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 열등감, 새로운 도전

by 작꾸천치

편입에 실패한 후,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목에 줄만 안 매었지, 코에 구멍만 안 뚫었지 억지로 복학을 했다. 가슴에 큰 짐을 가득 가지고.

원래 학교 생활을 제대로 안 해서 아는 사람도 없고, 이젠 치열한 취업을 준비를 해야 하니, 우선 학과 공부 열심히 하면서 학점이나 잘 따자고 다짐을 했다.


잘해 보자고 다짐을 많이 했더니

다———짐이 되더라.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며 하루하루 지낸 던 중, 도서관 앞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야, 너 00이 아니야?”

고등학교 동창이다.

“어 맞아. 나 00 이야.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근 6년 만이다.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근데 너 여기 어쩐 일이야?”

“나 군대 갔다가 제대하고, 수능 다시 봐서 여기 들어왔어, 00과. 근데 넌 우리 학교에 어쩐 일이야? 친구 만나러 왔어? 아님 여차 친구?”

“어. 친구가 여기서 행사 있다고 해서 놀러 왔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너나 나나 같은 학교인데.

차마 나도 이 학교 다녀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쪽팔려서. 창피해서. 아 이 열등감. 어쩌면 좋냐.




아마 그 친구 입장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같은 반에서 보냈었기에 내가 자기랑 같은 학교를 다닌 다는 것을 단 한순간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나는 그 당시 공부 좀 하는 모범생, 그 친구는 같은 모범생 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불만과 불평을 혼자 껴안고,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던 친구 였으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열등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그 친구에게 발각되서는, 눈에 띄어서는 절대 절대 안 된다는 아주 강력한 명분이 생겨 수업을 거의 최소한의 날로 모으고, 대신 학교 가는 날은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일정으로 학교에서의 시간을 최소화 시켰다. 그래도 학점은 받아야 하니까.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누군가 저 멀리서 나를 부른다. 고2, 고3 같은 반이던 친구다. 가깝고 친했던 친구다. 하지만 그 당시 고등학교 남자들이 다 그랬듯이, 워낙 잘 씻지를 않아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친구라고 해야 하나. 고등학교 졸업 후 열등감에 휩싸여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살던 때였다. 졸업 후 살아온 이야기, 군대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마치 새로이 인연이 된 연인들이 집에 가기 싫어서 지하철 데이트를 하듯이, 내릴 역을 지나치기를 여러 번. 그 후로 지속적으로 만나며 그 친구 때문에 너무 즐거웠다. 이래서 옛 친구 옛 친구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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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취업준비 뭐 하냐? 토익 토플 뭐 해?”

“어, 나 회계사 시험 준비하고 있어”

“뭐 회계사? 그게 뭔데?”

친구가 장황하게 설명한다. 회계사는 뭐 하는 거구, 자기가 왜 도전을 하는지, 지금 그래서 힘들고 어쩌구 저쩌구. 설명을 한 참 했지만, 그리 와닿지 않았다. 대신 1차, 2차 시험을 패스하면 취업도 수월하고, 무엇보다 든든한 전문 자격증이 생기니, 일반 회사원보다는 나을 거라고. 그리고 경력이 쌓이고 하다 보면, 변호사나 의사처럼 개업도 할 수 있다고. 이런저런 실패로 위축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을 때였는데, 솔깃 해 졌다.


“00아 너도 같이 해 볼래? 내가 소스 주고 도와줄게”

내가? 왜? 이렇게 갑자기?



집에 와서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조사를 했다. 친구가 보내 준 여러 명의 합격 수기를 읽어 보았다. 읽고 또 읽어 보았다. 쉽지 않아 보였다. 기간도 정말로 운이 좋으면 1년 반, 기본 2-3년,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단 그동안은 모든 걸 포기하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씩 시험공부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1차 시험은 객관식이기에 학교 다니면서 도전을 해 본다고 해도, 2차 시험은 논술이기에 대부분 휴학계를 내고 준비를 해야 하니,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시간과 돈만 투자를 하고, 아무것도 보장이 되지 않는 확률이 없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확률이 상당히 낮은 도박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2차 시험에 합격만 한다면, 그 어려운 걸 도전하여 성공만 한다면 장밋빛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그저 그런 나의 인생을 뒤집을 수 있는 한방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아니 한방 까지는 아니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던 나에게, 뭐를 해도 되지 않았던 나에게, 지금 보다 나은 선택지만 있다면, 그래서 나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만 있다면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결국엔 그 친구 다니는 회계학원에 등록을 하고 말았다. 회계사를 꿈꾸며, 전문직을 꿈꾸며, 더 이상의 방황은 없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며, 아니 인생에 한방을 꿈꾸며 회계사라는 시험의 험난한 여정속으로 나 자신을 밀어 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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