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
엘리베이터 엽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되려 엘리베이터를 못 타고 있다.
3층이어서 계단을 이용하는 게 큰 무리가 없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주민을 만나서 엽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짐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9층 주민과 나란히 타게 됐다. 평소 인상 좋고 말씀도 다정하게 하시는 분이다.
엽서를 보더니,
“매일매일 이렇게 쓰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대단하다. 혹시 누군지 알아요? “
“몰라요. “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덤덤하게 아무 감정 없이 한 마디하고 내렸다.
평소 나를 알기에 자기 말에 호응을 안 해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겼을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맞아요. 엽서 내용이 좋아요. 대단해요”라고
나 자신을 칭찬하는 게 낯간지럽지 않은가.
100일 후 밝히고 나면 이해해 주시겠지. 하고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주민들에게 소소한 행복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자 시작한 일인데 뒤에 숨어있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처음부터 밝혔으면 편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개미똥만큼 생긴다.
#아침엽서
#엘리베이터
#아닌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