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그들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란 원래 저런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바닥을 쳐봐야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들이 숨겨왔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독할 수가 있니?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돌아가셔도 어떻게 이야기를 안 할 수 있니?'
그의 엄마는 자식 편에서
자식의 안타까움과 힘듦을 생각했다
당신 자식이 한 짓거리보다
내가 당신 아들에게 한 짓이
더 모질고 이해 못 할 짓으로 여기고 있었다
내가 그런 새끼한테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와달라고 매달렸어야 맞는 거였나?
아니,
엄마 영정사진 앞에서 슬픈 척할
남편 노릇을 할
사위 노릇 할
그 더러운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런 자식한테
내 아픔과 슬픔과 연약함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같으면 다른 여자랑 그러고 있는데
말을 하는 게 맞나요?
나는 성인군자도 부처도 아니고 사람이에요
내가 언제까지 이해하고 봐줘야 하는데요?'
정말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짐했었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셔도
내가 죽어도
그 어떤 장례식에도 부르지 않겠노라고
'그럼 결혼생활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딴년이랑 저러고 있는 건 인간으로 할 짓인가?'라는 질문을
그때 그들에게 묻지 못했다
내 존재는 그렇게 또 그들에게 독하고 못된 년이 되었다
'내가 독하다고?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별별 생각으로 미쳐있었던
혼자 지독히 버텨낸 힘든 시간들을
당신들이 알기나 해?
당신 사위가 그러고 다니면
당신은 당신 딸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나의 인내의 시간이 저들에게 독한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당신들 편할 대로 생각해.
그래도 난 내가 선택한 사람, 가정,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으니 후회는 없어
누가 뭐라 해도......'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시간은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안겨준다
우리가 사랑한 시간들은
서로를 위한 마음이 있었기에 행복했을 것이다
어쩌면
불행은 행복의 크기만큼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믿었던 것만큼
사람을 믿었던 것만큼 배신의 고통이 커다랗듯
사랑이 깨지는 순간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아니, 사랑에 이유가 없듯이
이별에도 이유가 없는 것일지도
그저 그게 무슨 이유이든
그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믿었던 적이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지켜낼 수 있는 건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를 사랑한 이유가
그리고 그를 미워한 이유가
내가 인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누구도 어떤 삶을 살라고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사랑도 불행도 행복도 슬픔도
오직 내가 선택했을 뿐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사랑도
쓰레기 같은 저 사람들을 위한 시간도
그저 내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 어떤 결과에도 나는 나를 더 원망했다
나는 고작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이라는 그 뒤에 올 문장들을 떠올리며
내 삶을 다른 방향으로 살았더라면
이 더럽고 악몽 같은 순간들이 내게 오지 않았을까?
결국 나는 누군가를 위해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내 행복이 좋아서 사랑했을 뿐이다
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그 거짓말들에
나는 속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내 행복을 위한 사랑한 시간이었으므로
나의 사랑은......
나는 정말 사랑을 위한 사랑을 했던 것일까?
나의 사랑에는 나의 행복만을 찾았던
이기적인 사랑을 했던 것일까?
나는,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랑을 하는 것일까?
이별이 고통이 슬픔이 기어니 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