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는 마음의 크기
그릇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그릇이란 무엇일까? 그릇은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물그릇이 물을 담는 것처럼, 사람의 그릇은 인생의 무게를 담아내는 힘을 말한다.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련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힘. 예상치 못한 실패와 좌절, 배신과 상처를 맞닥뜨렸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적 힘을 말한다.
성공과 인정, 권력과 명예가 주어졌을 때 자만하지 않고 겸손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높은 자리에 올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칭찬받아도 우쭐하지 않는 마음의 균형감이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배경,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조차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마음의 너비다.
실패했을 때 그것을 원망이나 변명이 아닌 성장의 양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성공했을 때도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이다.
내 이익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마음. 나의 편안함을 포기하면서까지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주려 했던 경험들이 그릇을 만든다.
흔히 사람들은 뛰어난 능력이나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큰 그릇'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그릇은 재능의 크기가 아니라 인격의 용량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작은 일에 쉽게 화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며, 타인에게 냉정한 사람은 작은 그릇일 뿐이다. 반면 평범한 능력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려움 앞에서 굴복하지 않으며, 자신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큰 그릇이다.
일정 부분은 기질이나 환경에서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남을 사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역경을 견디는 힘을 기본으로 갖추게 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시간과 고통, 반성과 깨달음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그릇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 해도 안일하게 살면 그릇은 작아진다. 반대로 어려운 출발점이었어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면 그릇은 점점 커진다.
고난은 그릇을 키우는 재료고, 배움은 그릇을 닦는 행위다. 힘든 경험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실패를 통해 겸손을 배우며, 상처를 통해 치유의 힘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는 독서와 성찰,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그릇을 더욱 빛나게 닦아나간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계산보다, 이 사람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를 먼저 본다. "이 사람과 함께 하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보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궁금해한다.
당장의 이익이나 즐거움에 매몰되지 않고,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본다. 오늘의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려 한다. 자신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장기적 안목을 갖추고 있다.
더 큰 이익이 보장되는 제안이 있어도, 약속을 어겨야 한다면 거절한다. 한순간의 달콤한 유혹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를 더 소중히 여긴다.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결국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안다.
내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함께 잘 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혼자만의 성공이 아닌 함께하는 번영을 꿈꾼다.
가장 중요한 사람의 그릇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얼마를 흘려보냈느냐다.
진정 큰 그릇의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많이 가졌는 지로 평가받지 않는다. 오히려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꺼이 놓아줄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누어줄 수 있는 거지로 그 됨됨이가 드러난다.
돈을 많이 번 사람보다 번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쓸 줄 아는 사람이 큰 그릇이다. 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보다 그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 큰 그릇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보다 그 권력을 올바른 곳에 쓸 줄 아는 사람이 큰 그릇이다.
손에 꽉 쥔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살짝 펼친 손바닥 위의 모래는 오래도록 머물러 있다. 사람의 마음도, 관계도, 행복도 마찬가지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때 더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돌아온다.
결국 사람의 그릇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매일의 작은 선택, 작은 포기, 작은 배려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조금 더 큰 그릇의 사람이 되기 위해, 나보다는 우리를, 지금보다는 미래를, 가지기보다는 나누기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