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by 김성희

설 연휴에도 요양원에 갔다.

즐거운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뵈러.....


"어르신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르신들 손을 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복주머니 만들기 미술 수업을 시작했다.


어르신들 곁에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안 하신다고 떼를 쓰는 어르신에게

"어르신 우리 예쁘게 복주머니 만들어서

복 많이 담아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르신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여우 같은 년!"


단 한 번도 그러신 적이 없으신지라

순간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제가 그리 보고 싶으셨어요?"

어르신의 손을 잡으며

움켜쥔 머리카락을 슬며시 뺏다.


곁에서 지켜보시던

센터장님과 요양보호 선생님들이 놀라셔서

어르신을 제지하려 했지만

"괜찮아요. 저는 괜찮으니 그냥 두세요."

조심스레 어르신의 마음을 달랬다.


뭐가 그리 한이 많으신 것일까?

옛 기억 속에 여우 같은 년은 누구일까?

소리소리 지르며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어르신

당황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어쩌다 저리 변하셨을까?

무슨 사연이 있으신 걸까?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정도로

가슴에 담아두신 상처와 원망은 무엇이었을까?


수업이 끝나고 오는 내내

어르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동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

바깥공기도 제대로 마실 수 없으신 어르신들

얼마나 답답하실까

가족들 곁을 떠나 갇힌 공간에서

타인의 손을 빌려

온종일......


명절 전부터 어르신들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더니

설 연휴 때는 극에 다다르신 듯했다.

또 다른 어르신도

"빨리 가지고 꺼져!"라며

나를 밀치셨다.


가족이 그리운 것일까?

왜 이리도 심술들이 나신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사라질 때쯤

나는 다시 엄마를 떠올렸다.


우리 엄마도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저러셨을까?

자식들 보고 싶다고 목놓아 울어도

소리쳐도 끝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자포자기하셨던 것일까?


요양원 입소 후

짧은 시간에 초점 없던 엄마의 눈빛이 떠올랐다.

삶을 포기한듯했던 그 눈빛이

오래도록 내 가슴에 머물러 있다.


어르신들

당신들의 마지막이 그저 평온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떠나시는 날 세상의 모든

아픔과 상처, 한으로 남았을 그 마음들

모두 놓고 가벼이 떠나시라고......


어르신들의 어떤 모습도

내 눈에는 그저 연민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짠할 정도로......


그리고

나는 또다시 엄마에게 잘해주지 못한 기억들로

괴로워하다 잠을 청한다.

엄마......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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