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140p]
후회 없는 삶이 있겠냐만
그럼에도 이름 하나 더 얻었고
이제는 그게 나를 더 숨 쉬게 하지 않느냐고
헤아려지지 않는 것들 앞에서도
두 귀를 막지 않게 된 내가
이제는 당신을 듣고 싶어요
자식들에게 각기 다른 사랑을
남겨주셨겠지만
당신을 찾아간 자식들을
언제나 환하게 맞이해 주셨던 모습
오랜 세월 지독한 가난과
신체의 고단함만을
삶으로 마셨던 당신
언제나 쓰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벌어
차곡차곡 쌓기만 하셨던 당신
당신이 먹고, 입고, 잠들 수 있는 공간
당신이 마지막에 가셨던 요양원, 요양병원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당신이 모아 돈으로 다 해결하셨죠
자식들과 당신
모두를 위한 당신의 선택이셨죠
하여
엄마가 떠난 후
나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서
한동안 미안함으로
마음이 참 많이도 아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마지막까지 엄마로 살아갈 나는
한평생 엄마로 살다가 떠난
당신의 선택을 이해하고
더욱 존경하게 되었어요
엄마
당신은 그렇게 당신의 삶을
철저히 끝까지 홀로 책임지셨어요
많이도 외로웠을 당신이지만
그 많은 엄마의 세월의 흔적을 돌아보면
참으로 대단한 당신입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았던 나는
나 또한 그리 살 것이라고
틈틈이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엄마가 살아낸 흔적들을 들추어
내 눈과 귀와 생각과 마음을
닫았던 엄마를
더 넓고 깊게 들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