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커다란 충격이다.
그래서 '소금 은 그 맛을 잃어버리고 세상은 색깔을 잃어버린다.
살고 싶은 마음, 일하고 싶은 생각이 시들 해지 고 사그라져 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멈추어 정지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때부터 지나간 일들을 계속 되풀이해서 생각하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슬픔을 되새김질한다. "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해서 중-
엄마, 오늘 2025.04.13. 은 영화처럼 4월에 눈이 내렸어.
4월에 눈이 내리는 일은 118년 만의 일이래.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다.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음력 3월에 태어난 엄마의 봄.
따스한 봄날이면 엄마의 향기가 짙어지는데
그 봄은 엄마의 봄,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는 나의 봄.
나는 '엄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엄마가 살아 계실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 걱정할까 봐 단 한 번도 내색한 적 없었는데,
엄마가 떠나니 힘든 날은 엄마에게 투정이라고 부리고 싶어.
이 무슨 청개구리 같은 마음일까.
엄마가 떠난 후 밀려왔던 거대한 상실의 아픔은
정말 나의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어.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가 정말 세상에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는
꿈같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아침저녁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몇 날 며칠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고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날이면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엄마손을 놓쳐 길을 잃은 아이처럼 그렇게 펑펑 울었지.
언제쯤이면 괜찮아 질까?
괜찮아지기는 할까?
끝없이 밀려오는 엄마의 빈자리가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덤덤해질까.
엄마를 상실한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했던 심장이
이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문득
"우리 딸 그만 힘들어해. 그만 아파하고 그만 슬퍼하면 좋겠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종소리처럼 은은히 퍼지고.
엄마는 내 새끼가 아프면 백 배 천 배도 더 아파할 텐데.
엄마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엄마 딸은
그저 나만 생각하는 철없는 아이.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이 이제는 눈물이 아닌
따스한 미소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이제는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상실의 아픔은 애써 누른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듯
세상에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아온 내게
엄마를 잃은 슬픔이 그러했어.
아픈 만큼 아파하고 울고 싶은 만큼 울고
애써 지우려 하지 않고 참으려 하지 않고
오직 그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아주 많이 괜찮아진 엄마 딸.
그리고 이제는 '엄마'라는 상실이 안겨준 그 자리에서
엄마가 딸에게 남겨줬을 보석 같은 선물들을 찾아보려 해.
엄마가 딸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을지.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을지.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자식에게 주고 싶었을지.
내가 바라보지 못해서 흘려보냈던 많은 것들을
엄마가 없는 이곳에서 하나씩 찾아 행복을 누려볼까 해.
엄마 덕분에 태어나고 자랐고
엄마가 떠났어도 엄마가 남겨준 많은 추억과 사랑 속에
다시 또 성장해 가는 딸이 되어볼게.
이제는 정말 고아가 된 딸이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그런 삶으로 당차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볼게.
엄마가 엄마의 힘으로 8남매 전부를 키우고
당신의 마지막까지 스스로 홀로서 있었던 것처럼
엄마딸도 그렇게 멋지고 예쁜 삶을 살아볼게.
상실은 꼭 아픔만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지나면
찾지 못했던 상실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는 없지만 엄마가 없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엄마와 함께한 많은 날들 속에
하나씩 발견될 엄마의 애틋하고 소중한 그 사랑,
그 따스함들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에
그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을 알기에
오늘부터 추억은 내게 웃을 수 있는 행복으로 찾아왔다는 것을.
언젠가 엄마를 잃게 될 내 딸에게
나는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엄마의 딸로서 내 딸의 엄마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해.
"애도 작업을 하고 나면 현실에 당당히 대처할 수 있고
새로운 계획이나 희망, 새로운 나라, 새로운 언어, 새 집, 새 이웃,
새 작업 팀, 새 회사에 마음을 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마침내는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다르게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 울 수 있다."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해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