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는 사랑을 모른다
진짜 사랑을 하면 아프기만 하다
그 많은 사랑 중에 내리사랑이 제일 잔인하고 또 아프다
중2, 15세 남학생을 낳은 적은 없다
분명 천사를 낳았으나 15세가 되니 마구니가 됐다
성불은 나의 원이나
해탈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인고와 다른 인내를 요하는 중2 남학생
그 허와 실에 대한 냉혹한 실체
모든 추억의 과거 햇병아리 여학생
나의 눈에 비친
잘생기고 키크고 다정한 오뽜에 대한 환상과 로망이
얼마나 구라덩어리로 찐덕찐덕하게 거짓된 망상이었는지 하등 영양가 없는 사춘기의 감성으로 뭉쳐진 것이었는지
하아, 30년 세월이 흘러서야 확인하고 있다
그때 그 복음성가를 띠깔라게 부르던 중2 오뽜도
기타를 튕기던 성가대 중2 오뽜도
율동하며 찬양 인도를 하던 그 중2 오뽜도
다~~~~~
이 미친 캐릭터 중2 남학생이었던 거다
나는 가끔 중2 남학생, 그 자에게 오뽜라고 부른다
늙은 돼지 어머니를 새어머니라고 칭하고
맏딸 개를 엄마라고 하는 데 대한 나름의 소심한 반응이다
개엄마는 힘도 쓰지 않고 중2 아들을 얻고
힘 쓴 나는 누구세요다
두상부에 배치된 여러 개의 구멍에서 증기 배출이 가능하다면, 하루에 몇 번씩은 증기기관차 소리가 들릴 판이다
이 세상에 없는 캐릭터가 습득해 오는 스킬은
눈 맞추지 않고 피하기
대답은 짧고 과묵하게
최대한 건방지지 않은 태도로 불만 드러내기
부정적 언사 간간이 섞기
인사 대충 버무리기
건강하고 착하게만 지내기
꼭 할 건 하지 않고 안 해도 되는 건 하기
사춘기 아닌 척 사춘기 티 내기
밖에서는 멋있는 척하기
헤아릴 수 없다
도저히 오늘은 그냥 지나갈 수 없어
하교시 낚아채 북녘땅이 너머다 보이는 임진각으로 내달렸다
어머니 어디 가요
....
어머니 어디 가시냐고요
....
나도 대답을 안 했다
침묵이 흘렀다
속도를 냈다
불안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머니 어디 가시는데요?
...
너도 답답해 죽어봐라
대답하지 않는 게 더 힘들었다
내려!
잃어버린 30년 기념비 옆에 자리를 잡았다
춥다
왜 여기 온 건데요?
너! 내가 너 묻는 말에 대답 안 하니 어떻든?!
궁금했어요!
또!
대답 안 하셔서 포기했어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한 호흡 가다듬고
어머니 아버지도 너가 대답 안 하면 포기해 주길 바라는 거야?
그런 생각 한 적 없는데요
근데 왜 질문을 하면 답을 안 하는데?
그냥... 하기 싫으니까요, 해야 되는 건 아는데 그냥 하기 싫어서 안한 거예요
... 이게 말이냐 뭐냐, 무슨 개소리지, 속으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저 노을에 잠기는 북녘땅을 향해 엉덩이를 걷어차 던져 버리고 싶다
배곯은 아이나 넉넉하지 못해 학교만이라도 가고 싶단 심정으로 사는 같은 또래 아이와 바꿔살기 캠프에 보내고 싶다
꿈뻑꿈뻑
유난히 크고 초롱초롱한 놈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어머니, 우리 여기서 조금 더 놀다 가요
나, 여기 왜 왔나
나는 누구고 저 놈은 누구인가!
나도 15살 살아봤다 이 놈아
넌 양친부모 살아계시지만 난 아부지도 없었다
너도 너 닮은 아들 낳아서 개답답해 봐라
너, 어머니가 여기 왜 왔을까?
여기서부터 걸어서 집에 오라고요
미.친.놈(속으로) 올 수는 있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갈 수 있겠죠
왜, 여기서부터 잔소리 듣지 않고 살 수 있게 자유로워지지
너 가고 싶은 데로 가
집에 가고 싶은데요
너한테 집이 어딨어!
우린 가족이잖아요
나 분명 중2 남학생 참교육 시키러 왔는데 자꾸 이상해진다
왜 말려든다
내가 멍청해서 그런가, 이 놈이 아무 생각 없는 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냥 지나가는 잠깐의 현상에
내가 말려들어 유난한 행동을 하고 있는 꼴이다
사춘기 중2 남학생은 성불의 씨앗이 분명하다
마구니다
춥다, 집에나 가자
이젠 목을 한참 꺾고 올려다 봐야 할 만큼 커 버린 너
모양새가 내리사랑이라 하기엔 좀 억지가 섞였다
서로 좀 봐주면서 살자
살살