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by 연의

벌초 갔다 온 남편의 손에 막걸리 두 봉지가 들려 있다. 한 봉지에 여섯 개씩 들어있는 것 같았다.

“흐엑 이렇게 많은 막걸리를 누가 먹어?”

“아버지 막걸리 좋아하시잖아~

어머니한테 혼날 건가? 헤헤 “

막걸리를 식사 대신 즐기는 장인께 드리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 봉지는 어쩌려고? 우리는 먹지도 않는데 “

“나눠 먹을 데 없을까? “

문득 앞집이 생각났다. 평소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앞집 있잖아!”

“아 그렇지!”

남편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 없는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집 아들이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혹시 초인종 누르셨어요? “

“언제?”

“금방이요”

남편이 그랬던 것으로 생각이 돼서

“혹시 아버지 막걸리 드셔?”

“네 드세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막걸리 한 봉지를 전해줬다.

그렇게 막걸리 한 봉지를 나눠줬다.

남아있는 막걸리 한 봉지. 막걸리….

이 막걸리에는 시댁의 사연이 있다.


남편은 어렸을 적 이야기를 가끔 한다.

60을 바라보는 남편은, 여덟 살 때 하얀색 스타킹만 신었고, 반 아이들이 부러워할 도시락을 싸고 다녔다고 했다. 아들의 성화에 못 이긴 엄마들이 도대체 어떻게 도시락을 싸냐며 시어머니께 물어왔을 정도.

시어머니의 요리솜씨는 아흔의 나이에도 여전하시다.

그 당시에도 신식 요리솜씨를 자랑하셨던 모양이다.


그 시절 사진들을 보면 꽤 부유하게 살았던 것 같다.

시조부는 막걸리공장을 운영하셨다. 막걸리공장 아들로 부유한 시절을 보낸 시아버지. 훈남이셨고 축구를 잘했고, 사랑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30대의 젊은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셨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셋, 그중 막내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지금 살아계셨다면 며느리와 손주 사랑이 대단했을 거라며 시아버지 사랑을 못 받아 아쉽다고 위로인지 그리움인지가 묻은 말을 한다.

막걸리 공장은 작은 아버지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데 가끔씩 막걸리를 얻어온다. 오늘이 그날이다.

결혼하고 3년 정도 시댁에 들어가 살았는데

바로 막걸리공장 옆이었다. 지금은 공장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것 같다.


시조부 때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지역의 대표 막걸리. 막걸리 한 봉지를 보며 한때 부족함 없이 행복했을 한 가정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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