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영화로 보는 좋은 페미니즘 롤모델

뮬란, 공주와 개구리, 미녀와 야수, 그리고 리사 수

by 고스만

지난 시간에는 영화로 보는 나쁜 페미니즘 롤모델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영화로 보는 좋은 페미니즘 롤모델을 알아보자.


글을 이렇게 적으면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몰려와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냐!!", "남자가 뭘 아냐!!"하고 화를 잔뜩 낼 것이다. 우리가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지 않아도 동물의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듯이 남자도 건전한 여성 롤모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뮬란(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뮬란은 필자가 뽑은 역대 최고의 페미니즘 롤모델이자 역대 최고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뮬란의 이야기는 지난 시간에 했던 영화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뮬란은 꽉 막힌 가부장제 구조의 옛 중국에서 태어났다. 여성으로서 품행을 바르게 하고 결혼하여 집안의 이름을 드높이라는 가정과 사회의 강요에 뮬란은 순응하지도, 저항하지도 못한다(이때 부르는 노래 reflection이 참 명곡이다). 이때 중국은 오랑캐와 전쟁이 나고 뮬란의 늙은 아버지, 다리를 다쳐 지팡이를 짚는 아버지가 전쟁에 차출당한다. 아버지를 지키고자 했던 뮬란은 자신이 남장을 하고 아버지의 갑옷과 검을 들고 입대한다.


일단 이 부분부터 페미니스트들이 절대 못하는 일을 뮬란은 한다.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보통 책임이 아닌 가장의 책임, 목숨을 건 국방의 의무를 진다. 이것이 뮬란이 명작인 1번째 이유이다. 당연히 모든 여성이 주부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것을 강요하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다. '대부분'의 여성이 주부일 수는 있지만, 모든 여성이 반드시 주부여야 하고 일하는 여자는 이상한 여자로 보이는 사회가 우리의 사회여선 안된다. 하지만 주부이길 거절하고, 전통적인 여성이길 거절해도 당신은 여전히 좋은 사람, 무엇인가 의무를 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뮬란은 딸로서의 의무를 거절하고 '아들'로서의 의무를 짊어진다. 이것이 뮬란이 명작인 이유다.


뮬란이 명작인 2번째 이유는 힘을 얻는 과정이다. 뮬란과 훈련병들은 정말 폐급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뮬란은 기둥 위 화살 뽑기 시험에서 '힘'과 '규율'을 받아들여 시험을 통과한다. 다른 병사들은 힘과 규율을 감내하고 극복하려 할 때 뮬란이 이 두 요소를 이용한다는 점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은유이자 뮬란이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을 너무나도 멋있게 표현하는 장면이다.


뮬란이 명작인 3번째 이유는 마지막 전투에 있다. 황재를 구하기 위해 성에 잠입하는 과정에서 뮬란과 동료들은 무엇을 하는가? 화장을 한다. 얼굴에 분칠을 한다!! 이것은 다른 100만 명의 병사와 책사를 모아도 낼 수 없는 전략이다. 뮬란은 의무를 지고, 힘을 쟁취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부했던 여성의 삶도 받아들여 자신의 새로운 삶에 이용한다는 것을 '화장을 통한 잠입'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뮬란은 의무, 쟁취, 그리고 위트까지 갖춘 최고의 페미니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은 82년생 김지영 같은 영화로 뇌를 어지럽히기보다 뮬란(애니)을 보는 것이 좋다.



공주와 개구리

많은 사람들이 모를 디즈니의 명작, 개구리와 공주다.


개구리와 공주의 주인공이 좋은 페미니즘 롤모델인 이유는 그 초반 이야기에 있다. 이 여성은 사업가가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 식당을 차리려 한다. 이 식당을 차리는 꿈은 자신과 아버지의 꿈이다. 때문에 주인공 티아나는 잠도 못 자고 일을 하며 한 푼 한 푼 벌어 저축해 건물 살 돈을 모으고, 결국 다 낡아서 무너져가는 건물을 사 자신의 아름다운 꿈을 시작하려 한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영화일 수 있지만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티아나에게 부자 절친인 샬롯이 있는데 샬롯은 전형적인 금발 부잣집 골 빈 딸내미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특별하다. 샬롯은 티아나를 무시하지 않고 티아나는 샬롯을 무시하지 않는다. 왕자와 결혼하려는 샬롯에게 티아나는 응원을 보내고, 식당을 열려는 티아나에게 샬롯은 자신의 파티를 위한 음식 주문을 전부 맡겨 친구를 도우려 한다. 둘은 서로 질투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으며, 그저 응원한다. 이 둘의 우정인 비현실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공주와 개구리는 고군분투하는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티아나는 모든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며, 당차고 문제 해결적이다. 티아나는 세상이 자신에게 무엇인가 거저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게 거저 주어진 샬롯을 질투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캐릭터다.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는 지금까지 소개한 당찬 여성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미녀와 야수의 미녀는 조금 더 '가부장적인 여성 영웅'에 가깝다.


설마 미녀와 야수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미녀가 야수에게 납치당해 성에서 살다가 점점 야수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다른 전통적 디즈니 애니와 같이 수많은 비유와 은유로 구성되어 있다. 야수는 무엇인가? 야수는 남자다. 야수는 잠재력이 있지만 공격적인 난잡한 구제불능의 남자다. 야수의 반대편인 게스통은 어떤가? 게스통은 잘생기고 매력적이며 몸 좋고 온 마을의 골 빈 여자들이 전부 좋아하는 카사노바다. 그렇다면 미녀, 벨은 무엇인가? 벨은 디즈니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다.


벨은 카사노바인 게스통을 거부하고 야수를 선택한다. 그녀는 야수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스케이트를 가르치며 독서를 가르친다. 야수는 세상의 모든 다른 존재,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화내고 소리 지르며 거부하지만 벨만은 거부하지 못한다(벨이 예쁘기 때문이다. 고전적 디즈니는 참 쉽다). 결국 벨은 야수를 '왕자'로 만든다.


애니에서는 야수가 마법으로 인해 왕자가 되지만 디즈니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잠재력 있는 공격적인 남자의 힘을 여성이 통제할 수 있다면, 구제불능의 야수를 왕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돼지우리에서 진주를 만들 힘이 있다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리사 수

리사 수는 영화는 아니지만 현재 현실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페미니즘 롤모델이라고 생각하여 한번 포함시키고자 한다. 리사 수는 AMD의 최고경영자다. 우리나라 여성단체가 공대의 성차별과 여성참여를 부르짖을 때 리사 수는 똑같이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된 대만과 미국의 공학계를 뚫고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다른 페미니스트를 롤모델로 삼을 게 아니라, 리사 수를 롤모델로 삼아 마땅하다.



결론

오늘 나온 인물들인 뮬란, 티아나, 벨, 리사 수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들은 그 무엇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 힘을 쟁취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한탄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징징거리거나 쓰러져 우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혹은 주어지지도 않은 의무와 책임을 짊어지고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페미니즘이 전통적인 의무와 책임을 거절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을 어떻게 질지 제안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일 것이다. 의무와 권리는 동전의 양면이기에 한쪽을 이야기하려면 반대쪽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의무를 거부하고 권리만을 원하는 것은 철없는 어린애의 투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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