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짧지만 집 앞 커피숍도 다녀오고 수면제 한 알을 먹어서인지
엄마는 일주일 만에 5시간은 잔 거 같다며 자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옛날 같으면 부모님이 아프시면 사골이라도 사다 고고
반찬도 만들어드리고 빨래며 청소며 다 하고 와야 하는데
(적어도 엄마는 시골 할머니한테 그렇게 했다)
나는 핸드폰에서 손가락클릭 몇 번으로 다음 주 드실 곰탕 국물이랑 보양식, 체온계, 혈압계 등등 주문하고 배달 치킨과 샌드위치로 끼니를 해결해 드렸다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 집 앞 공원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하며 깔깔댈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와서 기분도 좋아지고 입맛도 돈다고 했다
그동안 엄마 때문에 힘들었을 아빠도 잘 드시고..
하지만 나는 우울하고 슬픈 상황에서 엄마 아빠를 잠깐 건졌을 뿐
절망 속으로 다시 침잠할 두 분을 두고
나만 대구로 돌아왔다
둘만 계신 시간, 다음 주 있는 조직검사, 열흘뒤 있을 검사결과 등
또다시 두려움에 두 분만 남겨놓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남편과 아이의 재롱을 보며 암이란 두려움을 잠시 외면할 수 있었다
당사자인 엄마와 옆에 계신 아빠는 암이라는 두려움이 숨 쉴 때마다 파고들 텐데
나만 이렇게 빠져나와 제삼자가 된 기분..
엄마가 오늘밤도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아빠 배달음식 비용이 한 달 45만 원인데 내가 지원하고 싶다고 하니 돈 걱정 하지 말라고 해준 남편..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