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희생 위에서 피어난 꽃

by 김성희

아이를 살리고 키우려는 그 강력한 본능과

신선한 의무는 모든 것을 넘어선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새싹이 움트고 흙더미를 삐집고 나온 듯하더니

어느덧 나뭇가지에는 푸르른 잎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어요.

비 온 뒤 맑고 깨끗한 하늘과 공기.

이 맘 때쯤이면 엄마는

겨울방학을 끝낸 아이들처럼

다시 밭으러 나가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고 계셨을 텐데.


어느 계절이 내 앞에 오가도

모든 계절의 시간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음을.

쉴 틈 없이 자라나는 풀들이 야속할 정도로

엄마는 잡초와의 전쟁을 시작하셨겠지.

남편 없는 엄마는

잡초를 제거하는 소독약통을 등에 지고

몇 번을 등에 지고, 잡초들과의 싸움을 시작하셨을 텐데.


어른이라서 그 정도 무게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어요.

엄마는 어른이라서 나보다 힘이 세고 힘들지 않을 줄로만 알았어요.

아무렇지 않게 뭐든 해내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별거 아닌 것만 같아 보였어요..

언제나 많은 양의 밥을 드시던 엄마여서

그 정도 일들은 엄마에게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어요.

남자 못지않게 매 끼니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모습이 때로 이해할 수 없었던 그때,

엄마이기 전에 엄마도 여자였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때,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들어 올리던 엄마라는 어른은

절대로 절대로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엄마는 밥맛이 좋아서 대접으로 드셨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 일들을 해내고 버티려면 무조건 잘 먹었어야 했다는 것을,

여성스러움이 없던 게 아니라

여성스러움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가벼워서 물건을 번쩍 들어 올렸던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 들어 올렸을 그날의 엄마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기댈 곳 없어 무엇이든 해내야만 하셨을 엄마였다는 것을.


지치지 않았던 그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자식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의무감, 책임감, 그리고 사랑.

오직 자식에 대한 그 사랑하나로

엄마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으셨겠지.

"엄마 그 고된 날들을 수십 년 동안 어떻게 버티셨어요?

더 빨리 알아주지 못해 너무나 죄송했어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던 그 모든 마음을 사죄하고 또 사죄합니다."


살아보니

남편과 헤어지고 싶은 간절한 순간에도

아이들을 바라보니 차마 그럴 수 없더라고요.

아무리 모질고 모진 마음을 먹어도

자식을 버릴 수 없더라고요.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산다는 것이

참 미련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라는 호칭이 붙여진 이후의 삶은

내가 상처받고 아픈 것보다 자식들의 상처가 더 아파서

차마 그럴 수 없더라고요.

자신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도

온몸이 피가 철철 흘려내려도 엄마는 자식의 상처만 보이는구나.

'아, 이것이 엄마구나.

미련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행복과 불행이 자식이었구나.'

자식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식들이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도

엄마라는 사람은 이런 거구나.


그래서,

엄마도 그랬겠구나.

차마, 한 발자국도 자식을 버리고는 살아갈 자신이 없었겠구나.

8남매의 엄마로 살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버릴 수 없었겠구나.

엄마.....


자신의 행복을 자식의 웃음에 담고

자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주던 단 한 사람.

당신의 그 넓고 깊은 사랑이 오늘도 내 삶 곳곳에 퍼져 흩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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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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