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착각

by 김성희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던 시간이 있었다.

내가 선택한 사랑은 무슨 일이 있더라고 지켜내겠노라고.

사랑은 한 가지의 모습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그 변형된 모습조차 알아차리며 살겠노라고.

그런 오만함의 벌이었을까?

내게 온 절망의 시간들은.


너의 마음이 떠나는 날

쿨하게 놓아주겠노라고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거든

내게 당당히 이야기하고 떠나라고

뒤늦게 내가 알아버린다면

초라한 나 자신을 감당할 자신 없으니

다 버려도 좋을 만큼 사랑하는 이가 나타나면

꼭 말해달라고......

결혼을 시작하자마자 그에게 당당하게 말했던 말들.


늘 사람의 감정은 변할 수 있다고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도 변할 수 있다고 여겼던 나였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사람을, 사랑을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의 선택을 믿지 못한 것이었을 수도 있었다.


결혼 생활이 시작했던 그날부터

미친 듯 나의 가정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었다.

일찍 떠난 아빠 없는 삶을 살았던 나는

끝까지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힘든 삶을 주지 않겠노라고.


나를 잊을 만큼 그에게 맞추었다.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점점 호구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되어가는지도 모른 채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결혼 후 한쪽 눈을 감으라고 누가 이야기했던가.

너무도 감아버린 한쪽 눈이

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그가 그렇게 여러 번 중에 배신했던 시간 중

최악의 날이었던 그날

나는 나 스스로 혼자를 감당하지 못해

숨 쉬기 조차 힘들었다.


사람이,

아빠가,

어떻게 자식 앞에 자신만 살겠다고 그럴 수 있었는지

너무도 기가 막히고 기가 막혔다.

불륜 상대를 찾아갔지만

이미 그녀는 도망친 뒤였고

그의 지인들이 집까지 찾아왔다.

오기 직전 전화가 왔다.

"네가 그 여자 회사에 찾아갔다고 그 여자 언니들이 쫓아왔어.

지금 지하 주차장에 같이 있어."

"너 그 사람들 집에 들이기만 하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네가 저지른 일 네가 알아서 해"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미친 인간이 그들을 집까지 들였다.

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딸아이가 함께 지내는 이 집에

감히 지가 살겠다고 그 미친것들을......


그 둘에게 최고의 사랑이었을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 최악의 시간을 던져 주었다.

어디까지 바닥을 보아야 할까?

시궁창에 던져진 나를,

토할 것 같았다. 그가 한 모든 짓거리에....

그녀들 앞에서 그의 뺨을, 머리를 휘갈겼다.

"네가 사람이니? 어떻게 너 살자고 저것들을 집에 들여?

자식이 함께 사는 이 집에 네가 아빠니? 쓰레기야!"


난 이미 미쳐있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내가 내 자신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한없이 등신 같고 멍청한 자신을 어쩌지 못해

비참하고 초라하고 또 초라했다.


사랑이라 믿었다.

싫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이라 믿고 또 믿었다.

내 사랑은 영원할 거라는 것은 이미 처음 시작부터 착각이었음을......

그렇게 내 사랑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이 글들을 써 내려감으로써 내 아팠던 과거를 모조리 놓아주려 한다.

너무도 행복했고 너무도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지우고 싶었던 과거를 놓기 위해 나는 고백하려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내가 나를 살려내기 위해

진정으로 미련 없이 놓아야만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