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와 피해자 그 어디쯤..

내 나이 마흔다섯에 엄마가 나르시스트라는 걸 알게됐다

by 들창코

어릴적 리바이스 청바지 입고 싶지만 차마 사달란 소리 못하던 나와 달리 동생은 엄마를 졸라서 리바이스 바지를 샀고, 그게 부러워서 학원갈때 몇번 훔쳐입고 간 내게 엄마가 했던 말.

'어디서 기집애가 재수없이 남자 바지를 입어?'


스물아홉 결혼할때 엄마는 자기가 가구 골라줬다가 친정엄마 안목없다는 소리 듣기 싫다며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고, 나는 일산가구단지에서 보세 가구로 혼수를 했다.

근데 지나고보니, 엄마는 내 혼수가 정말 싸구려라는 걸 다 알면서도 자기는 욕 안먹으니까 그냥 둔 거였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내 친구는 엄마가 백화점에서 수입가구로 다 맞춰줬다는데

애초에 우리엄마는 그럴 의지도, 돈도 없었고, 자기 면피할 궁리만 했던거다.

그러면서 축의금 들어올거 생각해서 자기 지방이식 수술은 했던 엄마..

딸결혼식인데 내 혼수 따위는 아랑 곳 없이 자기 얼굴만 중요했던 엄마다.


결혼 얘기 오갈때였나.. 아님 신혼때였나

엄마가 혼자말 비슷하게

'다 키워놓으니까 친정에 보태주지도 않고 홀랑 결혼해서 가는구나'

라는 말을 해서 어이가 없었다.

내 또래 (80년대생)들은 집에서 지원받아서 결혼하면했지

아무도 집에 지원하는 사람이 없는 세대다. 그런데 자기시절을 기준으로

자기는 결혼하기 전에 외할머니한테 금반지도 몇돈해주고 옷도 사주고 시집왔다며

은근슬쩍 그런거 안해준 나한테 서운한 티를 내는 엄마.


학부때 과외비 매달 엄마줬는데

주식에 생활비에 보태써놓고

나중에 내가 돈 줬지 안냐니까 그런적 없다고 펄쩍 뛰는 엄마.


취직하고 월급도 엄마가 관리해준다고해서 월급통장 맡겼더니

결혼할때 2000만원 내 통장으로 줘놓고 그것도 힘든데 겨우 만들어줬다는 엄마.

내가 3년반 일했고, 집에서 출퇴근했으니 사실 월 100만원씩만 모았어도 4천만원은 될텐데

아빠가 혼수할때 돈 한푼 안줘서 다 카드로 사서 돈이 없어서

2천도 축의금에서 겨우 만들어줬다는 엄마.


결혼전에 파워J형 남편이 결혼 후 자산관리 계획세우자며 내 통장이랑 자기통장 합치자길래

내 통장 달라고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불같이 화내던 엄마.

싸가지없이 결혼전부터 니 통장 달라고 하는게 말이되냐고.


결혼 후에도 돈좀 생길만하면 엄마가 아빠랑 싸워서 이혼하네마네 사네죽네 해서 거기 위로한답시고 푼돈도 꽤나 들어갔고,

엄마 주식 반토막 났을때도 잠깐 급한불만 끄고 줄줄알고 빌려줬더니 원금 회복할때까지 돈도 안줘서 나혼자 2,3년을 끙끙거리게 만들고

돈도 결국 벌어서 찾았으면서 나한테 이자 한푼 안주던 엄마

아빠 청약통장으로 당첨된 아파트 계약금 없다길래 그것도 빌려줬더니, 입주하고 전세 받을때까지도 안줘서 또 속 끓이게 만들던 엄마, 아빠.


그렇게 하고 엄마 통장만들게해서 엄마통장에 내돈넣고, 내가 청약해서 된 아파트.

그거 증여로 받는 과정에서 어쨌든 자기 이름으로 된거니까 자기건데 너 주는거다. 니 아빠 빚이 있는줄 알았으면 너 안주고 프리미엄 받고 팔았을거라고 나한테 전화로 한시간을 원망하던 엄마.

증여받을때도 아빠 양복해내라고 해서 해드렸고,

그 집에 이사갈때도 냉장고 사내라고 해서 냉장고도 사줬다.

자기는 이름만 있고, 돈과 청약 다 내돈으로 한건데도 자기거라며 집을 빌미로 호시탐탐 당당히 돈 받아내가던 엄마

그래놓고 아빠 청약통장은 이름만 니아빠지, 그거 통장에 돈 넣은거 자기니까 그 아파트는 자기 아파트라는 엄마.


결혼하고 8년동안 아이 안생기는 동안

먼저 한의원 한번 데려간적없고

난임 시술도 내가 알아서 받는데

한번을 안 들여다 본 엄마.

그래놓구 아이 생기니까 한다는 말이

그동안 너 속상할까봐 말은 안했지만

부부 모임가서 우리만 손주 없어서 진짜 쪽팔렸다는 엄마.


나 미국가기전 유방외과에서 선종 제거 하느라 하루 입원할때 그때 쫓아와서는 병원밑 상가에서 원피스 한벌 얻어입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암걸리자 마자 제일 먼저 한말은

'그때 너 중학교때 니가 울고불고만 안했어도 이혼했을텐데. 니 동생은 이혼하라고 했는데 너때문에 못해서 내가 암까지 걸린거야'

라며 엄마 암걸리게 만든 자식이라는 죄책감을 나한테 심어준거다.


이 외에도 왜 없겠는가.


나 5살부터 아빠랑 부부싸움 할때마다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나에게 전가시킨 엄마.

이혼할 마음도 없으면서

죽을마음도 없으면서

나 붙잡고 이혼하고 싶다. 죽고 싶다.

그러면 난 또 울고불고 아빠한테 대들고.

그러길 40년.


나도 그동안 할만큼 했다.

더이상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그동안 우리엄마는 왜 저럴까 속상했는데

엄마가 나르시스트라는 생각을 하니 모든게 명확해지면서 오히려 편안해졌다.

자식보다 자기가 우선인 사람.

이제는 그만 놓아줘야겠다.

이제는 엄마가 아니라 나를 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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