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Rotary Interview :
이해원 감독

<보통의 삶>의 이해원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보통의 삶> 이해원(2024)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해원 감독 : 안녕하세요. 보통의 삶을 연출한 이해원입니다. 보통의 삶은 제가 기획하고 있는 [자기혐오 3부작] 중 2번째 작품입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혜화동 로터리에 소개되어 무척이나 떨리고 기쁩니다.



Q2. <보통의 삶>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이해원 감독 : 제 3부작은 항상 청춘의 고통이란 주제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제도의 억압 속에서 사는 청춘들이 겪는 고통을 찾던 중, 제가 의경을 나왔기에 젊은 경찰이라는 소재로 접근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삶> 스틸컷

Q3. ‘중년 남성과 원나잇 하는 걸 즐기는 여성 경찰’이라는 소재가, 소재만 따로 놓고 보면 꽤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연출은 오히려 담백하고 묵직하다고 느껴졌는데요. 인물들 간의 갈등 대신, 한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전개 방식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해원 감독 : '원 나잇을 즐긴다' 라는 소재로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복합적인 이유에서 오는 직장인의 일탈? 정도로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조직 문화가 가져다주는 억압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달까요. 그녀는 공무원 사회, 제복의 억압 속에 둘러싸여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겪는 고통은 조금은 자극적일지언정 우리 모두가 겪는 두려움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덜어내는 작업을 많이 거쳤습니다. 무언가 많이 들어간 연출보다는 조금은 덜어내면서, 관객이 조금 더 지영의 감정에 몰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겪는 현실들은 그렇게 자극적이고 낭만적 적인 게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Q4. 소장 역시 경호와 마찬가지로 중년 남성이지만, 지영을 무척이나 챙겨주는, 소위 말하는 ‘좋은 어른’으로 보입니다. 카메라가 소장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제대로 비추지 않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의도된 것이라면 이런 연출을 하신 의도가 있을까요? 모텔 엘리베이터에서 신입과 지영의 얼굴이 모자 그림자로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연출적 의도가 있으시다면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이해원 감독 : 소장은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이고, 소장 스스로에게도 '좋은 어른'입니다. 그의 표정은 항상 침묵을 일관합니다. 이는 그가 대외적인 좋은 어른일지언정, 그 의도가 우리에게 투명하게 다가오지 못함을 시사합니다. 어쩌면 그가 지영을 승진 대상에 추천한 이유도 '좋은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서라는 아이러니함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모텔 엘리베이터 역시 이 의도의 일관성을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둘은 본인의 본심을 숨기고 상대를 대한다는 의미에서 표정이 거의 보이지 않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방식의 연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입은 '사랑'을 원했고, 지영은 '보통의 삶'을 원하지 않았을까요?


<보통의 삶> 스틸컷

Q5. <보통의 삶>은 감독님의 자기혐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다른 두 작품도 상당히 궁금해지는데요. 첫 번째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세 번째 작품 구상 중이신 게 있다면 무엇인지 살짝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해원 감독 : 저는 자기혐오의 과정을 3가지로 분류해 보았고 회피, 대면, 순응으로 설정을 시작해서 접근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힙찔이]라는 작품으로 평생 부모님에게 거짓말만 하며 나이만 먹는 20대 후반의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결말부에 그는 결국 회피를 하고 또다시 똑같은 일상을 시작해 버립니다. 두 번째는 아시다시피 지영의 선택을 통해 자기 자신을 대면한다는 설정을 가져갔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아직 수정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로그 라인만 말씀드리면 "독립영화감독 의현은 자신의 남자친구 해원이 자신의 글을 카피해 제작지원에 당선된 사실을 눈치챈다."입니다.


Q6. 영화의 서스펜션과 텐션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작품을 구상하시면서 영감을 받거나, 레퍼런스 삼은 작품이 있을까요? 감독님의 개인적인 영화 취향도 궁금합니다.

이해원 감독 : 저는 확실히 인물의 관계보단 내면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듯 합니다. 처음 구상할 때 이 암울한 감정을 설득시키기 위해 <퍼스널 쇼퍼>, <블랙스완>, <퍼펙트 블루>를 꼭꼭! 봐달라고 스탭들에게 말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사실 개인적인 취향이라기엔 좋아하는 영화가 너무 많기에.. 그냥 당장 생각나는 대로 써보겠습니다. 감독님들은 아리 에스터, 알리체 로르바케르, 앙겔로풀로스, 테라야마 슈지 감독님이 기억에 남고, 작품은 지금 바로 생각나는 건 <로제타>,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순응자>, <물속의 8월>, <서스페리아>가 기억에 남네요. 제가 생각해도 뭔가 일관적이진 않군요.


<보통의 삶> 스틸컷

Q7.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해원 감독 : 좀 웃긴 이야기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마다 다르게 느껴져요. 프리 단계에서는 '난 이 말을 꼭 하고 싶어' '반드시 해야겠어!'라는 마음이 원동력으로 느껴지고, 프로덕선 단계에서는 '내 글을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에게 증명을 해야 한다.' 가 원동력이 되고 포스트와 배급 단계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자' 가 원동력이라고 보이네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자면, 결국 내 이야기로 사랑받고 싶다는 조금은 찌질하지만 진솔한 마음이 원동력이라고 생각됩니다.


Q8. 마지막으로 <보통의 삶>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해원 감독 : 이 이야기는 제 머릿속에서 나왔을 뿐,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야기를 너무나 과분하고 훌륭한 스탭들과 천천히 만들어 나아갔고, 이렇게 완성되어서 관객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조만간 ott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니,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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