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학년도 중2, 돼지띠
이 자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돼지 어머니
삼남매는 개.돼.쥐
코끼리도 나처럼은 새끼를 못 낳을 텐데
난 짐승이 못하는 일을 해냈다
우선 개돼쥐 중 골을 자주 때리는 돼!의 얘기를 해볼까 한다
앞서 잠깐 귀띔을 했지만 사람 같지 않다
모양새는 사람이 분명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눈에 띄게
사람 아닌 게 된다
태몽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용왕 아드님이었다
심적으로 부담이 큰 이유다
말은 은혜를 갚기 위해 왔다고 했다
여기서 '은혜'라는 말을 잘 해석해야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은혜'를 갚겠다고 하면
받을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한다
또 그건 다른 말로 '아구~~ 복 받았네'라는 말에
착 달라붙는다
여기서부터 아주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정리하면
현재 중2 남학생, 사람이 아닌 그 캐릭터
용왕의 아들로 은혜를 갚겠다고 온 자
이 자가 15살, 중2가 되면서
나는 서서히 뭔가를 깨달았다
모든 아이들의 탄생에는 삼신할매의 트릭이 교묘하게 가미돼 있다는 것
은혜 갚으러 가는겨 ~
홀~ 그럼 나 이 놈 낳으면 좋은 일이 ~
아구~ 애기 엄마 복 받은겨~
복 복 복!!!
여기서,
복 받는다!
그 전엔 복이 없었다?
엄청 중요한 포인트다.
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마법이 걸려있다
한마디로 씨앗인데 나누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종합해 보면
이 돼!는 은혜를 갚으러 왔는데
물질적으로는 나눌 게 쥐뿔도 없으나
오지랖만 무지막지한 우리 부부에게 삼신할매가
용왕과 수작을 부려 앵긴 것이다
이 자는 뱃속에서부터 전신 아토피를 갖고 왔다
개 다음 바로 태중에 터를 잡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첫술부터 겁나 귀하고 비싸고 무해한 걸 입에 넣어야 생존이 보장됐다
빠듯한 살림에 이 자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최우선으로 마련
이후 개를 챙겨야 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명색이 호랑이와 용이다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종이 아니어서, 그나마 가축들에 쥐 한 마리여서
한편으로 다행한 일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면
고로 결론은 '복 받았네'로 입장이 정리 된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 확장된 전우주적 사고가 발휘되어야 한다
복을 받았다는 말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복을 받는 건 좋은 거
어린애들도 다 안 다
그게 뭐!
삼신할매와 용왕의 트릭이 여기 숨겨져 있다
복이라고 받았고, 은혜 갚는다고 해서 뭔고 뭔고 그게 뭔고
어째 나와서 빽 울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자가 불러오는 건 공이요 나가는 건 온갖 물질적인 손해와 재물이라
10년 세월 넘어 지켜봐도 돌아오는 건 꿈뻑꿈뻑한 눈이요
어린 호구 새싹이 떡잎부터 올라오더라니
주변 친구들 부모는 외제차에 번듯한 집에 럭셔리한 일상
이 자는 생긴 것만 그들 같고 개뿔 받쳐주는 게 오지랖만 넓은 양친
그리하여 또 곰곰히 생각하니
우리 부부, 내세울 것도 번듯하게 자랑할 것도 없다보니
우선 부지런히 개미처럼 일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 넓은 오지랖과 생활 신조를 되물림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알게 모르게 살림은 다소 나아지고 이 자는 겉으로 보아 멀끔하게 성장해 여전히 외피는 봐줄만 해졌고
사람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중2가 되니 탈만 사람이요 속은 사람이 아닌 듯해 최근 들어 몹시 혼란스럽다
꼭지가 도는 일이 잦아지는 우리 부부
이 가정에서 꿋꿋하게 잘 성장하는 본인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헛소리나 해대는 돼!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이 자와 함께 온 은혜와 복이란 것은
우리 부부 사람으로 나서
보아하니 둘 다 한량으로 살다 자칫 세상 별 거 없다
저승으로 뜰 게 빤해
목숨 연명하고 세상에 없는 캐릭터 하나 보내
부지런히 양육하며 새끼 잘 키우려고 더 반듯하게 살고
더 정직하게 살고 더 많이 베풀고 살게...
이쯤 되면 은혜와 복의 실체가 드러난다
한 마디로 사람으로 나서
사람답게 살다 가라고
마구니가 성불의 씨앗으로 오듯
그 매개체로 이 자가 온 것이다
그러니 호랑이와 용이 체면이고 뭐고 바짝 엎드려
이 세상 난 지 고작 15년된 자가 세상에 없는 대왕 호구가 될 것을 염려하여 고개를 주억주억거리며
아~ 부족한 돼지새끼 잘 부탁합니다
이 자가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더라도 여러분 덕입니다
하겠는가
어찌 보면 한심스러운 말짱 쓰잘데기없는 얘기다
하지만 하루 걸러 하루 증기폭발음이 아파트 단지를 뒤흔든다
어서 이 이상한 구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새벽 동이 트려면 먼 듯 밖은 캄캄하다
어쩌면 사람이 아닌 것도 우리 부부였고
사람이 되어 가는 것도 우리 부부가 아닌가 싶다
개돼쥐가 호랑이와 용을 부려
열심히 살게 하니 복이 많기는 한 모양
삼신할매 제 말이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