 어떠한 과정으로 하셨나요? 촬영 전 리허설을 하셨는지, 리허설을 하셨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하셨나요? 촬영장에서 배우분들과 작업하며 지금까지 잊을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최범석 감독 : 배우분들은 주변의 추천을 받거나 단편 영화나 소속사의 프로필 등을 보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사실 검증될 것이 하나도 없던 감독에 프로덕션이었던 터라 함께 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던 것 같네요. 최대한 리딩을 많이하려고 했고 촬영 전에 현장 리허설도 했고, 민아 역을 맡아주신 방예인 배우님과는 다섯 번 정도 리딩을 하면서 서서히 맞춰갔던 것 같습니다.


민아와 면접관 재욱이 대립하면서 테이블 위에서 길이가 긴 테이크로 대화를 하는 장면을 찍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배우 두분이 만들어내는 연기의 긴장감이 상당히 좋아서 긴 호흡의 연기를 잘 해주시는 걸 보고 배우분들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던 것 같네요. 호연과 강중, 창호가 대립하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씬에서도 너무 리얼해서 혹시나 진짜 다치신 걸까 하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Q6. 촬영은 몇회차 였나요?촬영장 섭외는 어떻게 하셨는지, 촬영 후 후반작업에서 색보정 작업과정은 얼마동안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으셨을까요?

최범석 감독 : 촬영은 2회차였고 촬영장은 감사한 지인분의 병원 강당을 섭외했습니다. 색보정은 촬영감독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진행했고 기간은 오래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첫 씬에 민아가 회의실로 들어갈 때 모비라는 장비를 쓰면서 걸어가는 민아를 백팔로잉하게 됩니다. 그전까지는 조악하게 카메라를 들고 흔들흔들거리며 따라가다가 전문적인 장비와 스태프 분들 덕에 좋은 경험을 해보니 뭔가 재밌기도 했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캐스팅> 스틸컷

Q7. 영화를 만드시는 이유가 무엇이신지 궁금합니다.

최범석 감독 : 어떤 메세지를 말해야겠다라고 쓰거나 만든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제가 생각하는 것이나 그 세계를 만드는 것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관객에게 좀 더 잘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Q8. <캐스팅>에 대한 한마디,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에서 캐스팅을 보신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범석 감독 : 부족한 연출자의 작품이지만 너그러운 관객분들께 잘 가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관객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게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관람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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