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어머니

07년 돼지새끼

by 연꽃부용


21학년도 중2, 돼지띠

이 자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돼지 어머니


삼남매는 개.돼.쥐

코끼리도 나처럼은 새끼를 못 낳을 텐데

난 짐승이 못하는 일을 해냈다


우선 개돼쥐 중 골을 자주 때리는 돼!의 얘기를 해볼까 한다


앞서 잠깐 귀띔을 했지만 사람 같지 않다

모양새는 사람이 분명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눈에 띄게

사람 아닌 게 된다


태몽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용왕 아드님이었다

심적으로 부담이 큰 이유다


말은 은혜를 갚기 위해 왔다고 했다

여기서 '은혜'라는 말을 잘 해석해야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은혜'를 갚겠다고 하면

받을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한다


또 그건 다른 말로 '아구~~ 복 받았네'라는 말에

착 달라붙는다


여기서부터 아주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정리하면

현재 중2 남학생, 사람이 아닌 그 캐릭터

용왕의 아들로 은혜를 갚겠다고 온 자

이 자가 15살, 중2가 되면서

나는 서서히 뭔가를 깨달았다


모든 아이들의 탄생에는 삼신할매의 트릭이 교묘하게 가미돼 있다는 것


은혜 갚으러 가는겨 ~

홀~ 그럼 나 이 놈 낳으면 좋은 일이 ~

아구~ 애기 엄마 복 받은겨~

복 복 복!!!


여기서,

복 받는다!

그 전엔 복이 없었다?


엄청 중요한 포인트다.

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마법이 걸려있다

한마디로 씨앗인데 나누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종합해 보면

이 돼!는 은혜를 갚으러 왔는데

물질적으로는 나눌 게 쥐뿔도 없으나

오지랖만 무지막지한 우리 부부에게 삼신할매가

용왕과 수작을 부려 앵긴 것이다


이 자는 뱃속에서부터 전신 아토피를 갖고 왔다

개 다음 바로 태중에 터를 잡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첫술부터 겁나 귀하고 비싸고 무해한 걸 입에 넣어야 생존이 보장됐다


빠듯한 살림에 이 자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최우선으로 마련

이후 개를 챙겨야 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명색이 호랑이와 용이다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종이 아니어서, 그나마 가축들에 쥐 한 마리여서

한편으로 다행한 일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면

고로 결론은 '복 받았네'로 입장이 정리 된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 확장된 전우주적 사고가 발휘되어야 한다


복을 받았다는 말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복을 받는 건 좋은 거

어린애들도 다 안 다

그게 뭐!

삼신할매와 용왕의 트릭이 여기 숨겨져 있다


복이라고 받았고, 은혜 갚는다고 해서 뭔고 뭔고 그게 뭔고

어째 나와서 빽 울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자가 불러오는 건 공이요 나가는 건 온갖 물질적인 손해와 재물이라


10년 세월 넘어 지켜봐도 돌아오는 건 꿈뻑꿈뻑한 눈이요

어린 호구 새싹이 떡잎부터 올라오더라니

주변 친구들 부모는 외제차에 번듯한 집에 럭셔리한 일상

이 자는 생긴 것만 그들 같고 개뿔 받쳐주는 게 오지랖만 넓은 양친

그리하여 또 곰곰히 생각하니

우리 부부, 내세울 것도 번듯하게 자랑할 것도 없다보니

우선 부지런히 개미처럼 일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 넓은 오지랖과 생활 신조를 되물림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알게 모르게 살림은 다소 나아지고 이 자는 겉으로 보아 멀끔하게 성장해 여전히 외피는 봐줄만 해졌고

사람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중2가 되니 탈만 사람이요 속은 사람이 아닌 듯해 최근 들어 몹시 혼란스럽다

꼭지가 도는 일이 잦아지는 우리 부부

이 가정에서 꿋꿋하게 잘 성장하는 본인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헛소리나 해대는 돼!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이 자와 함께 온 은혜와 복이란 것은

우리 부부 사람으로 나서

보아하니 둘 다 한량으로 살다 자칫 세상 별 거 없다

저승으로 뜰 게 빤해

목숨 연명하고 세상에 없는 캐릭터 하나 보내

부지런히 양육하며 새끼 잘 키우려고 더 반듯하게 살고

더 정직하게 살고 더 많이 베풀고 살게...


이쯤 되면 은혜와 복의 실체가 드러난다


한 마디로 사람으로 나서

사람답게 살다 가라고

마구니가 성불의 씨앗으로 오듯

그 매개체로 이 자가 온 것이다


그러니 호랑이와 용이 체면이고 뭐고 바짝 엎드려

이 세상 난 지 고작 15년된 자가 세상에 없는 대왕 호구가 될 것을 염려하여 고개를 주억주억거리며


아~ 부족한 돼지새끼 잘 부탁합니다

이 자가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더라도 여러분 덕입니다

하겠는가


어찌 보면 한심스러운 말짱 쓰잘데기없는 얘기다

하지만 하루 걸러 하루 증기폭발음이 아파트 단지를 뒤흔든다

어서 이 이상한 구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새벽 동이 트려면 먼 듯 밖은 캄캄하다


어쩌면 사람이 아닌 것도 우리 부부였고

사람이 되어 가는 것도 우리 부부가 아닌가 싶다


개돼쥐가 호랑이와 용을 부려

열심히 살게 하니 복이 많기는 한 모양


삼신할매 제 말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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