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영화가 있다.
제2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지난 12월 26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감독, 배우,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현장 스케치와 리뷰, Rotary Sketch를 공개합니다.
2024년 12월 26일 저녁 7시, 혜화카페 애틀랜틱에서 제2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열렸습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2025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연말이라 평소보다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1시간 일찍 카페 애틀랜틱에 모인 수미와 용수 옆에는 새로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이번에 새로 팀에 합류하게 된 은채입니다. 예전부터 애틀랜틱의 공간을 좋아했다던 은채는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저희는 여느 때와 같이 함께 로터리 노트를 잘랐습니다. 한 명이 더 생기니 어쩐지 더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둘 자리를 채워가던 애틀랜틱의 의자들은, 상영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거의 꽉 채워졌습니다. 연말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또 새로운 얼굴이 보이네요. 은채와 함께 팀에 합류하게 된 마지막 멤버 예송입니다. 새 멤버와 함께 만들어 갈 2025년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또 어떤 모습이 될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0회와 1회보다 더 많은 인원, 연말 느낌 물씬 나는 분위기 속에서 세 작품(<출연영상>, <또 만나요>, <낮달>)을 관람했습니다. 이번에는 세 작품의 총 러닝타임이 1시간 정도로 다소 짧은 편이었습니다. 작품을 관람하기 전 영수는 오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1시간 상영, 1시간 반 대화의 2시간 반짜리 영화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절로 웃음이 나오고, 소소하게 공감되고, 때로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세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아끼지 않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시간은 또 어떤 내용의 영화가 될련지. 설렘과 약간의 긴장 속에서 어김없이 GV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우리의 앞에는 <출연영상>의 세 주인공, 태준, 동우, 영득 역을 연기한 배우분들이 앉아계셨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마치 <출연영상>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습니다. 배역과 실제 모습의 싱크로율이 높다는 감독님의 말처럼, 세 배우의 티키타카는 절친한 콤비처럼 죽이 잘 맞았습니다. <또 만나요>의 감독님께서 저희 팀이 준비한 퀴즈, <출연영상>에 등장한 차량의 차번호를 주관식으로 맞추셨을 때 모두가 깜짝 놀라던 장면도 꽤나 킬링 포인트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날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영수가 애써 방향을 유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과 영화에 대한 감사를 적극적으로 말로 전했고, 자신의 인생에 비추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영화를 위해 먼 길도 개의치 않고 찾아다니시는 한 관객은, 전날 우연히 헤화동로터리 영화파티를 알게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몇 개의 극장에 소량으로 배치한 홍보물들이 이렇게 매번 단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닿는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0회에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를 방문해 주었던 한 관객은 이번 달에 지인을 데리고 자리에 함께해주었습니다. 지난번의 시간이 저희뿐 아니라 관객분들에게도 인상적인 시간이 되었던 거 같아 그 또한 기뻤습니다.
세 편의 영화는 모두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출연영상>은 단역에라도 캐스팅되고 싶은 무명 배우들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고, <또 만나요>는 같은 영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간식거리라도 쥐여주고 싶은 느슨한 연대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낮달>은 영화를 매개로, 미처 인식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했던 누군가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출연영상>을 보면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또 만나요>를 보고 누군가에게 준 작은 선물이, 그 누군가에게 큰 힘을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사랑을 <낮달>을 보고 문득 깨달은 관객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또 만나요>의 감독님은 오늘 오신 분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그 작은 마음이 우리를 <또 만나요> 속에 들어오게 했습니다. 영수의 말처럼 이날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정말 2시간 30분 러닝타임의 영화 같았습니다. 영화가 끝나서 나서 시작되는 영화가 있다고 합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가 아니라 영화 덕분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어떤 순간 때문이라는 걸 다시금 되뇌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2025년에도 카페 애틀랜틱에서 여러분과 나눌 영화와 대화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