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며

by 김성희

아이가 태어나는 것만큼 극렬한 고통의 순간도 없고, 사랑으로 가득한 순간도 없다.

엄마가 새로 태어난, 세상에 막 나온 아기를 바라보는 것만큼 순수한 사랑도 없다.

-닐스 베그만(스웨덴 분만기 신경학자)


아기는 뱃속에서 9개월, 품 안에서 3개월, 당신이 죽을 때까지 가슴속에서 존재하는 무엇이다.

-메리 메이슨(미국 UC 버클리 법학대학원 교수)


손톱 밑

갈라진 발바닥 터진 살틈 사이로

구석구석 까맣게 끼어있던 흙.

당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

어떤 삶을 살았을지 말해 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가장 부끄럽고 창피했던 거북이 등짝 같던 엄마의 손과 발.

이제야 그 손이 얼마나 고맙고 대단한 손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휘어진 손가락 마디

두 번 다시 꼿꼿이 펼 수 없던 굽어진 허리

보기 흉하게 변형된 손가락과 허리에는

당신이 홀로 등에 지고 온 8남매라는 자식들의 삶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등에 업힌 채로

당신 삶을 영양분으로 삼아 그렇게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어서

빈 껍데기만 남은 텅 빈 고동처럼,

당신의 삶에는 당신을 잃은 지 오래였을 테지만

엄마가 아낌없이 내어준 당신의 삶에서

우리는 최고의 사랑을 받고 최고의 행복을 누렸습니다.

엄마라서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들 앞에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당신의 힘겨웠던 삶이

자식의 웃음 하나로 고통과 힘듦이

흔적도 없이 잊을 수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초라해 보이는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바보처럼 왜 그렇게 사냐고,

먹고 싶은 것 먹고, 입고 싶은 거 입으면서

제발 그렇게 살라고...

나는 엄마가 되어도 엄마처럼 궁상맞게 살지 않을 거야.'라고

확신을 가지고 큰소리쳤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짐과 외침은 사랑하는 자식 앞에 다 무너져 내렸지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조금 더 나은 것을 해줄 수 있어서

어느덧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어요.

'이게 엄마 구나. 이 모습이 엄마였구나.'

어느새 나도 그런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못해도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라 보아도

당신의 눈 속에는

당신의 행동에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 언제나 가득 담겨 있었다는 것을.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것은 엄마가 표현했던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라는 정원

우주의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자식'이라는 꽃.

내가 아름답게 나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엄마'라는 정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자식'이라는 한 송이 꽃을 피워내려고

밤낮으로 사랑이라는 물을 주었을 당신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리울 것입니다.


그렇게 떠난 당신이 머무는 시간 속에는

내가 엄마에게 주었던 모진 상처의 말들이

철없이 했던 행동들이

그래서 엄마가 아파했을 시간들이

다시 나에게로 찾아오고는 합니다.

마치 내가 했던 못된 시간들을 잊지 말라고

두고두고 아파하고 후회하는

기억 속의 또 다른 형벌이 되어

미안함과 감사함과 눈물의 감옥에 갇히곤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과 나의 시간 속을 걸을 수 있어 행복하기에.


'엄마'라는 이름이

모든 이들의 그리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어떤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엄마는 그렇게 '사랑'이라는 진한 향수를

내 영혼 가득 담아주고 가셨다는 것 말고는

당신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지요.

그렇게 '엄마'라는 이름은 오늘도

내 모든 감정을 한 자리에 모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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