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
평범한 삶, 흔한 이름

by 로터리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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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의 상영작 <내 이름>의 리뷰 [평범한 삶, 흔한 이름]을 공개합니다.


평범한 삶, 흔한 이름


tempImagevtrcv2.heic <내 이름> 스틸컷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지독하게 싫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부쩍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제는 그냥 평범하게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일까.


송원재 감독의 <내 이름>(2024)은 감독이 4년 전에 제작한 단편 <흔한 이름>(2020)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영화는 센터직원에게 생계 수급에 대한 설명을 듣는 민서(정찬양)의 얼굴로 시작한다. 민서의 집에는 토익, 국어 문제집 같은 것들이 쌓여있다. 하지만 이 책들은 그저 엄마의 약봉지를 놓기 위한 가구로써 소모된다. 민서는 평범한 삶을 꿈조차 꾸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다.


tempImage9td79W.heic <내 이름> 스틸컷

그때 친구 서연(서예은)이 민서에게 내민 제안은 더없이 달콤하다. 자기 ‘이름’을 빌려줄 테니, 그 이름으로 대기업 계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달라는 거다. 민서는 수급비가 끊기지 않으면서도 부차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서연은 취업 준비에 온전히 몰두하면서도 서류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서연의 말대로만 된다면 완벽한 윈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앞길이 예상되는 ‘이름 빌려주기’의 비극은 민서와 서연을 각자의 어둠 속에 잠식시킨다.


tempImagepqyClJ.heic <내 이름> 스틸컷

민서는 빌린 이름 덕분에 ‘평범’한 삶을 얻는다. 아픈 어머니를 대신 보살펴줄 가정 도우미를 기용할 여유가 생겼고, 애인과 소소한 데이트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민서는 ‘이름 빌려주기’를 통해, 꿈조차 꾸지 못했던 평범한 삶이 별거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서연은 빌려준 이름 때문에 ‘흔한’ 인간이 되어간다. 서연은 면접을 볼 때 언제나 검정 정장에, 머리를 내려 묶은 채 기계적이고 모범적인 답변을 내뱉는다. 서연은 민서가 대신해서 산 서연의 인생이 자기 것인 척 연기하게 되는 모순에 갇힌다.


tempImageM5hFST.heic <내 이름> 스틸컷

민서는 빌린 이름으로 ‘평범함’을 획득하고, 서연은 빌려준 이름 때문에 ‘흔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송원재 감독의 <내 이름>은 전혀 다른 처지로 보이는 두 여성을 하나의 이름으로 연결시키고, ‘평범’과 ‘흔함’의 순환 고리 안에서 관객을 헤매이게 만든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은 ‘내 이름’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영화의 끝 암전된 화면을 보며 새삼스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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