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야기의 원형 2: 남자에게 운동이란?

더 파이팅, 아이실드 21, 홀리랜드

by 고스만

이야기의 원형 2편, 운동(스포츠)만화 편이다.


저번 편과 마찬가지로 오늘 소개할 세 가지 만화 또한 공통점이 있다. 운동에 관한 만화인 만큼 성장과 노력, 해당 운동과 스포츠의 룰과 전략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쉽게 예상하기 힘든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이 모두 '왕따'인 상태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왕따로 시작하여 자신을 바꾸기 위해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운동 만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올라운더 메구미와 같이 예외는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더 파이팅

image.png 더 파이팅의 주인공 '일보'

더 파이팅은 복싱 만화이며 여러 주인공을 둔다. 메인 주인공은 위 그림의 '일보'이며 압천 체육관에서 복싱을 수련한다. 같은 체육관의 인물들과 라이벌 체육관의 인물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며 복싱 만화에서 기대하듯이 여러 전력과 수련법,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경기가 주 내용이다.


더 파이팅 1권은 주인공인 일보가 불량배들에게 호되게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맞고 있는 일보 옆으로 지나가던 마모루가 양아치들을 몰아내며 일보는 복싱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많은 내용을 생략하자면 일보는 피나는 훈련과 여정 끝에 일본 페더급 챔피언이 되고, 세계 페더급 랭커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는, 드라마를 그린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는 단순하다. 불량배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혹은 불량배들에게 맞고 다니지 않기 위해. 그렇게 운동을 접하게 되고, 운동을 하다 보면 운동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된다. 복싱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image.png 복싱 만화 특유의 낭만이 있다. 복싱은 끈기의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초반의 이야기가 지난 이후부터는 완전한 복싱에 대한 만화로 변하지만, 초반에는 자신을 바꾸기 위한 행동으로 스포츠를 이용한다는 내용이 굉장히 많이 강조된다. 복싱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아이실드 21

필자가 일본 만화에 부러운 점이 있다면 소재의 다양성이 있을 것이다. 스포츠 만화 또한 마찬가지다. 야구 축구 농구뿐만 아니라 볼링, 당구에 쇼기(일본 장기)에 이름도 안 들어본 카루타라는 일본 카드게임에 대한 만화가 있을 정도로 일본 만화는 소재가 다양하다. 아이실드 21은 무려 '미식축구'에 대한 만화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코바야카와 세나는 오늘 소개되는 만화들과 같이 '똘마니 인생'을 살고 있다. 약하고 소심하고 심부름을 자주 하는 세나는 덕분에 한 가지 재능을 가지게 됐는데 사람 사이의 길을 보고 걸어가는 재능이다. 사람이 빽빽한 만원 지하철이나 점심시간의 학교 매점처럼 쉽게 걷기도 힘든 장소에서 세나는 사람 사이의 틈과 길을 보고 그 길을 뛰어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덕분에 세나는 히루마 요이치라는 미식축구부 주장의 눈에 띄게 되어 스카우트되고, 당당한 미식축구인의 삶을 살게 된다.


image.png 세나의 소속 팀인 데빌 베츠. 맨 앞의 인물이 세나이다.


1권의 시작을 잔심부름으로 하긴 하지만 아이실드 21은 소년만화에 가깝다. 주인공이 왕따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운동을 선택하고, 운동이 좋아지고, 운동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밝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은 앞의 두 작품과 달리, 인간과 삶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다.


홀리랜드

image.png 이 만화의 주인공인 카미시로 유우. 남자지만 이쁘장한 외모라고 한다.

앞선 두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왕따인 것은 1권에 잠시 나오는 설정에 가깝고 이후의 이야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홀리랜드는 다르다. 더 파이팅이나 아이실드 21의 괴롭힘은 빵 심부름이나 지나가다 몇 대 맞는 정도지만 홀리랜드의 괴롭힘은 지속적이고 저열하며 지독한 '이지매'이다.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류의 괴롭힘을 카미시로 유우는 당하며 자란다.


(당연하게도) 등교를 거부하며 방구석에 박힌 유우는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지는 여타 히키코모리와 달리 복싱의 기술 중 하나인 '스트레이트'에 빠지게 된다. 책방에서 우연히 잡은 복싱 책에 나온 스트레이트라는 기술을(심심해서) 연습하기 시작한 유우는 하루에 5000번 스트레이트를 지를 정도로 이 기술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인생이 괴로운 젊은이가 하나에 몰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실을 잊기 위해서다.


자신을 괴롭히던 양아치들과 새로 생긴 기술과 남아도는 시간 동안 끝없이 생각하고 갈등한 결과 카미시로 유우는 한 가지 행동을 하게 된다. 밤거리에 나가 주먹으로 불량배들과 싸우기 시작한다. 떨리고 겁나는 경험이지만 피나도록 연습한 스트레이트는 예상보다 더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쓰러트리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며 유우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스트레이트를 주축으로 스탭, 킥, 약간의 레슬링까지 가진 종합 길거리 격투가로 거듭나며, 길거리에서 '불량배 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앞선 만화들에서 운동을 하는 이유는 최종적으로는 운동이 재밌기 때문이다. 홀리랜드에서 운동, 투기 스포츠를 수련하는 이유는 '바뀌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모두 바뀌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치는, 무협물의 환골탈태를 바랄 때가 있다. 사람을 바꿀 때 내면과 행동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필자는 외모를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뀌고 싶은가? 옷부터 바꿔 입어보자. 살부터 빼고 근육부터 붙여보자. 필요하다면 피어싱도 하고 문신... 은 하지 말고 헤나(지워지는 문신)도 해보고 탈색도 해보자. 내면이 외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외모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건 절대 아니다. 외모는 하나도 안 중요하고 내면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건방지고 틀린 생각이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주장이다. 내면의 변화는 잘 보이지 않지만, 외모의 변화는 타인과 자기 자신 모두에게 너무나도 잘 보인다. 외모의 발전은 내면이 변화할 수 있는 기반인, 자신감을 가져다준다. 자기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타인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내면과 행동, 인생 모두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스포츠가 가장 빠르게 누군가를 바꿔주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image.png 유우가 펀치 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되찾은 장면. 만화에서 유일하게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다.


홀리랜드에서 투기 스포츠란, 힘이란, 기술이란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자신에게 자신감과 안정을 가져다주고, 자신에게 의미를 주는 행위이다. 유우에게 힘이란, '주먹'이란 무엇인가? 만화에서 유우에게 주먹은 '신'이라고 표현한다. 유우는 주먹을 통해 죽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고, 길거리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았다. 다른 스포츠 만화들과 달리 유우가 만화 초반에 당했던 이지매는 유우의 마음에 그림자를 남기고, 이 그림자는 마지막 권까지 유우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유우는 주먹이라는 빛으로 이 그림자를 밀어내려 끝까지 노력하고 힘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 한다. 유우는 힘을 가졌지만 우리 모두 각자 다른 것을 가지고 있고, 가져야 한다. 작가는 이를 아주 강조하는 게 작가는 자신이 '창조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되찾았음을 만화 중간에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의미를 주고, 스스로를 지키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학벌과 수학적 능력, 그리고 깐깐한 논리 전개가 이런 힘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한 가지 정도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한 가지도 믿을 구석이 없다면,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라고 믿기는 더 힘들어진다.


만약 지금 당장 나에게 한 가지 힘도 없다면, 투기 스포츠를 시작해 보자. 복싱, 주짓수, 킥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등 건강과 정신에 모두 좋은 투기 종목은 차고 넘친다. 한 가지 힘을 가진 경험이 다른 힘을 가지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결론

분량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필자는 스포츠 만화 중에서 홀리랜드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추천하고자 한다. 스포츠는 건강을 주고, 규율을 주고, 자신감을 준다. 몸 하나가 좋다는 것 하나 만으로 어디 가서 나쁜 첫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운동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절대 절대 아니지만, 나아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홀리랜드를 읽어볼 것을 다시 한번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6. 이야기의 원형: 남자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