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엇 하나
뜻대로 살아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가 무참히 짓밟았던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 해졌고
아무리 좋은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나의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고
그 어둠 속에서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무슨 마음으로 그랬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왜 그래야 했을까?'
몇 날 며칠을 찢어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왜 그랬을지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그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가 오만이었다.
나는 절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어머니, 그년들이 집까지 쫓아 왔어요.
그 미친놈이....."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제정신 아닌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어디야? 우리가 갈게. 진정 좀 해봐 응?"
'진정? 이 순간에 진정이라고?
당신 자식이 무슨 짓거리를 했는 줄 알고.......'
나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사고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이대로 죽어버려
그 인간이 평생 죄책감으로
살아내지도 죽어갈 수도 없는
끝없는 고통 속에서 살기를 바랐다.
세상의 온갖 저주를
그에게 퍼붓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내가 왜 그 미친것들과 마주해야 하는지
그 미친놈은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뒤통수나 맞는 등신 같은 나 자신이
그 더러운 상황들이
내 잘못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그를 이해할 수 없어 나를 돌이켜 봤다.
살아온 20년 넘게
그를 이해하고 맞춰주려 애쓴 기억밖에 없다.
마음 편히 해주려 했던
나의 방식이 그에게 무관심으로 보였을까?
그 배려가 그를 위함이 아닌
오직 나 혼자만의 착각인 배려였을까?
나는 도대체 그에게 어떤 잘 못을 했던 것일까?
끝없는 질문에도 끝없이 답을 찾지 못하는 나는
알 수 없는, 알고 싶지도 않은 마음으로 변해갔다.
말 그대로 지옥이 따로 없는 날들이었다.
이 순간들을 만들어 놓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그 자식은.....
똑같이 당하게 해주고 싶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똑같이 말이다.
사랑을 하고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함께 책임지던 그 모든 시간들이
이렇게도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줄이야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숨을 쉬는 그 모든 순간이 고통이었다.
어떻게 밤길을 운전해서
시댁을 갔는지
가는 내내 이 길이 맞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배우자의 외도는
그 어떤 사람도 감당해 내기 힘겨운 일이리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그 더럽고 구역질 나는 '정'때문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매달려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울다가 울다가
온 세상을 눈물바다로 만들지라도
떠나간 마음은
이미 떠난 사랑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기에.
그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잃은 사랑은
잃은 신뢰는
눈물로도 돌아올 수 없음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