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관통했던 차디찬 시간

by 김성희

그해 겨울은

내가 태어나 겪었던 그 어떤 겨울보다

1분 1초가 견뎌내기 힘든

잔인한 겨울이었다.

한 없이 겨울을 사랑했던 내게

살수도 죽을 수도 없는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가혹한 시간.


미치도록 비참했고

미치도록 죽고 싶었다.

내 존재가 하찮게 여겨졌고

말로는 표현이 안될 만큼 내 자존심이 너무 아팠다.

내가 나를 미친 듯 저주했다.

죽지 못해 숨 쉬고 있는 나를 증오했다.

미친 듯 그 인간에게 퍼붓지 못하는

내가 너무 등신 같아서

나는 왜 이토록 이기적이지 못한 것일까.


남들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내게 일어난 것뿐인데

난 왜 이토록 생사를 생각할 만큼 지옥 같은 마음일까.

고작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하찮은 존재였던가?

고작 25년의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이 짧은 순간을 위해 미친 사랑을 했던 것인가?


나의 존재를 잃을 만큼

한 사람의 존재가 이토록 커다랬던 내 삶.

그 고통과 절망의 시간 앞에

수 없이 나를 죽어야만 했다.

'우리'라는 시간을,

함께 했던 무수히 많은 시간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시간을

끝도 없이 분노하고 저주했다.


그를 향한 그 감정들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쏟아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는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 것인지

광활한 이 우주에 아무도 나를 따뜻하게 해 줄

그 무엇도 없었다.

나의 온 마음과, 온몸은 시리도록 차갑고

살과 뼈를 후벼 파는 것처럼 아팠고

내 영혼마저 피멍이 들어갔다.


한 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내게 그토록 사랑을 주었던 사람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믿고 싶었던 한 사람이

내 심장을 찔러 내가 죽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잔인한 얼굴로 찔러대고 있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던가?

감정의 동물이라 해도

그것을 스스로 절제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아니었던가?

나는 인간이 아닌, 인간이라 착각했던 한 짐승을

그동안 내 곁에 두고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인간인 것처럼 위장해

인간의 세상에서 인간의 탈을 쓰고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온몸에 화살이 꽂이는 순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함께한 사랑의 날들이 얼마나 역겹고 그 모든 시간들을 죽이고 싶은지.

숨 쉬고 있는 순간조차 나는 이미 죽은 삶을 살고 있는 그 느낌을.


어제의 나는 사라졌다.

온통 나는 그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가득해 그 무엇도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 뻔뻔한 표정을

공감과 양심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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