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이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관세사가 되면서 어떻게 인생 역전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해서 만났는데, 두 명의 선배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술에 걸죽히 취한 선배들은 맨 정신에는 자존심 때문에 할 수 없기에, 술의 기운을 빌려서라도 자기들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그들이 말한 뼈아픈 진실은 이랬다.
"관세사 시험 합격이 인생 역전의 열쇠가 아니야."
선배들의 얼굴에서 빛나던 자신감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었다. 관세사 자격증 하나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 자격증이 그저 입장권일 뿐, 경기장에 들어가서도 처음부터 다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빽도 없이, 줄도 없이, 경험도 없이, 경력도 없이, 관세사 시험만 합격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어."
낮에는 4-5명이서 함께 설립한 관세법인의 영업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저녁에는 관세사 시험 준비 학원의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2-3년이라는 시간을 고시 공부에 매진했기 때문에 사회 경력이 단절되었고, 다시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쌓아가야 한다는 현실. 그래도 몇 년 고생하고 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TV에서 말하는 관세사 연봉 3-4억은 그냥 통계 수치일 뿐이야. 관세청에서 20-30년 경력을 쌓고 인맥을 다진 후 개업한 사람들의 이야기지. 우리 같은 신참은 꿈도 못 꿔."
어려운 관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존심 때문에 일반 회사는 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전문성을 살려 관세사로 취업하기에는 경험이 너무 적다는 것. 회사가 웬만큼 크지 않고서는 관세사라는 직함에 프리미엄을 주며 채용할 이유가 없고, 그냥 외부 관세사를 쓰는 것이 비용 면에서 훨씬 저렴하다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던 것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불안감이 먼저 찾아온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은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또래들은 벌써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가정도 꾸리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미래가 불확실한 시험 준비생이다. 모든 것을 걸었던 관세사라는 꿈이 이렇게 허망할 줄은 몰랐다.
시간은 돈이다. 청춘의 시간은 더더욱 그렇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그 시간 동안 쌓였어야 할 경력과 경험의 공백은 아무리 자격증으로 채워도 메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자격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일까? 수면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훨씬 더 큰 덩어리가 숨어 있다.
불면의 밤이 계속된다.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내가 잘못 선택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괴롭힌다. 고시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다 해도 그 너머의 세계가 더 척박하다면 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 삶은 한 번뿐인데, 나는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더 깊은 고뇌에 빠져든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정말 관세사가 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단지 전문직이라는 타이틀과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을까? 혹시 나는 그저 세상이 좋은 길이라고 정의한 길을 무비판적으로 따라온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의 진짜 꿈은 무엇이었는지 더 이상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선배들의 자조 섞인 웃음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들도 한때는 나처럼 화려한 미래를 꿈꾸었을 텐데,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고 차갑다. 합격 통지를 받던 날의 환희는 이제 희미한 추억이 되었고, 그 자리에는 막막한 현실만이 자리 잡고 있다.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다. 조용히 나를 믿고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께 이런 중간 포기는 또 하나의 실망을 안겨드리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앞으로도 몇 년을 더 이 불확실한 길에 매달리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부모님께서 원하는 것은 단지 자격증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모습일 텐데.
주변을 돌아보면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눈에 띈다. 어떤 이는 이미 시험을 접고 일반 기업에 취직했다. 어떤 이는 여전히 매달려 봉사활동과 스터디를 병행하며 네트워크를 넓히려 노력 중이다. 어떤 이는 아예 해외 취업과 유학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냉정하게 나열해 본다.
첫째, 2차 시험에 매진하고 합격하되,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철저히 준비한다. 합격만이 목표가 아니라, 그 이후의 진로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해 둔다.
둘째, 과감히 방향을 전환하여 관세사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무역 관련 기업에 지원한다. 자격증이 없더라도 지금까지의 공부를 헛되이 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다.
셋째,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흥미와 적성을 재탐색하고, 더 늦기 전에 진로를 전환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이 불확실한 상태에서의 고민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는 이 상황이 가장 최악이다. 공부는 또다시 진척이 없다. 내일도, 모레도 이런 날들이 반복될 것이다. 마음속에서는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다. 하나는 "포기하지 마,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외치고, 다른 하나는 "똑바로 현실을 봐, 이미 늦었어"라고 속삭인다.
정답은 없다. 모든 길에는 각자의 고통과 보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은 해야만 한다. 이 미결정의 상태가 가장 고통스러우니까.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관세사의 험난한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새 출발을 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오늘의 나를 만든 지난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나만의 인생 여정이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 그것이 무엇이든 온전히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