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비혼주의 남성
최근에 장모님이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셨다. 저녁을 드시면서 너무 재밌다고,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고 아주 감동적이라고 드라마를 추천하셨다. 웃으며 꼭 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 이야기를 하기 며칠 전 약혼녀(현재 아내)와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의 첫 화를 봤는데 여자친구는 정말 재밌게 보았다. 앞으로 정주행 하자는 말을 필자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더 최근에는 이혼숙려캠프를 봤다. 출연자 중 끊임없는 걱정과 마찰, 고통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공격하고 밀어내게 한 다음 '나는 예의 있게 걱정만 했는데 사람들이 날 싫어해'라며 자신이 누구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출연자는 과거 상대방의 잘못 중 이미 해결됐거나 해결할 수 없는 것을 100번 강조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이 화를 내면 '난 그냥 대화를 원했는데 왜 화를 내냐. 너는 나를 그 정도도 보듬어주지 못하냐. 나는 피해자다'라고 하며 경찰을 부르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였는데 이것이 오늘의 주제이다.
필자는 피해자주의가 싫다. (희생자주의는 미국의 Victimhood를 번역하며 생긴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Victim의 직역이 피해자이니 Victimhood를 피해자주의라고 번역하는 편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주의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스스로 피해자라고 간주하고, 피해자가 되려고 하며 피해자의 지위를 통해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행동이다. 피해자주의에 더 깊은 이해를 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마이너 리뷰 갤러리(이후 마리갤)라는 유튜브 채널의 '성과 희생자주의'라는 영상을 추천한다.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R5SQO2uGr-Q&t=703s
필자는 신파가 싫다. 신파란 무엇인가? 신파는 작위적인 상황과 억지 감동이다. 신파는 연약한 약자인 개인과 악독한 강자인 세상과 시스템을 보여준다. 이러한 강자는 대기업 회장일 수도 있고 시댁일 수도 있다. 신파의 피해자는 이러한 세상에 의해 고통받고, 굴복하며, 결국 자기 연민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작위적이며 무력하고 피해자주의적이며 과장되었다. 신파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라이너의 컬처쇼크라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추천한다.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0LbzOyB-Svw
필자는 한의 정서가 싫다. 한의 정서란 무엇인가? 반복된 역사적 시련과 뿌리 깊은 사회적 억압에서 탄생한 국민적 감정(억울함, 슬픔, 분노, 좌절)의 공감대이다. 타국을 침공한 경험이 없이 중국과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 침략당한 역사가 많은 우리나라 특유의 피해자 정서라 할 수 있다. 한의 정서는 피해자주의와 신파의 원인이 된다. 피해자주의, 한의 정서, 신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을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세상은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악독하고 잘못된 세상 속에서 나는 잘못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피해자이며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인 내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강자인 세상이 하는 잘못에 비하면 태양 앞의 촛불이며 새 발의 피이다. 따라서 내 잘못과 나의 단점은 비판받으면 안 되고 이러한 단점을 봐주는 것이 한국인의 끈끈한 정이며, 나보다 강자인 존재들의 단점은 내 인생의 고통의 원인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바꾸거나 개선해야 되는 점이 없고 세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개혁되어야 한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세상이 잘못됐기 때문에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이다. 이것이 피해자주의이다.
피해자주의의 예시로 결혼을 생각해 보자. 대다수의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결혼은 여자가 손해'라고 주장한다. 이는 결혼이 남성에게 이득, 여성에게 손해고 결혼에서 남성은 가해자 혹은 착취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말이 된다. 수많은 여성들이 위 문구를 받아들여 '개몽'되어 비혼주의 여성이 되었다. 그렇다면 남성이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위 논리대로라면 남성이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것은 가해자가 더 이상 가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마치 노예제 해방을 주장하는 백인과도 같은, 아주 의롭고 용기 있고 올바른 행동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비혼주의 남성들과 연대하고, 더 많은 비혼주의 남성들이 생기길 바라야 한다. 심지어 비혼주의 남성을 찬양해도 신기할 점이 없다.
전혀 없다. 오히려 이들은 비혼주의 남성들을 비판하고 공격하며 음해한다. 당장 인터넷에 '남자 친구가 비혼주의'라고 검색하면 결혼은 여자가 손해라고 울부짖는 사람들이 결혼을 거부하는 남자 친구(노예제를 거부하는 백인)를 이기적이다, 지질하다, 너랑 결혼하기 싫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한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남자 친구가 여우인 것이다, 너랑 헤어지고 젊은 여자 만나서 결혼한다 등등 온갖 비난을 쏟아낸다.
도대체 왜 '결혼은 여자가 손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결혼을 거부하는 남성들을 욕하는 것일까? 마리갤이라는 유투버는 이러한 여성들의 심리를 '우리가 계속 약자, 희생자 할 테니까 그만큼의 배려와 보조금으로 땜빵치자'라는 심리로 설명한다. 자신들은 피해자, 희생자로서의 정당성, 권리, 돈, 배려 등등을 얻어내야 하는데 가해자가 가해를 하지 않으면 동등한 관계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니 본인도 모르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가해자가 여전히 표면상의 가해를 하길 원하고, 가해자가 가해를 멈추고 이러한 권리, 돈, 배려를 제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것이 인간이며 가장 고결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존재를 채찍질하며 단점을 수정해야 한다. 우리의 정신은 더 지혜로워질 수 있고, 우리의 육체는 더 건강해질 수 있으며, 우리의 영혼은 더 자비로워질 수 있다. 피해자주의는 이러한 정신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피해자주의에서 인간은 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강한 개인도 세상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주의에서 인간은 고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고결한 행동을 해도 세상의 악의 앞에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수동적인 약자이며 세상은 약자를 착취하는 적폐들이 지배하고 이러한 세상에 태어난 나는 연민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불쌍한 존재이다. 내가 세상에 원하는 것은 기회도, 의무도, 책임도, 자유도 아닌 보호와 보조금뿐이다. 이것이 피해자주의가 양산하는 인간이다.
인간은 세상을 구성하고 바꾸는 존재이지 세상의 피해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